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수업 -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김소향 옮김 / 인빅투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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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오래 되어 기억도 나지 않지만 저자의 전작인 '인생수업'을 읽었다. 나름 자기계발류 서적들을 읽어나가면서 확장할 때 '행복한 이기주의자'을 비롯하여 그런 종류의 책을 함께 읽었다. 지금 되돌아 생각하면 그런 책들은 전부 나라는 사람에게 좀 더 집중하는 책이였고 타인보다 내가 더 우선이라는 책이였는데 여전히 사람들은 지금이나 그때나 나라는 사람에게 집중하기보다는 타인을 의식하며 살고 있다. 

 

지금은 그 책들을 읽었다는 기억만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히 나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한편으로는 나중에 누군가 - 아마도, 세이노였던 듯 - 그런 책은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달려가야 하는 시기에 그런 책을 읽으면 아무래도 목표에 집중하고 달려가기보다는 멈추게되니 말이다.

 

이번에 '상실수업'을 읽기 전에 저자가 죽었는지 몰랐다. 더구나, 이 책을 집필하고 있을 때 이미 투병중에 썼던 것이고 어느정도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다고 하니 이 책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어야 하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라 할 수 도 있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사람들은 다음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부정 - 분노 - 타협 - 절망 - 수용 이 다섯 단계를 통해 식구들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다섯 단계로 나눠져 있지만 단계별로 차례 차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단계가 갑자기 나타나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 특정 감정이 뜬금없이 나타난 다음에 다른 감정은 겪지 않고 인정하는 단계로 곧장 직진할 수도 있다.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노력을 할 수는 있겠지만 죽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는 각자 자신만의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익숙해 질 수 있다. 나이와 함께 주변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사망소식을 듣게 되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내 주변에 정말로 친한 사람중에는 아직까지 돌아가신 분이 없다. 책에서 언급되는 식구들만을 - 친구들이나 가까운 지인들도 있지만 - 한정했을 때처럼 식구들중에 나보다 먼저 돌아가신 분이 아직 없다. 축복이라고 하면 축복일 수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말고는 내가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경우가 없어 솔직히 그 감정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른다. 어떤 감정인지. 평생 알고 싶지 않는 감정이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굳이 미리 예측하고 감정을 대처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때가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에 대처하면 될 것이라 본다.

 

그렇다 해도 점점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만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도 나이를 먹는다는 의미라서 점점 의미있는 분들의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의외로 담담하기도 한 면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정말 친한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친척형이 갑자기 죽고(고등학교때라) 교회에 식구들을 다 알고 있는 녀석이 자살을 했을 때도 딱히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그런 자리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 지에 대해 곤란해 했지만 곧장 수용이라는 단계로 넘어간 듯 하다. 또는 부정이라는 단계에서 생각이라는 것을 깊게 하고 싶지 않으니 수용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내 인생에 있어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이 아직까지 늘 내곁에 있기에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 본다. 사실,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미리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한다. 한편으로는 곧장 수용할 것 같다. 내 성격상.

 

엄청난 상실을 겪게 되는 것이다. 식구의 죽음은. 식구의 죽음이 아니라도 엄청난 상실을 겪게 되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이런, 상실을 어떤 식으로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 책에서는 소개하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사례가 소개된다. 자연스럽게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한 사람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뜻하지 않게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식구들은 감정을 준비하고 대처할 틈도 없이 사실만이 나에게 온다. 이럴 때 바로 부정, 분노, 타협, 절망중에 하나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그 감정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억지로 극복하려고 하지 말고 그 감정에 바닥까지 가서 충분히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낀 후에야 비로소 다음 감정으로 넘어가거나 수용이라는 최종단계에 갈 수 있다. 억지로 이겨내려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제대로 감정의 치유가 되지 않아 평생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인생에 있어서도 잘못된 길로 가게 만들 수 있다.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 당사자는 몰라도 남은 사람들은 온갖 잡념에 빠져든다. 더 잘해줄껄.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하필 그 시간에 보내거나 만나자고 했을까?등등.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 듯 싶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다.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때 주변 사람들은 어정쩡하게 어설픈 도움을 주려하기보다는 차분히 기다려주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 보인다.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한다. 나같은 경우에도 그런 경우에 할 말도 없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몰라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편인데 고맙게도 그런 경우에 나중에 나에게 그런 행동에 대해 감사를 표할때 오히려 내가 놀랄 때도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곧장 인정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분노하고 부정하고 그외의 감정들이나 생각을 한다고 상황이 변할 것이 없다고 보기에 인정을 하는데 다행히도 감정의 찌꺼기는 남지 않았는데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뜻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정말로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이 없어 어떻게 그런 상황이 나에게 왔을 때 받아들이고 대처할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현재, 상실을 겪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머리에 남지도 않을 것이다. 상실은 준비하고 예측해서 나에게 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내 의지와 노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찾아온다. 책은 분명하게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그렇기에 그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이라고 외면하기보다는 책을 읽어 미리 대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또는 내 주변의 사람에게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내가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하는지 100% 부합할 수는 없어도 비슷하게라도 마음가짐을 갖고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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