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경제학 - 상식이 그리운 시대, 인문학으로 풀어보는
한성안 지음 / 팩컴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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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딱히 써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책의 내용이 나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책을 읽으며 내용이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다 읽고 나서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내용의 리뷰를 써야 할 지 망막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차라리 책의 내용이 나쁘면 그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쁘기 때문에 차라리 할 말이 많다. 이상하게도 책의 내용이 좋은 경우에 이럴 때가 종종 있다.

 

'블로그 경제학'은 나에게 그런 책이다. 책을 읽으며 호불호가 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지만 나에게는 좋은 내용이였다. 평소에 생각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것도 많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이런 사람을 봤나~~'하는 부정적인 시선보다는 주류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반대의 시선을 받을 지라도 내가 내리는 판단은 더 적절하다고 보는데 막상 리뷰를 쓰려고 하니 막힌다는 느낌이 아니라 굳이 리뷰를 쓰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내 안에 체득되어 소화했다는 느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런다고 내가 책에 나온 내용을 전부 이해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100% 소화하거나 책에서 언급하거나 다루는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즉각적으로 와 닿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일부의 내용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도움이 되고 평소 가치 판단과 부합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나 어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에서 언급한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학파'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 하지만,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신고전학파가 더 도움이 분명히 된다 - 정확하게 진화 경제학이라 불린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진화 경제학은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정확하게 그런 용어를 갖고 내용이 전개된다는 것은 미처 연결시키지 못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경제학자는 베블린이다. 그런 후에 슘페터와 케인즈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미국에 종속되어 있어 신고전학파의 신자유주의 사상이 당연하게 지배하고 있지만 유럽쪽으로 가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경제학을 전공했거나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그렇게 알고 있는데 이 놈의 신고전학파의 이론은 좋게 보면 잘 먹고 잘 살자인데 일정 수준에 이르면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모든 사람이 다 잘 먹고 잘 살자가 된다면 좋겠지만 인간의 본성은 누군가는 더 잘 먹고 잘 살게 된다. 누군가는 남들보다 못 먹고 못 살게 된다. 이런 일들이 벌어질 때 어떤 가치관과 경제학 사상과 세계관등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고 현실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큰 일이 벌어지게 된다. 어차피, 못 살 때는 조금이라도 더 잘 살게 되면 만족하기에 나보다 더 잘 산다는 것에 대해 모르고 넘어가고 인지하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정당한 의무와 권리가 실행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목격하게 된다. 체념하고 순응하는 걸로 받아 들이느냐, 변화를 위해 노력하느냐에 대한 선택이 남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목격을 하지만 그 상황에 대한 가치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감정만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고 본다. 

 

이미 매트릭스는 완성이 되었고 그 매트릭스를 더욱 확고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매트릭스를 지켜야만 한다. 다른 매트릭스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사람들은 살아간다. 몇 몇 사람이 알고 있지만 워낙 소수의 의견이고 외침이라 아직까지는 전달되지 않지만 서서히 전달되고는 있다. 과연, 제대로 전달되어 우리가 살고 있는 매트릭스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가득하지만 말이다. 

 

블로그 경제학의 저자인 한성안씨는 네이버에 파워 블로그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영향을 주고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중에 파워 블로그는 극 소수라 한성안씨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주류에서는 벗어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영항력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와는 다른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미, 주류 경제학에 젖어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볼 수 있다. 심지어, 이런 불순한 사상을 갖고 있다니 할 수 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먹히는 좌파라는 명칭을 즉각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래도, 사회가 발전해서 이제는 빨갱이라는 말은 아껴둔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옳은지의 판단은 자신이 알고 있고 배운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 책은 어쩌면 끼리 끼리 읽고 말 수도 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주류 경제학은 신고전학파가 득세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반 사람들이 읽고 출판되는 책들은 주류경제학을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이다. 편향된 책을 읽는 것인지 몰라도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읽어보면 주로 이책에서 언급한 주류경제학을 비판하는 걸 보게 된다. 이 괴리감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그만큼 현재는 과도기적 상황이 아닐까도 싶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이라는 단어에는 어떤 경제학을 배워야 더 이익이 되는지에 대한 의미가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니, 주류라는 단어를 쓰는 것일테니 말이다. 점점, 주류 경제학이라는 단어가 밀려날 수도 있다. 우리가 언급하는 주류경제학은 전 세계에서 다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용어이고 언급이고 사상(??)이다.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얼마든지 주류경제학이라 불리는 것이 소수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쓴다는 것에 그런 감정이 들었나 보다. 이상하게 딱히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책에 언급되는 내용들 자체 보다는 책에 나온 사상과 관련된 생각만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이게 불온 사상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렇다고 진화 경제학을 완전히 신뢰하고 전적으로 믿고 있지는 않다. 경제학자가 아닌 나는 주류경제학에 따른 현 시대상황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노력해야 하는 지극히 평범하게 노력하고 있는 한 개인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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