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 누구나 알아야 할 재정 이야기
김태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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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고 하는 돈이 있다. 네돈도 내돈도 아닌 돈을 말할 때 쓴다. 길거리에 떨어진 돈을 보면 아주 정확한 말이 될 수 있을까? 누구든지 먼저 보는 사람이 그 돈의 주인이다라고 말할 수 는 없다. 그 돈의 주인은 분명히 있다. 다만, 그 돈의 주인은 현재 무주공산이라는 표현처럼 먼저 발견한 사람의 양심에 따라 내 돈이 될 수도 있고 원래 주인의 돈이 될 수도 있다. 돈의 액수에 따라 양심도 변하게 마련이다. 큰 돈이라면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만 작은 돈이라면 그다지 양심의 가책같은 것은 전혀 꺼릴 것이 없게 된다.

 

이처럼 공돈임에도 공돈이 아닌 경우가 우리에게는 많이 일어난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회사 비품을 구입하거나 회사돈으로 무엇인가를 할때 주인의식을 갖고 내가 내돈을 쓸때처럼 쓰는 것이 아니라 평소보다는 과감하게 지출을 한다. 이러한 돈의 성격은 내 돈도 아니고 네 돈도 아니라는 느낌이 강할 때 일어난다. 이런 대표적인 돈이 바로 국가의 돈이다. 분명하게 그 돈은 나에게서 나온 돈이지만 우리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성격이 강한 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돈은 써도 써도 티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돈을 지출하는 국가입장에서도 그다지 티가 나지 않는 이유는 한 군데에 왕창 몰아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군데에 나눠주는 돈이다보니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돈을 받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윤리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의 돈과 성격이라 꺼릴 것이 없다. 이 돈을 받는 개인의 입장에서도 얼마되지 않다보니 못 받아서 난리일뿐이다.

 

근본적으로는 이 돈을 받는 대상자들이 기업윤리와 양심에 맞게 행동하고 돈을 받으면 좋은데 어디까지나 이론으로만 생길 수 있는 상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 돈을 지출하는 정부가 최대한 잘 계획하고 효유율적으로 한다면 가장 근접한 정답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요원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직접 일을 하는 사람과 일을 맡기는 사람의 차이가 있기도 하지마 그보다는 일을 맡기는 사람이 내 돈이라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하지 않기때문이다. 내 돈을 직접 투자하거나 무엇인가 한다면 결코 할 수 없는 멍청한 짓을 당당하게 저지르는 것이 바로 국가의 돈이 갖는 성격이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감시하는 단체를 만들어 감시를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제재와 간섭을 받지 않는 성격의 감시 단체라면 공정하게 국가의 정책에 따른 집행비용의 효율적인 심사를 할 수 있고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단체는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하는 한계는 존재하겠지만 바로 그 사명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동인이 되어 사람을 움직이기도 한다.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정책과 관련되어 말로만 떠들고 뉴스로만 접했던 분야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경제학자가 경제적으로 정책적으로 최대한 가치판단은 제외하도록 노력하면서 잘잘못을 따지고 구체적이지는 못해도 대략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평소에 자주 접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들여다보는 분야가 아니라 책 내용이 쉽지는 않다. 그다지 어려운 내용이라 할 수 없을 것도 같은데 -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들이라 - 막상 읽어보면 상당히 까다로운 내용이라 술술 읽을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 글도 빽빽히 지면마다 채워져 있어 흥미롭게 읽기보다는 찬찬히 하나씩 읽으면서 그동안 뉴스로만 접했던 내용들에 대해 보다 깊고 폭 넓게 읽으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국가는 내돈을 어떻게 쓰는가'에서 가장 잊지 않을 내용은 -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자가 새롭게 쓴 내용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내용인 듯 하다만 - 먼 미래에 딱 10만명정도만 살아남아 다른 지구를 찾아 가는데 100년이 걸려 냉동이 되었다가 깨어나면 3일 동안 과거에 대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경우에 사람들은 자신이 과거에 부자였는지 가난했는지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부자라면 문제가 없지만 가난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를 감안해서 현재의 부를 최대한 공평하게 나누는 판단을 내린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현재 복지에 대한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어 보였다. 부자가 자신의 부를 제대로 나누지 않으려 하는 이유가 - 가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 자신이 절대로 가난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가난해 질 수도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자신이 가난해질 경우를 대비한 선택을 분명히 할 것이라 본다. 그것이 결국에 자신에게 가장 큰 이득이 될 선택이니 말이다. 위의 예에서 3일후에 자신이 부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에 따라 후회를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경제, 경영, 투자와 관련된 책을 읽기는 했지마 사실 정책과 관련된 책들은 거의 읽지를 않았다.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지만 피부로 크게 와 닿지 않는 분야라 그런 것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읽는 것이 결코 쉬운 독서는 아니였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지분야의 이야기과 정책집행에 따른 예산을 비롯한 재정에 대해 많은 공부가 되었고 영향을 받게 된 듯 하다. 솔직히, 이미 어느정도 생각을 했지만 그 생각들이 구체적인 데이터와 사실에 따른 생각이 아니라 대략적인 것이라면 이 책을 통해 보다 공고히 다져졌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현재 우리는 복지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서구사회에서 점진적으로 펼쳐진 복지가 대한민국의 역동성만큼 압축적으로 펼져지다 보니 더욱더 급박하게 돌아가 그런 측면이 있어 보인다. 신구세대의 갈등으로까지 언론에서 부추기는데 자신의 부모들에게 가는 혜책을 막을 자식들이 없고 자신의 손자손녀들에게 가는 혜택을 반대할 할아버지, 할머니가 없을텐데도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면 뜬금없이 보수나 진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수구골통이나 빨갱이까지 나오는 것은 근본적인 핵심을 빗겨나간 이야기로 보인다.

 

혜택을 보지 말아야 할 사람까지 가는 혜택때문에 정책을 집행하지 않는 것보다는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이 혜택을 받게끔 하는 정책이 맞아 보인다. 그러면서 올바르지 않은 시행에 대해 조절을 하는 것이 정말로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올바른 정책으로 보인다.

 

서로 자신의 돈을 내놓지 않으려 하면서 혜택만 바란다면 결국에는 파탄이라는 결과만 남을 뿐이다. '국가는 내돈을 어떻게 쓰는가'에서도 이러한 복지와 정책에 대한 올바른 갈 길을 여럿 보여주는데 읽는 사람에 따라 가치판단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책이 재미는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말랑 말랑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지만 조금만 더 쉬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뉴스을 통해 어렴풋이 알았던 내용들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특히, 손가락이 가르치는 지점이 아니라 손가락을 이야기하거나 침대붕소하는 언론들의 이야기에 오인하지 않도록 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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