일본 내면 풍경 -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유민호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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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게 듣는 단어가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바로 일본을 지칭하는 단어다. 중국은 그런 표현을 하지 않는데 유독 일본에만 그런 표현을 한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나라다. 서울에서 비행기로도 1시간정도면 간다고 하니 국내 가는 것과 비슷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나라다. 그만큼 가깝지만 심리적으로 가깝지 못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관계는 이로울 것이 없다. 완전히 평등한 관계란 것은 없지만 적당히 서로 주고 받는 관계가 지속될 때 그 관계가 오래도록 유지된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한 쪽은 착취를 하고 한 쪽은 착취당하는 비정상적인 관계지만 유지 되었던 것은 한방향으로 얻을 것을 얻기만 해도 힘의 역학관계에서 유지 될 수 있었던 시대였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약간 얻는 편에 속한다.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주는 관계라면 지금과는 다른 관계로 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주기보다 받는 것이 더 많은 관계가 일본과 한국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러다보니 아쉬울 것이 좀 더 많은 우리에 비해 크게 아쉬울 것이 없는 일본은 우리의 요구조건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서로 적당히 공생관계로 문화, 산업전반적으로 협력을 하지만 우리보다 좀 더 앞선 기술과 인구는 아무래도 우리가 더 아쉬운 것이 많은 실정이다. 많은 부분에서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해도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고 그 부분이 더 크다는 점까지는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멀리서 얼핏 보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한국인과 일본인은 구분이 안 되지만 미세하게나마 차이가 느껴지는 것만큼 일본과 한국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일본은 우리를 너무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일본은 잘 모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 그런지는 확실하지 않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분야에서 우리와 겹치는 지점이 많은 일본을 끊임없이 부딪치며 극복하려고 노력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일본을 모른다고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워낙, 방대한 양의 기록을 남기는 일본의 꼼꼼한 체계에 그런 심정은 이해되지만 일본은 우리의 2배가 훨씬 넘는 인구를 갖고 있다. 그만큼 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록을 남기니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미래지향적이 되어야 하는 한일양국은 늘 과거사 문제로 일정 수준을 넘어가지 못한다. 늘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들이 심정적으로 만족하는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금전적인 액션으로 모든 것을 끝났다고 하니 우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 살기 위해 내린 방편의 업보이기도 하니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어려운데 늘 그놈의 정치가 문제다.

 

일본에 대해서는 참으로 많은 책과 다큐와 영화와 문화와 뉴스를 통해 우리는 접한다. 대표적으로 혼네와 다테마에라고 한다. 본심을 숨긴다는 나쁜 뜻으로 이야기한다. 좋게 보면 어느 상황이든 늘 친절하다는. 우리가 정과 한의 민족이라면 말이다. 이 책인 '일본 내면 풍경'에서는 공기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분위기'라는 뜻인데 일본에서는 특정인물의 지시로 무엇인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공기가 지배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도 누군가의 지시로 작전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지배하는 공기로 작전이 이뤄져서 정작 전범 처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중요한 6명의 인물이 천황과 회의때도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아 천황이 결정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 있나하는 생각도 든다. 군대라는 조직에서 누군가의 지시없이 작전이 이뤄진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그렇다. 저자는 그렇다고 하는데.

 

책은 일본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책의 내용은 일본에 대해 알려준다기 보다는 일본에서 바라본 한중일과 미국의 역학관계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이 어떤 점이 맞고 어떤 점이 틀리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려주는 내용을 기대했는데 그런 부분보다는 일본과 미국의 관계, 한국, 중국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책 중간에는 아예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일본이 바라본 중국이 아니라 현재 중국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중국은 2극이 될 수도 없고 너무 부족하다는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꼭 객관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이미 결론을 낸 상태에서 모든 관점을 바라보니 약간 편향된 시선으로 본다는 느낌이 강했다. 저자가 설명한 대로 한국이 중국편향이라 나도 그런 눈으로 읽어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중국은 너무 침소봉대하여 낮게 보는 느낌이고 일본과 미국은 과하게 침소봉대한다는 느낌이었다. 나도, 미국이 쉽사리 팍스아메리카나에서 물러날 것이라 보지 않는다. 일본은 과소평가하지도 않는다. 여러 면에서 우리보다 잘 난 면이 더 많은 국가다. 과거때문에 선입견으로 때려 잡을 나라로 느껴지지만 미래발전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나라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이라는 전체가 아닌 개인으로 볼 때 예의바르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친절한 일본인이다. 일본이라는 국가 단체일 때 무섭다고 하는데 그건 어느 나라나 다 똑같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데올로기가 결합된 모든 집단은 다른 존재가 되어 버린다.

 

현재 아베를 비롯한 몇몇 우익들이 일본은 우향우하고 있다고 하지만 책에서는 공기라는 개념을 통해 일본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아베는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이란다. 아직까지 충분한 공기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제국주의때와 같은 공기가 형성될지 모르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익으로 표현되는 도쿄시장(맞나?)이 일본에서는 엔터테이너 정치인의 역할에 충실해서 오랜 기간동안 정치인으로 일본인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좋은 정치인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외부적으로는 역사인식에 문제있는 정치인으로 비쳐질지 몰라도.

 

한국에서 일본은 없다 내지 있다라고 표현하지만 일본은 없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말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일본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 몰라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소프트파워로 널리 알려져있고 한국을 몰라도 일본을 모르는 경우는 드물다. 세계에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도 우리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이런데도 한국은 세계에서 아직도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본을 낮게 보는 우려스러운 일도 있다는 염려를 한다. 조선시대에 일본은 없다며 임진왜란을 준비하지 못한 걸 한국인으로 우려하는 시선은 느껴진다. 

 

현재 일본에서 언론은 없다고 한다. 언론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미디어라는 단어를 써서 오로지 수익에만 모든 것을 걸고 있어 진실을 밝히는 언론이 없다고 하는데 약간 갸우뚱해지는 주장이다. 미디어라고 자신들을 지칭한다고 해도 신문의 속성상 그렇게 될 수는 없을텐데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본이라고 정의와 도덕과 기타등등이 개인마다 갖고 있을텐데 말이다.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들여다볼때 그렇게 볼 수는 있어 보인다.

 

객관성이라는 것이 힘들지만 어딘지 상당히 한 쪽으로 편향된 곳에서 글을 썼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독자는 한 쪽의 주장만이 아니라 여러 방향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 정립을 하면 될테니 말이다. 내가 너무 이 책과는 반대방향의 이야기만 들었는지 몰라도 책의 내용은 조금 편향되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일본에 대해 생각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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