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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 ㅣ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평점 :

넬레 노이하우스는 다른 나라에서의 상황까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작가이다. 상당히 많은 책이 팔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딱히, 대단한 스릴러적인 요소나 추리적인 요소가 박진감있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근 조근하게 하나씩 이야기가 전개되며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난 작가로 보인다.
유럽쪽의 추리소설이 미영소설보다는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것인지 몰라도 긴박한 요소는 드물어도 생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천천히 하나씩 밝혀지며 전개되는 이야기에 서서히 녹아든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에서 범인이 누군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이다.
추리 소설은 범인을 끝가지 꽁꽁 숨겨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지적 대결을 벌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지 찾아봐라는 페이크를 쓰기도 하면서 범인과 주인공의 추리 싸움뿐만 아니라 독자와 작가의 추리 게임도 함께 연계되어 진행된다고 할 수 있는데 넬리 노이하우스의 소설은 그런 요소보다는 살인이 벌어진 그 동기에 대해 더 집중하고 그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소설의 주인공인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딱히 대단한 능력자라고 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보다는 형사라는 직업을 갖고 직업적인 활동을 할 뿐이지 여타의 추리소설처럼 대단한 추리능력과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저, 형사로써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행동한다는 느낌을 가질 정도이다.
주인공이라 표현했지만 딱히 보덴슈티인과 피아가 주인공이라 하기에도 뭐할 정도로 다양한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고 작품마다 두 사람의 비중도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이런 스토리가 갖는 힘이 바로 넬리 노이하우스가 우리나라에서 사랑을 받는 힘이 아닐까 싶다. 줄거리가 탄탄하게 구성되어 하나씩 연결되는 것이 말이다.
지금까지 읽은 작품중에 가장 방대하고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깊은 상처'로 보인다. 솔직히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끝까지 각 개인의 파악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구분하지도 못했다. 막연히 도둑이 잡혔다정도로 소설을 읽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한 가족의 인물이 총 출동을 하니 비슷한 이름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니 도대체 헛갈려서 포기했다.

'깊은 상처'는 나치 시대의 그림자가 여전히 독일 사회에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 일본과 달리 독일은 철저하게 자기 반성을 통해 지금의 국가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고 나치와 관련된 것을 국가적으로 금지하고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과거에 대한 반성이 주변 국가들에게 인정을 받고 독일 특유의 국민성까지 더해서 과거와 다른 좋은 나라가 된 듯 하다. 특히, 유럽은 워낙 자기들끼지 크고 작은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져 어지간한 전쟁은 평안한 나날이 지속된다는 표현까지 쓴다고 하니 우리와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하고 지나간 것과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지나온 시간은 갈수록 점점 무엇인가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치상황에서 앞장서 활동하고 좋은 기회를 가졌음에도 자신의 모든 과거를 깨끗히 지우고 이에 반하는 인물들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부 제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여 사회의 덕망있는 인사로 다시 태어나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상한 척을 한 인물에 대한 까발림은 살아온 세월만큼 거대하고 치밀했다.
계속적인 연쇄 살인이 일어나고 추가적인 살인이 발생하면서 동일 인물의 살인인지에 대한 추리가 벌어지면서 서서히 과거의 행적이 하나씩 밝혀지며 경악할만한 추악한 감춰졌던 현실에 관계된 여러 인물이 각자 자신의 살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건은 더욱 꼬이기만 하는 이야기에 작가의 노력이 대단한다는 느낌을 가졌다.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있다. 물론, 현실과 달리 소설은 작가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니 말이다. 꼭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다들 그래서 잘 되었답니다는 식으로 결말이 되어 읽는 독자로써도 안도의 한 숨을 쉬게 된다. '깊은 상처'는 우리와 달리 독일에서는 여전히 과거에 대해 반성을 하려 한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어 주는 소설이고 추리적으로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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