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앤디 워홀을 너무 빨리 팔았다 - 예술가, 컬렉터, 딜러, 경매회사, 갤러리의 은밀한 속사정
리처드 폴스키 지음, 배은경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예술 분야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미진한 분야가 아마도 순수 미술계통일 것이다. 음악은 들으면 되고 여러 곳을 통해 저절로 듣게 되지만 순수 미술분야는 그렇지 않다. 꽤 여러 경로를 통해 알게 모르게 미술을 보게 되지만 아무래도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접하는 일이 드물다. 그나마, TV미술관이라고 하여 KBS에서 하는 걸 보는 편이지만 워낙 늦은 시간이라 보다 잠들기도 하고 다시 보려해도 이제는 저작권으로 볼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는 뉴스를 통해 접하거나 흥미위주의 내용으로 도난 작품을 찾고 훔치는 소설같은 장르를 통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질적인 장소이자 판타지와도 같은 일이라 여겨진다. 가끔 유명인들이 전시회를 열거나 그림을 그렸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하는 것이 미술에 대해 알게 되는 얇디 얇은 지식이 아닐까 한다. 정작, 미술관같은 곳을 통해 미술작품을 구경한 것은 극히 드물다.

 

예술 전반적으로 조예가 깊지 않기도 하지만 어딘지 미술은 특히 더 어렵게 느껴진다. 무엇이든지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지만 미술같은 경우에는 신기하게도 뒷 배경이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만 제대로 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실제로 미술 작품같은 경우에는 미술 학풍이나 역사에 대해 좀 공부를 한 후에 그림을 봐야 제대로 감상을 할 수 있는거도 같다.

 

이러다보니 저절로 미술은 그만큼 가까이 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펼친다. 그런데, 미술은 시각을 자극하기에 막상 보게 되면 음악보다는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음악은 다른 것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어 집중을 굳이 꼭 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미술은 다른 행동을 하면서 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본다는 행위에서 더 재미가 있는 측면도 있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 미술에 대한 이야기나 미술 작가나 작품에 대한 역사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조금은 자극적이고 어딘지 끌리는 '나는 앤디 워홀을 너무 빨리 팔았다'를 집게 되었다. 이 책은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미술 작품을 팔고 팔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지니스에 대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투자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에 미술 작품 투자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책을 읽었다. 그 책은 여러 작품을 소개하며 어떻게 미술 작품이 돈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했다면 이 책은 그런 미술 작품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고 경매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지는 지의 궁금증에 대해 속 시원히 현장에서 활동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미화되지 않고 까 발리고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읽으면서 책에 나온 사람들이 전부 실명이가에 대해서였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점, 나쁜 점, 위선적인 점, 허풍 치는 점등에 대해 솔직하게 담고 있어 실명인지에 대해 가장 궁금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실명으로 한 듯 했다. 실제, 책 소개를 읽어도 실명으로 쓴 것 같았다. 내가 확실하게 아는 이름은 실베스타 스텔론 정도였지만.

 

저자는 이 책 전에 자신이 얼마나 어렵게 앤디 워홀의 작품을 손에 넣게 되었는지 설명한 책을 출판했었나 보다. 이 책은 반대로 그렇게 어렵게 넣은 앤디 워홀의 '깜짝 가발'을 너무 쉽게 팔아 치운 후에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깜짝 가발'을 다시 구입하기 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하지만, 실제로 그 구입과정은 그다지 길게 설명되지 않고 그 과정동안 미술시장이 어떻게 변화되고 가격이 결정되어 팔리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지하게 실려있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은 결코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라 미술작품을 갖고 어떻게 비지니스를 하는지에 대한 책이라는 점이다. 읽다보면 일반 투자 세계와 전혀 다를 바가 없게 느껴진다. 투자 세계에서도 뛰어난 투자자는 있지만 전체적인 투자 싸이클에 따라 고점과 저점이 반복되는 것처럼 이 책에 묘사된 시절은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를 통해 모든 가격이 절정을 치 닺고 있던 시대에 미술작품 역시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가격에 거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길지도 않은 1~3년 동안 가격이 몇 십배까지 뛰어오르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술 작품의 감상을 위한 구입보다는 투자를 위한 구입을 넘어 아예 투기를 위해 구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측면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과연 그들이 미술 작품을 순수하게 감상 관점에서 구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저자가 이혼과 더불어 바닥부터 다시 출발하기 위해서 미술 작품 비지니스 현장이 변화되는 시점에 정확하게 뛰어들어 변화의 흐름을 캐치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에게 거래를 성사시키는 모습은 일반 경영서적을 보는 것과 같고 미술 작품들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모습은 일반 투자에서처럼 강세장과 약세장에 따라 거래 가격이 달라지는 것과 똑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책이 시작할때 '깜짝 가발'을 35만 달러 정도에 팔았던 저자가 책 말미에 다른 사람에게 그림 두점을 중개한 후에 하나를 경매시장에 내 놓아 240만 달러에 파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얼마나 시장이 과열되었는지 알게 해 주는 인상적인 모습이다. 투자에서도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은 하지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처럼 너무 일찍 팔아 후회는 해도 미쳐가는 거래 시장에서 이성을 찾고 냉철하게 대처하는 저자의 자세는 읽으면서 좋게 보였다.

 

결국 금융위기로 모든 자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너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고 거의 원래 가격으로 '깜짝 가발'도 돌아 간 것 같지만 - 팔려고 내 놓는 사람이 없어 호가만 존재하기에 - 싼 가격에 매입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보면 어쩌면 그렇게 투자세계와 닮았는지 놀라울 정도다. 실제로 미술 작품 거래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은 투자 세계에서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미술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어도 결국 작품을 보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생각만 하고 선뜻 책을 집어 보지 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런 책을 부담없이 하나씩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가 30년이나 미술 시장에서 살아남았기에 작품을 보면 그 즉시 작품성을 알아보고 미리 미리 사기도 하고 거래도 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 한 번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한다. 미술 책을 읽고서는 이렇게 동 떨어진 이야기라니 말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미술 작품에 대한 투자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라 - 공교롭게도 미술 관련되어 읽은 책 2권이 다 투자 책이였다 - 일단 미술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읽어 봐야 겠다. 예전에 입시시험을 치기 위해 미술 과목을 공부하기는 했지만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느끼려 해도 아는 것이 없으니.

 

 

제 서평 있는 예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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