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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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모습은 당연히 아니지만 무표정도 아닌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김상중이라는 사람의 눈길에 내가 벗어날 수 없어 이 책을 읽었다고 하면 좀 낯간지럽지만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과 재일교포 2세으로써 겪는 정체성에 도쿄대학 교수라는 특이성(??)까지 결부되고 책의 두께까지 합쳐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유혹이 든 책이다.

 

책 제목인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들은 살아간다. 그런데, 살아간다는 것을 포기하거나 두려워 하거나 물음표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에서 3월 11일 - 동일본 대지진 후 일어난 일련의 대사고 - 이후에 벌어진 사고로 일본 사람들이 혼란해 하고 인생이라는 무엇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책이다.

 

흔히 이런 책들은 이렇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거나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들과 달리 이 책을 시작하며 확실한 실마리를 바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혀 있는 글을 보면서 속으로 깜짝놀랐다. 보통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데 반해 이토록 자신있게 이야기를 하다니 하면서 말이다.

 

3월 11일 이후의 일본에서 벌어지는 심리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듯 하지만 그 보다는 자신보다 먼저 삶을 끝내버린 아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공교롭게도 그 직후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들아~! 이래서 살아야 한단다'라고 말이다.

 

책은 200페이지 밖에 안 되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고 생각해야 할 것들로 가득차 있어 휘리릭~ 읽지도 못했지만 계속 되씹어 읽어야만 할 책이다. 굳이 분야를 나누자면 철학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어렵고 현학적인 용어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질리게 만들지 않고 진지하지만 조근 조근하게 양해를 구하면서 이야기하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책의 전체적인 면을 갖고 독후감식의 글을 쓰는 것보다는 한 단락 한 단락이나 한 장 한 장씩을 아니, 한 문단씩 글을 해체하며 곱씹으면서 저자가 이야기한 내용에 덧붙여 내 생각을 하나씩 주석달아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그러나, 딱히 주석을 달거나 내 생각을 따로 적어야 할 이유는 그다지 크지 않는 것은 저자의 생각에 많은 부분에서 동의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다시끔 돌아보게 되었다.

 

 

일본 소설가 소세키와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글을 전제로 저자가 생각하는 걸 주로 엮은 후에 막스 베버와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인 빅터 플랭크의 사상까지 합쳐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전달해 준다. 

 

책의 구성이 '행복론의 종언'으로 시작되어 '사람은 왜 살아가는가' '왜 이토록 고독한가' '다섯 가지 고민거리(돈,사랑,가족,자아,세계)' '고민으로 둘러싸인 시대' '진짜 자기를 찾는다는 것'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살아갈 근거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인생이 던진 물음에 답한다'으로 맺는다.

 

워낙 하나씩 이야기를 하고 떠들기 좋은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중에 하나인 '진짜 자기를 찾는다는 것'만 아주 잠시 언급을 하자면 현대인들은 진짜 자기를 찾으려고 하지만 진짜 자기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불행하고 힘들다고 한다. 나라는 한 개인은 이미 세상에 태어나 삶을 살고 있는데 거기서 진짜 나를 찾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가짜이고 무가치한 존재라는 의미가 되어 버린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행복할 수 있다. 진짜 자기를 찾는다는 것은 나라는 본질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거꾸로 헛된 욕망을 쫓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든지 그것은 전부 나이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맞게 적응을 하고 보이는 모습은 달라보일 수 있지만 말이다.

 

하나 써 봤는데 관련되어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들이 많아진다. 책을 읽을 때도 그런 일이 많았는데 솔직히 책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꼭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그냥 읽고 넘어가도 하등 문제가 없다. 아니, 읽으면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울림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것으로 족하다고 본다. 꼭 표현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책의 모든 내용을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나온 문장이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해서 적어 놓는다.

 

"하지만 행복은 추구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노력해도 안 된다는 허무주의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 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는 것.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고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는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는 것.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 같은 건 없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당하게 쌓아 나가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는 저절로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 등등. 이러한 '태도'가 아닐까요.


이것들은 우리가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경우의 '태도'입니다만,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는 어떤 사회나 세계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할까요. 그것은 '존엄'이라는 것이 의식되는 사회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유일성'이나 '일회성'이 의식되는 사회입니다. 이런 것들이 사회를 재검토할 때 기본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사람을 상품화하여 물건처럼 취급하는 시장경제의 존재 방식이나 사람을 이름없는 군중으로 바꾸고 공공영역을 생략해 버리는 직접 접근형 사회의 문제에도 새로운 빛이 비칠 것입니다. 또 공공 영역뿐 아니라 해체되고 있는 가족이나 지역이라는 작은 공동체에서도 새로운 숨결이 살아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복의 변신론에 의한 행복 방정식을 바꾸는 것이 불가결합니다. 그렇게 해나가는 과정에서 행복 방정식을 자신에게 적용하여 자신은 틀렸다고 생각한다거나 자신은 비참하다고 생각하는 '자기 추방'형 사고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새로 생겨난 사회 안에서 '거듭나기'의 인생을 오래오래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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