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지배 - 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는다
존 앨런 지음, 윤태경 옮김 / 미디어윌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입으로 음식을 먹는다. 혀 끝으로 온 갓 맛을 느끼고 음미한다고 한다. 정작, 코가 막히면 맛을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우리 인간에게 느끼는 모든 것은 결과적으로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혀로 맛을 느끼고 음미한다고 말하지만 하나의 수단일 뿐 정작 모든 것을 통제하는 건 바로 머리이다. 

 

 

미각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인간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머리에 있는 두뇌라고 할 수 있으나 워낙 방대하고 정교한 두뇌의 활동을 인간은 인지하지 못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뇌에 대해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도 인간의 두뇌에 대해 밝혀야 할 것은 끝이 없다. 인간은 뇌를 함부로 실험할 수도 없으니 더더욱 쉬운 과제는 아니다.

 

책의 제목인 '미각의 지배'는 책의 내용은 다소 동 떨어져 있다. 원제가 The Omnivorous Mind인데 우리나라 말로 하면 잡식성 마음이라 표현할 수 있다. 이 원제가 내용에 더 가까울 수 밖에 없는데 우리 인간은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는 이빨과 식성을 가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고 지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다양한 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음식이다. 음식은 다른 동물과 개체와 달리 인간을 지구에서 살아남게 만든 원동력중에 하나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타 개체와 달리 무엇이든지 먹는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먹고 탈이 없으면 먹어 생존하는 인간의 생존본능은 어마 어마한 종족 번식의 능력까지 가져다 준다.

 

'미각의 지배'는 문화인류학을 바탕으로 음식에 따른 인간의 인지능력과 역사를 돌아보고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책이다. 우리는 바삭한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바사하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바삭함은 맛있다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간이 먹는 것 중에 바삭한 것은 곤충이다. 깜짝 놀랄 일이지만 '정글의 법칙'이라는 예능 프로를 보면 알 수 있다.

 

현대 문명과는 동 떨어진 종족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어김없이 곤충을 별미로 먹는다는 사실과 함께 보기와 달리 일단 먹으면 한결같이 맛있다고 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는 것과 달리 곤충은 식감이 훌륭하고 인간에게 새로운 에너지마저 준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곤충을 먹지 않는 문명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인간들은 곤충을 먹을 때 바삭한 그 느낌을 잊지 못하고 바삭한 음식에 환장을 한다. 또한, 곤충을 못 먹는 것이 아니라 곤충을 먹는 것에 대해 협오를 할 뿐이다. '정글의 법칙'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언제든지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고 단백질 음식이다.

 

이제 인간은 곤충의 바삭한 맛을 익혀 먹을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터득하여 다양한 음식을 갖고 바삭한 느낌을 내고 있다. 맛과 상관없이 단지 바삭한 느낌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그 음식이 맛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걸 보면 곤충이 상당히 맛이 있는 음식인가 보다.


 


인간이 현재와 같은 잡식성 동물(?)이 되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다. 인간의 뇌는 상당히 크다. 이러한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동물을 섭취하기 전 인간은 두뇌를 풍부하게 움직일 만한 에너지를 갖지 못했지만 동물이라는 고 에너지를 섭취하면서 드디어 인간은 두뇌를 활용하기 시작하여 다른 개체를 압도하는 개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현대인들은 그토록 많은 고기를 먹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먹는 것 이하로 두뇌를 활용하고 있어 에너지가 발산되지 못하고 몸에 축적되어 비만해지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뚱뚱한 사람을 비하하는 내용이 될 듯도 한데 - 나도 과체중이니 뭐.. -  여하튼 고기 섭취를 통해 인간의 몸에서 상당히 큰 영역을 차지하는 두뇌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점점 자극적인 맛을 찾는다. 어릴 때는 전혀 먹지 못하는 매운 맛을 커가면서 먹는다는 것은 매운 맛에 길들여지고 강요받아 익숙해 진 후에 매운 맛이라는 자극을 통해 더욱 쾌락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음식과 섹스는 상당히 깊은 연관관계가 있다. 많은 매체와 영상에서 음식과 성적인 표현을 동일시하고 사람들을 자극한다. 

 

매운 맛을 먹을 때 내는 자극적인 소리는 성적인 신음 소리와 연결시켜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광고도 많이 볼 수 있다. 매운 맛은 현대인에게는 쾌락을 의미하고 갈수록 어지간한 자극에는 무덤덤한 사람들에게 갈수록 매운 맛은 인간의 두뇌를 자극하고 더 큰 욕구를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른다.

 

많이 먹어 살이 찐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인간에게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달리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음식은 입으로 먹지만 맛을 알게 해 주는 것은 두뇌이고 두뇌에서 먹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조절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생존을 위해 인간은 더 먹으려고 하는 존재이다. 배가 불러도 미리 몸에 쟁겨 놓아야만 위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여러 학자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고로, 비만은 생존본능이 더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고대의 아름다운 여인은 마른 여인이 아니라 뚱뚱한 여인이였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건 뚱뚱한 여인이 미의 표준이 아니라 부러움의 대상였던 것이 아닐까 싶다. 먹을 것이 부족한 고대에는 고기 섭취도 어려운 상황이고 서로 나눠먹는 문화에서 유독 뚱뚱한 여인은 종족내에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였을까 하는 점 말이다. 이러한 생각이 맞는지는 관련 이야기를 읽어보지 못해 모르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고 관련 이야기가 있지 싶다.

 

우리가 비만을 병으로 점점 여기고 있는 것은 인간이 가져야 하는 에너지 이상을 몸에 간직하려 하니 몸에서 에너지가 삐져 나오는 과정에서 병으로 치환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해 두뇌에게 최면(?)을 통해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까지 비만에 대한 치료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음식을 먹는 것은 음식이라는 맛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정서를 나누고 경험을 함께 하고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 본다. 우리들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대부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특별한 순간이나 상황에서는 기억을 한다. 그래서, 맛을 먹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먹는다는 표현을 하고 분위기 좋은 음식점이 잘 되는 것이라 본다.

 

그 외에 독에 대해서도 나온다.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 독을 뿜거나 씨앗을 남기는데 독이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른 것이 정말로 독이 아닌데도 독으로 인식을 하는 것이다. 음식 맛이 쓰거나 안 좋으면 사람들은 그 음식을 피한다. 문화나 사회에 따라 음식을 대하는 인간에 따라 독을 품은 음식이나 아닌 음식으로 인지를 한다. 실제 여부와는 상관없이.

 

상당히 많은 정보를 '미각의 지배'는 우리에게 선사한다. 인지학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인류학적인 이야기를 음식과 결부시켜 알려주는 것이 흥미롭다. 인간에 대해 알려주는 책은 많지만 조금은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라 음식을 먼저 이야기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해 주니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만든다. 

 

최근에 fMRI를 통해 인간의 두뇌를 관찰하고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직접 확인을 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인간의 행동과 생각의 차이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과 기존과는 다른 관점을 알려주는데 이 책도 인간에 대해 인류학적으로 다양한 것을 읽는 재미가 있다.

 

특히, 우리 실생활과 아주 아주 많은 연관이 있는 음식을 갖고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미각의 지배'라는 제목에 낚여 음식이야기라고 착각하고 책을 집어든 사람들에게 배신을 맛 보게 하지만 그 이상의 지식과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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