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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 책을 통해 다양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인문학에 대해 공부하는 이유는 우리는 사람이고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 본다. 역사를 통해 사람들이 한 행동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이고 철학을 비롯한 소설을 통해 인간의 고민과 존재이유와 고민을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책이나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고도 그만큼의 수준(??)에 오를 수 있는 직업군중에 죽음을 목격하고 주변 사람들을 봐야 하는 의사와 온갖 인간군상에 대해 봐야만 하는 법분야의 사람들이 있다고 본다. 이들은 굳이 책을 통한 간접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늘 만나고 부딪치는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에 대해 배우게 되고 알게 되고 만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의식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밖에 없다.
법무법인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태평양 법무법인의 파트너라고 하니 관련 분야에서는 유명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태평양이라는 이름이 친숙해서 일 수도 있지만 분명히 태평양 법무법인은 내가 이름을 기억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한, 이유로 아주 아주 약간의 선입견을 갖고 책을 볼 수도 있었는데 책의 내용은 인간들로 가득차고 넘친다.
법이라고 하는 차갑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인간이 아니라 따뜻한 피를 간직하고 인지상정을 갖고 부드러운 눈길로 타인을 바라보는 한 명의 변호사와 다수의 주변 인물들이 보이는 책이 바로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이다. 변호사 생활을 벌써 20년 넘게 했으니 얼마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사정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을 것인가는 경력만으로도 느껴진다.
법이라는 것은 나랑은 완전히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살았고 실질적으로도 문제가 있은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법이 꼭 필요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한 일이 법을 알아야만 했고 법원에도 가야만 하는 일이라 저절로 법에 대해 공부정도는 아니라도 알정도는 - 내가 알아야 하는 분야에서 - 대략적으로 어설프게 봤는데 돌이켜보면 법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아주 잘 한 행동중에 하나라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비록, 내가 법을 꼭 써 먹어야 하고 법을 통해 일을 해결하려고 한 것은 단연코 아니지만 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게 컸다. 모르던 세상을 알게 되어 이로 인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는 표현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꼭 써 먹지는 않아도 사전에 미리 미리 대비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저, 민법정도를 대략적으로 봤는데도 그랬다.

책의 저자인 조우성씨는 오래도록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온갖 더러운 일들과 욕심이 팽배한 사람들을 봤을 것이지만 책에서는 대체적으로 사람들만 나온다. 이상하게 인간이라는 표현보다 사람이라는 표현이 좀 더 정감있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책 제목처럼 만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줄 사람을 원했고 조우성씨가 바로 그 사람이였다.
민사사건부터 형사사건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변호사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담담하고 이성적으로 풀어 낼 수 있지만 정 반대로 정감있고 사랑채에서 안주상을 놓고 지난 추억을 아름답게 회상하면서 이야기하듯이 전달해 준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꼭 법적인 지식이 없어도 읽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게 말이다.
단순하게 한 개인이 겪은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특별하고도 특수한 경험을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 하나 하나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오래 시간동안 자신에게 인상깊었던 것만 발췌해서 추려냈을테니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만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몇 몇 에피소드는 내용 자체뿐만 아니라 평소에 궁금하던 내용이 법적으로 어떤 식으로 해결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내용증명까지 나와 있어 더 재미있게 읽었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법적으로 알려주고 있어 얼마든지 응용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몇 몇 에피소드는 뉴스에서 봤던 그 사건이라 더욱 흥미롭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사건인지에 대해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읽을만한 내용들이다.
좋은 변호사의 조건은 잘 듣는 것이라고 한다. 이건, 꼭 변호사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직업이나 위치나 나이나 성별을 갖고 있어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책을 읽는 이유도 타인의 생각을 잘 듣기 위해서이다. 이번에는 조우성이라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잘 들었고 재미있었고 좋았다.
관련은 없지만(클릭)


협찬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