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왕자 - 오르페우스호의 비밀 안개 3부작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름 부르기 어려운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첫번째 작품이 '안개의 왕자'라고 한다. 시폰이라는 케익때문이지 자꾸 사폰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시폰이라고 읽게 되는데 '안개의 왕자'는 내용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다수 포함되어있다. 무엇보다 판타지 요소가 들어 있는 것이 가장 흥미를 끄는 요소가 아닐까 한다.


'안개의 왕자'라는 표현이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지지만 여기서 말하는 안개의 왕자는 아주 나쁜 놈이다. 안개가 미지의 것을 보여주고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자연현상이듯이 안개는 우리에게 몽환적인 분위기를 피우지만 일상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현상이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좋은 것이 없는 게 안개이다.


그래도, 안개의 왕자라고 하면 - 일정부분 표지의 그림에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하지만 - 왕자라는 표현때문에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이 들게 되는데 이 책에서 안개의 왕자는 청소년들에게 소원을 들어준 후에 그들의 젊음을 빼앗아 영생을 누리는 존재로 나온다. 소원을 들어 준 후에 자신이 내리는 명령을 시행하라고 하는데 하기 힘든 명령이라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안개의 왕자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놓게 되는데 이러한 에너지를 자양분 삼아 영생을 하고 있는 존재다.


누구에게나 소원은 존재한다. 소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사람이기를 거부한 존재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룰 수 있는 소원이건 이루기 힘든 소원이건 소원은 사람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현실이 힘들어도 소원을 꿈꾸며 참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소원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


희생을 강요하거나 동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원에 걸맞게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책을 읽는 시간을 택하거나 TV를 보는 시간을 택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가 나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소원을 이뤄준다는 제안에는 단호히 거절하는 것이 맞겠지만 인간들은 알면서도 관심을 보이는 것이 속성이다.


그렇게 안개의 왕자는 다양한 아이들의 에너지를 공급받아 살아 왔지만 어느날 이를 단호히 거부하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되고 이 아이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그 마수를 뻗고 잠시 잊었다고 생각하고 소멸되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 오래도록 에너지를 집중해서 다시 소원에 대한 약속을 이루기 위해 안개의 왕자가 나타나고 우연히 바닷가 동네로 이사 온 아이가 알게되면서 함께 엮이고 풀어내는 내용의 책이다.


첫번째 작품이라 그런지 담백하게 거의 직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안개의 왕자라는 판타지 요소가 섞여 있어 이를 읽는 재미도 있다. 보다 치밀하게 내용 전개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깔끔하다는 장점도 있다. 군더더기 없이 이런 저런 쓸데없는 내용을 전부 거둬내고 돌직구처럼 전개되는 맛이 있다.


향후에 작품을 더 읽어 봐야 알겠지만 2편을 읽었는데 2편 전부 표면적인 주인공은 10대 초반의 아이다. 실제적인 내용의 주인공들은 20대라 할 수 있고. 실제로 이 '안개의 왕자'도 청소년 문학제와 같은 곳에 제출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다만, 자신은 청소년 작품이라는 것을 따로 읽어 본 적이 없기에 굳이 청소년 작품이라는 구분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는 했지만.


소설치고는 책의 부피도 얇고 내용도 부담없이 가볍게 약간의 추리소설, 약간의 판타지 소설, 약간의 성장 소설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늘 그렇듯이 악마의 제안은 늘 달콤하고 향기롭다. 그에 따른 결과는 언제나 최종적인 결론은 안 좋지만. 그렇다고 쉽게 거절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가는 소원이라면 거절하는 것이 좋다.




저자의 최대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책(클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