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게임 - 어떻게 최소의 위험과 비용으로 목적을 이룰 것인가?
다리오 마에스트리피에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통치(??)하고 있는 동물은 인간이다. 지구를 지배한다고 지구를 내 맘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의 모든 구석 구석에서 거의 유일하게 생존해서 살고 있는 동물인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생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물위에 군림하고 있다.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공존이 아닌 파멸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인간이 감히 동물과 비교가 되고 동물이라고 표현한다면 그다지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그게 사실인 것을. 인간은 동물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영장류에 속하는 동물이다. 실제로 유전적으로 98% 일치한다고 하니 이 정도면 놀라운 유사성이 아닌가한다. 친자확인을 할 때 99%면 무조건 가족이라고 하니 1%정도만 다른 인간은 동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인간이다. 지식을 축적시킬 수 있어 인간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한다. 다른 동물들은 대부분의 지식이 당대에만 통용되고 본능만이 유전되지만 인간은 지식이 사장되지 않고 다음 세대에 넘겨줘서 지식이 축적되고 축적되어 점점 다른 동물들을 능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처럼 본능은 계속 유전적으로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나는 절대로 그럴 일이 없는 고고하게 학식이 있고 동물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엄청나게 착각을 하고 있는 것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동물이다. 차라리, 이걸 인정하고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더욱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스스로 동물같은 행동을 조심하면 되니 말이다.

 

만만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분명히 아니지만 '영장류 게임'을 읽으면 내가 왜 동물인지 깨닫고 내가 하는 행동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현상들이 인간이라고 하는 고등동물이 본능적으로 하는 행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낯선 사람이 존재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움찔하고 상대방을 의식한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며 다른 짓을 하면서 긴장을 해소하려 한다. 대체적으로 핸드폰을 보거나 멍하니 시선을 위로 올리며 숫자의 변동을 지켜본다. 그나마, 아이가 있다면 엘리베이터 안의 훈기가 달라진다.

 

이런, 긴장이 생기는 이유는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헤코지를 할지 모른다는 공포때문이다. 방법은 한 가지다. 상대방에게 눈 웃음을 짓는 것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는 너와 적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면 된다. 한 편으로 여러 명이 함께 탈때는 의식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설마하는 안도감이 방심(?)하게 만든다. 이런 심리 상태와 행동은 인간만이 아니라 원숭이들에게도 나오는 특성이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확실한 반응을 보인다. 서로가 털을 쓰다듬어 주는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인간과 달리 권력 관계가 확실히 드러난다는 점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 명은 복종을 하고 한 명은 다스린다. 서로 털을 쓰다듬는 시간이 다르다. 또한, 자신보다 권력이 있는 상대방에게는 친근감을 표시하며 달려들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이런 행동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발달된(??) 행위를 통해 권력관계를 유지한다.

 

병폐라고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친인척비리다. 우리가 남이가..라 대표되는 이런 문제는 온갖 비리의 온상이라고 하여 없애버려야 할 것이라 다들 생각하고 믿고 있지만 이게 또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다행히도? 불행히도!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하고 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바로 친인척에게 남들보다 먼저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는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사람이 누구겠는가? 내가 전수해 주는 지식을 온전히 인수해서 타인에게 알려주는 사람은 또 누구겠는가?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생존본능이다. 인간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원숭이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행동을 통해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바로 종족 번식과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밝혀 내고 이를 인간에게 적용시켜 보니 인간의 행동이나 원숭이들의 행동이 똑같은 것을 발견하고 이는 인간의 못된 문화와 습성이 아닌 본능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토록, 저주하고 비난하는 우리끼리..는 인간이 지금까지 생존한 본능이다. 우리가 된 사람들은 살아남았고 혜택을 볼 수 있었고 우리가 아닌 사람들은 불행히도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했을찌라도 말이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두 명의 죄수중에 먼저 자백하는 죄수는 벌이 감면되는 것이다. 하지만,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아무런 일도 없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실험이 있었는데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이 죄수들이 어떤 관계이냐가 중요하다. 서로가 모르는 상대인지와 알고 있는 상대인지와 친인척 관계와 같은 연결고리가 강한 상대인지에 따라 죄수의 달레마에서 나오는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일때는 서로 자신이 먼저 살기 위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서로 알고 있는 사이와 친밀감의 상태에 따라 무언의 합의가 오고 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이것은 한 편으로는 인류를 발전시킨 원동력도 된 것이다. 솔직히, 나같은 경우에도 리뷰를 쓸때면 될 수 있는 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출판사에서 보내주거나 책의 저자를 알고 있으면 완곡하게 에둘러 표현한다. 물론, 나도 내 책에 대한 비판도 아닌 비난이 실린 리뷰를 읽으면 어떤 기분인지 알기에 좀 더 완곡한 표현을 하지만.

 

이렇기에 인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서로가 서로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어떻게 하든 이익이 되는 사람들을 알고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정때문에 문제라고 하지만 이건 대한민국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어느 곳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조금이라도 아는 사이가 범죄를 저지르면 그걸 안 사람이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느냐의 여부는 결단과 판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인간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원숭이들도 그렇다. 누군가 보고 있는냐의 여부에 따라 원숭이들은 행동이 달라진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현대는 워낙 수 많은 인간이 살아가고 있고 수 많은 시선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 수 밖에 없다. 도덕적인 행동도 결국에는 타인을 의식하기에 하는 행동이다.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도덕적이다. 과거에는 얼마든지 타인의 시선이 없는 곳이 수없이 존재했고 타인의 의식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인간들이 존재했다. 지금보다 더 난잡하고 도덕적이지 못한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지금은, 인간들이 서로가 서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을 갖고 있어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더욱 친인척에 의지하게 되는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고도의 지능이 있기에 원숭이들처럼 행동을 관찰해서 쉽게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분명히 원숭이들과 차이가 없는 행동을 한다. 더욱 교묘해지고 지능적으로 발달된 그들만의 암묵적인 혜택을 서로 주고 받을 뿐이다. 너무 노골적으로 하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권력을 갖고 있어도 쟤가 살아야 나도 살고 쟤를 키워줘야 나도 그만큼 보다 편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정하기 싫고 분노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그걸 인정하고 받아주자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처벌하고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알고리즘에 의해 프로그램밍되어 저절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면 인간은 발전하지 못하고 또 다시 동물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욱 살벌하고 피 튀기는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으로.

 

인간이 교활하고 잔인하게 자신과 친인척을 위한다는 아주 악한 본성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 아니다. 영장류는 선하지도 나쁘지도 않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은 태어날 때 부터 존재하는 것이고 이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주고 본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는 배우고 이를 통해 인류의 발전에 어떻게 개선시킬 지에 대해 연구해서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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