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월든'은 무척이나 유명한 책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인지 우리나라에서 유독 유명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월든의 저자가 1862년에 사망했으니 무려 200년이 지나 아직도 이 책이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은 굳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유명하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전부 이 책의 제목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저자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의미는 분명히 아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월든'은 유명해 진 것일까? 어떤 점이 이 책이 나온 이후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였기에 사람들은 이 책을 200년이 된 지금도 꾸준히 읽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사람들의 번역으로 된 다양한 출판사에서 출판하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이라고 하면 본 말이 전도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에 대한 해답은 책 초반부터 나오기도 하고 '월든'을 소개하는 사람들의 소개글을 읽기만 해도 알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갈수록 어딘지 모르게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이 올바른 삶인지 다른 삶은 없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기도 하고, 왜 이렇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렵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정신없이 출근하고 회사에서 내 뜻과는 상관없이 일을 하고 피곤한 상태로 퇴근을 해서 겨우 겨우 하루를 마감하는 반복되는 삶에서 무엇인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산업자본주의 사회로 접어 들며 더욱 대두된 문제다.

 

그에 비해 이 책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런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 동 떨어진 삶을 선택해서 살았다. 단순하게 살았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월든'에서 생활하며 느끼고 겪고 생각했던 점을 책으로 펴 내기까지 하여 자신의 사상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종교를 사람들에게 전파한 것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면 된다는 관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도 똑같은 조건에 똑같은 상황으로 먹고 살아도 누군가는 주체적으로 자신이 결정을 내려 그러한 삶을 선택해 살고 있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은 상황으로 살고 있다면 삶을 바라보는 자세는 엄청나게 다를 수 밖에 없다. 책에서 나온 저자의 삶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삶이 아니다. 저자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당시에도 많았을 것이다. 그 차이가 크다고 본다.

 

자신이 선택한 삶이였고 어느 정도의 학식까지 갖춘 인물이 도시 생활의 - 당시의 도시 생활이라고 하니 그다지 감이 오지 않는다만 - 번잡함을 벗어버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월든'이라는 호수에서 농사를 지며 자급자족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였지만 한편으로는 분명히 언제든지 자신이 이 삶을 청산하고 다른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머리에 품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삶을 운명이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지만 저자에게는 여러 삶 중에 하나로 선택해서 살았던 것이다.

 

실제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평생을 '월든'에서 정착해서 살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 있어서 특정 기간에만 '월든'에서 살았고 그 살았던 기간도 전체 삶에서 보자면 아주 작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가 속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마도 내가 지탄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 저자는 '월든'에서 살다 책 말미에 사정으로 월든에서 나왔다고 표현을 한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되기에 괜히 한 번 언급한다.

 

솔직히, 이 책이 유명하다는 이유로 읽기는 했지만 어떤 내용일 것이라고 예측은 가능했는데 실제로도 그 예측을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책은 그런 이유로만 읽는 것은 아니기에 끝까지 읽었다만 마지막 50페이지는 상당히 고민을 했다. 끝까지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책을 읽기는 했지만 엄청나게 지루했다. 저자가 '월든'에 살면서 경험하는 것을 비롯한 소소한 일상과 생각과 삶을 자세에 대해 정말로 자세하게 썼다. 어찌보면 별 것 아닌것 같은 사소한 일에도 상당히 사실적이고 세부적으로 묘사하면서 썼는데 읽어도 읽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는 점이 대견하다는 심정일 정도다. 

 

이 책은 많은 유명한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고 있는 책인데 그 유명한 사람이나 이 책에 소개된 그 유명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어느정도 무엇인가를 성취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은 현실에서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이렇게 자급자족으로 살라고 하면 도저히 못한다.

 

여전히 물욕으로 가득차 있는 나에게 물욕을 버리고 자급자족으로 살라고 하면 옳은 말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은 선택하고 싶지 않은 삶이다.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도 않고 말이다. 귀촌이나 귀농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귀촌이나 귀농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좀 더 나이를 한 20년 넘게 먹으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적당히 안분지족까지는 아니고 무소유까지는 아니라도 될 수 있는 한 내 삶에서 과하지 않을 정도로 산다고 보는데 - 이건 보는 사람에게 따라 워낙 차이가 크다만 - 그것마저 버리고 '월든'이라는 곳에서 살라고 하면 난 절대로 반대한다.

 

유명한 사람들이 이 책처럼 버릴 것을 버리고 '월든'과 같은 곳에서 - 속세를 벗어나?? -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들은 정작 그러한 삶을 선택하지 않고 여전히 좋은 옷과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이 책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진정으로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 얼마가 소요되는지까지 하나씩 다 계산하고 자신이 '월든'에서 사는 삶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까지 전부 계산하고 더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살았던 사람이기에 그런 점을 존경해야 하지만 이러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그런 이야기 하는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싶다. 그렇다면, 직접 하면서 동참을 호소하던가 말이다.

 

이 책의 글에 대해서도 칭친과 화려한 미사여구로 칭소하지만 읽는데 좀 지루했다. 어쩌면, 초록은 동색이라고 저자만큼은 아니라도 나도 느릿하게 살고 있는 편이라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조금은 건방진 생각도 든다. 열심히 치열하게 하루 하루를 사는 사람에게는 어느날 '월든'을 읽고 크게 깨닫는 것이 있고 '내가 그동안 잊고 있었다'라는 독백을 하면서 다시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볼 수 있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내 삶을 돌아보기는 해도 책에 나온 관점에서 돌아보지는 않아 그런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내가 읽은 출판사의 번역으로 된 '월든'에서는 열여덟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처음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유명하다는 사람들이 외치는 이야기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도 첫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고 점점 갈수록 지루하고 읽는 것이 고단했는데 마지막 이야기에서 다시 흥미롭고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는데 한 편으로는 마지막 이야기는 그 앞 전까지 한 이야기와는 다소 상관없는 이야기로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월든'에서 살아오고 겪고 느끼고 생활했던 것을 열심히 세밀하게 이야기했는데 뜬금없이 철학적인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한다는 투로 이야기해서 말이다.

 

감히, 내가 세계에서도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영감을 불러 일으킨 책에 대해 이렇게 미주알 고주알 떠드는 것을 넘어 삐딱한 시선으로 쓰게 되어 부담이 되지만 누군가는 이런 생각도 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일방적인 소통에 비해서는 진정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스스로의 정당성을 괜히 부여하면서 끝을 맺는다.

 

참,, 그렇다고 책이 결코 읽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책은 분명히 읽을 가치가 있다. 특히, 현재 정말로 열심히 방향과 목표를 잃고 앞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 정도는 쉬어가며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다. 내가 삐딱하게 바라봤어도 책은 내용은 좋고 200년이 되도록 사람들에게 선택된 이유가 분명히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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