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 마녀의 탄생, 마녀축제, 마녀 재판과 화형의 역사 또는 슬픈 추방자들을 위한 자유의 이야기
쥘 미슐레 지음, 정진국 옮김 / 봄아필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책이 재미없거나 내가 아직 잘 몰라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둘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한다. 전혀 생소한 분야의 책을 읽을때면 머리에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익숙한 내용이나 개념이면 그다지 어려움 없이 집중하고 책의 내용에 젖어들 수 있는데 평소에 전혀 접하지 않는 분야는 읽어도 잘 안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모르고 안 읽은 분야는 여전히 무궁무진하고 읽어도 모르는 것들은 더욱 많다. 그러다보니 이 책처럼 평소에 전혀 읽어보지 않은 분야는 읽는데 좀 불편하고 어색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읽는데 있어 안 읽히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읽으면서 재미가 없었다. 새로운 지식을 알기 위해 읽은 측면이 분명히 있을텐데 영~~ 나에게는 재미가 없었다. 불행히도.

 

'마녀'라는 책을 선택한 것은 호기심이 동했다. 중세부터 내려오는 마녀의 개념과 어떤 식으로 마녀가 생성되고 발전되고 악용되었는지를 알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런 면을 속 시원히 밝혀주는 책이라 여기며 선택을 했지만 내 생각과는 달라 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인 쥘 미슐레는 1798년에 태어 났으니 이 책의 이야기인 마녀에 대해 그 어떤 사람보다 더 생생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해 줄 것이라 여겼다. 마녀가 사라 진지 지금과 비교해서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 여전히 그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을 시대였으니 더욱 적나라하고 솔직하고 이야기할 것이라 봤다.

 

더구나, 이 책은 마녀에 대한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 마녀로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일반인들이 써 먹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 더욱 마녀에 대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면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분명히 그런 면이 나오기는 하는데 내 생각과 달리 보다 편협적이고 세밀한 이야기가 많았다. 보다 거시적인 스토리를 원한 내 마음과 달리 말이다.

 

번역의 문제라기보다는 저자가 상당히 내용을 위트있게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배배 꼬여 이야기를 하니 읽으면서 혼동도 된다. 분명히 저자는 카톨릭에 대해 냉정한 시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부정하는 시선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마귀는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초 자연적인 현상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부정해야 할 듯 한데 그건 그렇지도 않다.

 

분명히 마녀로 몰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마귀가 들린 사람들에 대해 설명을 할 때는 아무리 봐도 그 존재를 믿고 있는 상태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의 존재도 믿고 있다는 뜻이 될 듯도 한데 뉘앙스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은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위선적인 종교인들에게 대한 이야기가 핵심으로 보인다.

 

초반에 마녀가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설명할 때는 영주들로부터 시작을 하지만 마녀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과 어떤 식으로 마녀로 몰리고 처형과 화형을 당하는지에 대한 설명에서는 수도원들과 수녀들이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이용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한다. 심지어, 책에서는 성스러운 수도원과 수녀들이 아니라 아주 음탐하고 세속적이고 막가파식의 이야기가 도배된다.

 

마녀는 어떤 이유로도 갖다 대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불에 탈 때 소리를 내도 소리를 내지 않아도 마녀라고 규정할 정도이니. 그런데, 걔중에는 죽고 싶어 마녀라고 고백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스스로 죽는 것은 힘들고 용기가 필요하니 그런 식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판단도 든다. 살아있는 것이 고통이고 저주인 경우라면 죽음이 그 여인에게는 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시대였으니 말이다.

 

책에서는 사바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데 정확하게 다가오지는 못했지만 난잡한 파티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듯 하다. 모든 것이 억압된 세상에서 사바에서는 어떤 사람과도 자유롭게 무엇(??)이든지 가능했다. 특히,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대에 남자와 여자가 서로 눈이 맞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는데 이를 통해 마녀라는 개념이 처음 통용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마녀는 지금과 같은 나쁜 의미보다는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억압된 심리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던 듯 하다. 굳이 따지면 우리의 무녀의 개념으로 시작되어 점점 마귀에 사로잡힌 여인으로 치환된 듯 하다. 그러면서 점점 수도원들의 주교와 교황의 역할을 빼앗아 가기 시작해서 역습을 하게 된다.

 

또한,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방법으로 마녀로 몰아 여론을 변경시키거나 자신의 노리개로 갖고 놀다가 마녀로 모는 등의 치졸한 짓을 서슴치않고 한다. 그것도 당시의 권력자로 할 수 있는 주교들과 주교가 되는 영주들에 의해서. 특히, 수녀들이 당시에는 음란한 문제로 마녀로 지목된 경우도 묘사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읽는데 재미는 없었는데 얻은 지식은 있었나 보다. 마녀라는 개념자체와 어떤 식으로 이용되었는지는 알았지만 그 보다 조금 더 세부적인 내용을 알게 되었다는 정도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도 어느 순간 불쌍한 여인을 갖고 놀고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마녀로 지목되었던 20대 초반의 여인에게 사람들의 여론이 달라져 '말도 안 된다'며 수도원까지 몰려 들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로부터 점점 마녀로 처형되고 화형되어 처벌을 받는 경우는 사라졌다. 그것이 1700년대 초반이라고 한다.

 

중세 시대에 의사와 법집행인들은 악마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치부되었다고 한다. 인간에 대해 신이 아닌 인간이 치료하고 판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 실제로 신이 아닌 가진 자들이 못 마땅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거나 나눠 가져야 하니 말이다. 뭐, 그렇게 마녀는 서서히 실제하지 않고 개념만 남았다.

 

문제는 이 개념이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녀는 이제 없다. 자신이 마녀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서워하지 않고 웃는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제는 마녀로 지목하고 정신적인 화형을 시켜려 한다. 마녀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 마녀는 사라졌지만 마녀는 여전히 존재하고 배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과 법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의 암울하고 불행한 역사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 곳곳의 마녀들은 도대체 무엇때문일까? 비교할 수도 없이 과학과 법이 발달하고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말이다. 마녀로 지목된 사람들보다 마녀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더 문제였던 것과 같이 지금도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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