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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 2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평점 :
'푸코의 진자'는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참 재미있게 읽었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그것도 벌서 10년도 훨씬 지난 일이라 그 후로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몇 권 정도 더 읽었는데 읽는데 어려움은 예전만큼 있지 않지만 반대로 예전만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없다. 이번 '프라하의 묘지'는 푸코의 진자와 가장 가까운 책이다.
음모론을 이야기한 책이라 '푸코의 진자'를 예상하면서 저자의 지적 유희를 즐거운 마음으로 쫓아가면 읽으리라 마음을 먹고 읽었다. 예상대로 글은 빽빽하고 쉽게 술술 읽히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데 큰 불편함은 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솔직히 별로였다. 아예 재미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재미읽게 읽는다는 그 감흥은 이번에도 얻는데 실패했다.
이번에는 유대인의 음모론에 대한 이야기다. 서양도 아닌 동양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유대인의 이야기는 단편적이고 약간 편파적일 수 밖에 없는데 특히, 프리메이슨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다빈치 코드'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전부터 '그림자 정부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나도 모르게 믿게 된다.
전 세계를 미국이 지배하고 있다고 하지만 바로 그 미국을 유대인이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실제로 유대인들이 중요한 요소 요소에 위치하고 있고 아주 아주 그럴싸한 배경과 이야기들이 맞물리면서 프리메이슨을 비롯한 유대인의 이야기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과연 정말인가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굳이 꼭 알아야봐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니 사람들은 알아보지 않지만 다들 사실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다빈치 코드를 비롯한 프리메이슨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삼아 꽤 다양한 이야기를 접했고 찾아 봤는데 그 당시에 프리메이슨은 그저 친목단체라는 정도만 내가 알게 되었던 사실이다. 많은 문학작품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말이다.
'프라하의 묘지'는 바로 그 프리메이슨과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거짓말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적으로 음모론자들이 정보기관을 위해 만든 말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프로이센, 이탈리아, 러시아를 비롯한 나라들에서 유대인에게 자신들이 숨겨야 할 것을 떠 넘기기 위해서 말이다.
유대인에게 그런 작업을 한 것은 유대인들이 원래 일반 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유대인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선택한 고리대금업이 여러 사람들에게 안 좋은 기억과 현실을 안겨 준 영향이 아닐까 싶다. 워낙 좋은 일도 하고 사회 곳곳에서 훌륭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유대인들의 고리대금업이 대표적으로 각인이 찍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프리메이슨은 음모론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어 부풀려져지고 분명히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점점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연작식으로 프리메이슨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되면서 사람들은 결국 아니라고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다시 사실이라고 믿고 행동을 하게 되었다.
'프라하의 묘지'는 소설이지만 작가가 분명히 밝히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은 사실이라고 말이다. 그 이유는 프리메이슨을 비롯한 유대인들의 음모론적인 이야기는 실제로는 겨우 100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대대로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프리메이슨이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유럽에서 회자된것은 소설에 근거하면 100년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내에 이뤄진 거짓말이다.
거짓말도 계속 듣고 또 듣고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어느 순간부터 거짓은 사실이 되어 버린다. 진실은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잊혀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이제 거짓을 진실로 믿어 버린다. '프라하의 묘지'에서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책 거의 말미에 이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의식과 몽매함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는데 솔직히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당장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면 관심이 없고 단순히 흥미꺼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도의 관심과 호기심을 가질 뿐이다.
그렇게 유대인들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음모론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프라하의 묘지'는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상당히 호기심을 갖고 책을 읽었지만 그 외 부분에서는 그다지 딱히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저, 예전과 달리 읽는데 큰 어려움없이 읽을 수 있게 된 내 자신에 대한 작은 만족이 이 책을 읽게 된 보람 중에 하나라면 좀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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