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황승식.전현우 옮김 / 살림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번역 된 책을 볼 때는 항상 출판된 년도를 보는 습관이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 온 시기가 아니라 이 책이 외국에서 출판 된 년도를 보면서 이 책에 대한 내용이 언제 세상에 나와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았는지를 보게 되는 것이다. 출판된 해가 오래되었으면 충분히 다른 책을 통해 비슷한 내용이 이미 우리나라에 전파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왜 이제서야 이 책이 번역되어 출판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게 된다. 좋은 책이라면 지금까지 번역되어 출판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도 들고.

 

책이 출판되고 10년이 넘어 우리나라에 선을 보였다. 그 기간동안 충분히 다른 책을 통해 비슷한 사례가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뒤 늦게라도 번역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중에 하나가 저자가 독일인이라는 것이다. 독일의 책들이 많이 번역되지 않았던 시기였고 최근에는 제법 많이 번역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내용을 읽다보니 비록 독일 사람이 지은 책이지만 미국 사례 중심으로 되어있고 저자도 주로 활동한 것이 미국이였다. 약간의 아이러니한 배신감을 느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숫자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숫자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거짓말이 될 수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진실은 분명히 하나인데 진실을 표현하는 방법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사람마다 천차만별이 나온다. 책에서도 언급한 죽음과 세금외에 확실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벤자민 플랭클린이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세금도 확실하지는 않다. 세금을 믿고 내면 안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으로 아는 것처럼 말이다. 피 할 수 없다는 것은 진실이지만.

 

세금마저도 확실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어떤 방법으로 숫자를 제시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숫자를 보고 거짓말을 믿고 진실이라 여긴다. 숫자를 어떤 식으로 가공해서 전달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같은 현상과 숫자를 보고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숫자 자체는 변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통계는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 어렴풋이 아는 것에 대해 명확한 상징을 보여주지만 통계가 바로 사람들을 속이는데 이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통계는 결코 사실은 아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숫자를 대입해서 통계를 가공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믿고 싶은 바를 믿게 만들어 주거나 믿음을 깨는 역할을 한다. 어느 누구도 그 통계가 사실인지 여부까지 따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당연히 맞을 것이라 단순하게 믿는다.

 

통계를 함축해서 표현할 때 사람들은 더더욱 구체적인 것까지 보려 하지 않는다. 통계 자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지만 그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이 생략되거나 배제되고 이야기하기 나름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지적을 받아도 얼마든지 빠져나갈 방법이 이미 그 통계안에 포함되어 있어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고 말할 뿐만 아니라 믿고 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광고가 있다. '한국인 3명 중에 2명은 암으로 사망한다.' 신뢰할 수 있는 공인된 협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갖고 광고한다. 여기에는 생략된 것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는다. 한국인을 65세 정도로 나눈 후에 65세 전에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3명중에 2명이 될까? 65세 이후에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2명이 넘을까? 또한, 65세 전에 사망하는 사람이 3명중에 2명이 될까? 

 

의료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65세 전에 사망하는 사람이 3명 중에 2명이 되었을 것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그런 경우는 갈수록 희박하다. 65세 이후에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의료기술의 발달로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일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 3명 중에 2명은 암으로 사망한다'는 진실이지만 너무 많은 것을 생략한 상태이다. 흔히 말하는 공포마케팅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숫자로 속이는 행위인 것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지라도 숫자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 백분율 자체는 결코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백분율로 무엇인가를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인지부조화와 더불어 사고가 경직되면서 생각을 멈추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믿어버린다. 백분율을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믿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고 숫자로 나타낸다는 것은 믿음을 주는 행동이다.

 

문제는 백분율을 다루는 사람들조차도 백분율을 제대로 이해한 후에 이용하지 않고 자신에게 온 백분율의 숫자를 믿고 더이상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백분율이 아닌 숫자로 표기하면 된다. 100명 중에 10% 사람이라는 표현보다는 100명 중에 10명의 사람이라는 표현을 할 때 듣는 사람이나 표현하는 사람들이나 명확하게 머리속에 인식되고 계산할 수 있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02년도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명확한 숫자로 표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숫자를 보여줘서 사람들에게 신뢰도를 쌓고 믿음을 심어준다. 어느 누구도 직접 계산하려 하지 않는다. 골치 아픈 숫자로 다가온 통계는 숫자 자체가 거짓을 말하지 않았지만 이용하려고 작정한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사람들을 이용하기 편하면서도 설득하기 좋은 방법이 되어 버린다. 단순한 것을 단순하게 보여주기 위해 통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것을 복잡하고 어렵게 보여주기 위해 통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개념에 대한 정의와 방법과 주장에는 큰 공감과 동의를 하면서 책을 읽게 되지만 이를 서술하는 방법은 다소 지겹고 장황하다. 약간은 번역의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 이것도 책에서 언급한 바로 그 이야기일수도 있다 - 핵심만 이야기하면서 넘어가도 될 부분을 너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반복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좀 지겹다. 이미 알려줄 것은 다 알려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반복해서 언급하고 주장하고 검증하다보니 읽는 것에 대해 인내심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유방암과 에이즈라는 두개의 큰 카테고리로 책의 3분의 2를 채워 넣으면서 서술되다보니 이미 답은 나와있고 그 이유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되돌이처럼 이야기되지만 그나마 남은 3분의 1은 간단하게 핵심적인 내용만 알려주고 있어 머리에 더 쏙쏙 들어온다. 극단적으로 본다면 1부와 3부만 읽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인가를 권하는 사람도 정확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숫자로 권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숫자를 믿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알기 쉬운 표현 방법을 통해 숫자를 이야기하면 서로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확실하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 상태에서 결정을 할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표현한다면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엇인가 감추기 위해 어렵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그게 바로 숫자의 비밀이고 진실이며 확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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