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화전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
위앤커 지음, 전인초.김선자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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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마다, 민족마다,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신화와 전설이 존재한다. 신화라는 말을 하면 현실과는 동 떨어진 이야기로 의심할 수 있어도 신화와 전설이 떠 돌던 시대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신화와 전설이 처음 퍼 졌을때는 저잣거리의 아낙네들이 하는 소문으로 치부하거나 재미삼아 이야기하는 흥미거리로 여겨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고 발전하여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소문이 존재하는 것처럼 가장 그럴 싸한 음모론마저 사람들이 동감을 표명하고 믿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은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증거이다. 음모론에 나오는 이야기는 너무 그럴싸하기 때문에 보고 듣는 사람들이 전부 100%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믿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신화와 전설도 당시에는 그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과학이 발달하지 않고 토테미즘과 샤머니즘이 사회를 지배하던 당시라 거기에 맞는 이야기들이 각색되고 윤색되어 전파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위정자들이 자신의 치세와 업적을 자랑하거나 숨기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한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본다.

 

이러한, 신화와 전설은 당시에는 어느 정도 신비감을 주면서 사람들에게 경외감마저 전달했겠지만 시대가 흘러 사실이 아니라 신화와 전설로 구전되어 내려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100% 믿지는 못해도 그랬을 것이라 추측하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것은 현대의 음모론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많은 신화와 전설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실제로는 그리스 신화를 로마에서 이름만 변경해서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그리스 로마신화로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로마의 현명함도 볼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이름 하나만 살짝 얹었을 뿐인데.

 

중국에도 당연히 신화와 전설이 있을 것이지만 그다지 많이 알려진 것이 없다. 중화사상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문화를 자랑하는 중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화와 전설이 많이 퍼지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은 워낙 철학적인 백가쟁명으로 유명하고 삼국지, 초한지등의 역사와 서유기와 같은 스토리들이 많아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신화전설'을 읽어보니 근본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재미가 없다. 이 점이 가장 크다. 오랜 시간동안 살아남은 스토리들은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역시나 사람들이 들으면서 재미있고 교훈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중국 신화 전설을 읽어보니 중국쪽의 신화들은 그러한 스토리 전개가 조금 어설프고 엉성해서 짜임새가 적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몰입도를 많이 떨어뜨려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많은 민족들의 신화에는 비슷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약간씩 달라도 전체적인 얼개는 비슷한데 그렇다면 얼마나 내용의 완성도가 있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더욱 현실성을 갖춘 믿음을 부여하게 되지 않나 싶다. 한편으로는 각 민족마다 비슷한 신화와 전설과 동화가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하는 의문도 든다. 또한, 최초의 유포자는?

 

중국은 대륙답게 스케일이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 것에 비하면 중국 신화 전설에 나오는 내용들은 그다지 스케일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 몇 몇 이야기들에서 나오는 존재들의 크기가 대단하고 정말로??할 정도의 이야기들이 있지만 차라리 무협지가 더욱 스케일이 크다는 생각도 든다고 하면 그래도 신화인데 하는 생각이 들까?

 

중국은 여러 민족들이 섞여 살고 있는 국가라서 각 민족들에서 전해지는 내용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은 되는데 의외로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대표적인 몇 몇 민족들의 신화와 전설들을 교차해서 소개하기도 하면서 그들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저자가 설명하기도 하는데 단순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가치판단을 내리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 부분은 개인적으로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 그냥 신화와 전설이니 내용 전달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말이다. 어차피, 알고 있는데 하면서. 그래도 몇 몇 부분은 그러한 부연 설명을 통해 그렇구나~~하는 점들도 있었다만.

 

책을 집필한 것이 1984년이다. 모든 신화와 전설의 구성이 그런지 몰라도 초반에 신화와 전설을 소개하지만 말미부터는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 소개된다. 흔히 요순시대라고 이야기하는 시대인데 나오는 인물들이 서서히 인간으로써의 역할과 내용이다. 몇몇 사례에서는 여전히 신화적인 내용들이 구성되어 있어도 말도 안되는 인물과 사건은 발생하지 않는다.

 

우공이산도 나오고 - 그 산을 정성이 갸릇해서 신이 직접 옮겨주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 강태공도 나오는데 전설의 인물로 소개되고 의외로 신화적인 인물보다는 보다 객관적인 묘사를 한다. 또한, 백이숙제의 이야기도 나오면서 점점 신화와 전설이 아니라 현재도 제법 쓰고 있는 한자성어나 인물들이 나오다보니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굳이 볼 때 그리스 로마신화의 상상력은 뛰어나고 기발하고 흥미로운 것이 많은데 중국신화전설은 그 보다는 괴기하고 좀 빈약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런 신화와 전설을 중국은 살아있는 사람을 통해 충분히 극복하고 더 번영, 번창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워낙 여러 민족이 섞여 있어 각 민족의 신화와 전설이 널리 퍼지도록 방지한 측면도 있지 않을까 싶다. 

 

늘 듣고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비해 처음 듣는 중국 신화 전설이라 적응하는데 낯설기도 하지만 그림삽화가 있어 보다 괴기스러운 장면들이 직접 연상되어 친숙(??)하기도 한데 가장 가까운 중국의 여러 신화와 전설을 알게 되어 그 자체로도 꽤 괜찮은 읽기가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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