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 - 컬럼비아대학교 인간성향 대탐구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토리 히긴스 지음, 강유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에서 출발했다. 심리학은 철학에서 출발했다. 철학을 알면 심리학을 알고 행동경제학을 파악할 수 있느냐가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답변해야 할 듯 하다. 철학에서 출발했다는 것일 뿐이다.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은 인류 역사를 돌아 볼 때 얼마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존의 학문의 바탕을 두고 과학과 통계의 발달로 폭발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미처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인간의 행동을 밝혀내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밝혀냈다. 그 무의식은 의식의 집합체이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모르고 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인 경험과 지식과 인격의 총합체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구에 사는 수십억 인구가 모두들 똑같이 행동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해도 특정한 조건하에 인간의 행동은 몇가지 특성을 보인다.

 

이런 특성들을 구별해서 몇 가지 특징들로 구분해서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분야이다. 현재로써는 재미삼아 볼 수도 있지만 어느정도 인간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밝혀내는데 있어 큰 진전이 있었다. 나조차도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몰랐는데 새롭게 제시되는 이 분야의 글을 읽으면서 '아하!'하게 된다. 내가 하는 행동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는 것들도 누군가 나에게 슬쩍 '넛지'를 들이밀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안다고 해도 딱히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최소한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분명히 큰 힘이 될 것이라 본다. 심리학에서 인간의 행동에 대해 더 연구한 분야가 행동경제학이라 할 수 있는데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결정들은 돈과 연결되어 있고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버젓이 저지르는 우둔한 행동을 밝혀내어 그 무서움을 알려주었다. 혹자는 부자들은 그렇게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주장을 하는 글을 내기도 했지만 부자라고 해서 딱히 달라질 것은 없다. 똑같은 인간이라는 전제는 달라지지 않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 행동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전파(?)되었고 사례등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어 새로운 것보다는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부분과 어떻게 연결해서 알려주느냐가 책마다 다소 다른데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는 드디어 행동경제학에서도 더 세부적이고 색다른 접근과 시도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규명하는 작업이 진전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는 알려준다.

 

책을 읽으며 처음에는 솔직히 그런 점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에서는 주구장창이야기하는게 바로 성취지향과 안정지향에 대한 이야기다. 성취지향은 사람과 안정지향인 사람은 어떻게 다른지를 알려준다. 성취지향이 좋은 것이고 안정지향은 나쁜것이 아니라 이 두 성향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너무 장황하다 싶을 정도로 길고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단어로 인한 착각때문인지 성취지향은 긍정적이고 안전지향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성향에 따라 성취지향인 사람도 있고 안전지향인 사람도 있다. 더구나, 성취지향인 사람도 안전지향인 행동을 할 때가 있고 안전지향인 사람도 성취 지향인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달랑 두가지 성향으로 구분하고 규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 두가지 성향을 근거로 인간의 행동을 변별하기 위한 필터링으로 보는 것이다.

 

책 초반에 자신이 성취 지향인지 안전 지향인지에 대한 테스트가 있다. 당연히, 나는 안전지향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고 테스트도 안전지향으로 나올 것이로 여겼는데 막상 해 보니 1점이 더 성취지향으로 나왔다. 다소 의외였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1점 차이라 두가지 성향이 다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평소에 이랬다 저랬다하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이럴때 흔히 중도라는 표현을 쓰는데 생각해보면 정치적이나 사회적이나 투자적인 측면을 따져볼 때 성취쪽으로 갈 때도 안전쪽으로 갈 때도 있는 것을 보면 맞게 나왔다고 할 수 있지만 몇 개 되지도 않는 질문에 따른 결과라 재미로 봐야 할 듯 하다.

 

성취지향이냐 안전지향이냐에 따라 설득하는 방법이 다르고 제안하는 방법이 다르다. 무조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상대방의 성향을 알고나서 그에 따른 작전을 짜 설득을 한다면 그만큼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최선을 다해서 설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잘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안전지향인 사람에게 진취적인 미래를 제시하면 안되고 성취지향인 사람에게 안전한 점을 부각하면 설득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성취지향인 사람에게는 무엇인가 얻을 수 있는 점을 부각해야 하고 안전지향인 사람에게는 손해보지 않는 점을 부각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런 방법이 아니라 성취지향인 사람에게 손해 보지 않는 점을 이야기하거나 안전지향인 사람에게 무엇인가 얻는 것을 이야기하면 힘들다. 한편으로는 성취할 수 있는 부분에는 얻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보수적인 성향에는 손해보지 않는 점에 포커스를 맞춰서 설득하는 방법을 펼쳐야만 된다.

 

기존에 행동경제학에서 실험했던 사례들은 인간의 행동이 특정 환경에서 대부분 사람이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결과를 발표하며 인간이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이 책 후반부의 이야기이자 이 책의 제목인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가 부제로 달려있는데 기존 행동경제학에서 한 실험에서 부족한 것은 각자의 성향에 따른 행동을 설명하지 않아 불안전하다는 것이다.

 

반쪽짜리 실험이 되었고 그에 따른 결과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어보니 일견 맞는 말이다. 성취지향이냐 안정지향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현재의 환경이 성취지향이나 안전지향이냐에 따라 결과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설득되었다. 솔직히, 기존 행동경제학의 설명에 대해서도 의문이나 의구심은 전혀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새롭게 다른 관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다 세부적으로 심리학도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큰 집단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이지만 각자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예측불가능인데 그걸 몇 몇으로 규정짓고 한정해서 설명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존재할텐데 이렇게 약간만 조건을 달리해도 다른 의견 - 기존의 실험과 결과가 틀렸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 이 나올 수 있다. 인간이란 참으로 심오하고 대단한 존재라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정한 후에 그에 맞는 실험과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비판도 할 수 있을 듯 하다.

 

책에 나온 설명을 실생활에서 적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상대방에게 이끌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인간이란 복합적인 사념의 덩어리라 예측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어도 이런 것을 알고 사람을 만나고 협상을 하고 설득한다면 엄청나게 다른, 아니 미세하게라도 다른 차이를 이끌어 낼 것이라 본다. 도대체, 인간의 행동을 파악하고 그 원인까지 파고 들어간다는 것은 참 재미있지만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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