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도서관 -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같은 공간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알베르트 망구엘이라는 작가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보르헤스라고 하는 유명한 작가가 눈이 점점 멀어 더이상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황에 왔을 때 망구엘이 그에게 책을 읽어주었다고 한다. 그 후에 망구엘은 본인도 세계에서 알아주는 작가가 되었다고 하니 거장은 거장을 알아본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위대한 스승 밑에서 위대한 제자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일인듯 하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는 책을 통해 알베르트 망구엘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인상깊었는지 머리속에 남아 있어 이 책을 보고 작가의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히 그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알베르트 망구엘이 맞았다. 책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하고 읽게 되었는데 정확하게는 책보다는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도,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만의 도서관을 갖고 싶어하는 소박한(??) 꿈을 갖는다. 도서관 정도는 힘들어도 온전히 자신만의 책으로된 서재를 갖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책은 계속 생기고 책을 놓을 때는 점점 사라지면 책을 어떤 식으로 처분할 것인지 내지 자신만의 방법으로 책들을 구별해서 정리할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고민은 행복할 수 있지만 일부 책을 처분해야 한다는 고통을 책 주인에게 안겨주기도 한다.

 

좋은 방법중에 하나가 책 선물을 하는 것이지만 이또한 상대방의 의중이나 책 선호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주는 선물은 무례가 될 수도 있다. 원하지 않는 책을 선물받았으니 상대방을 생각하면 읽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읽고 싶지도 않은 책을 읽어야 하는 괴로움을 선사할 수 있다. 그런 고로 책 선물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유명한 사람들중에는 자신만의 서재를 만들어 본인만의 공간으로 외부세계와는 단절된 곳으로 만드는 분들도 있다. 작가들중에는 자신의 집을 도서관처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밤의 도서관'에서는 독서가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처럼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드는 것은 평생 꿈꾸는 소원중에 하나일 수 있다.

 

망구엘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작가이자 독서가이자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어 꿈을 이룬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의 도서관을 만든다는 것은 흔하다 흔한 건물 하나가 새로 생긴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창의성을 발휘한 공간을 창조한다는 의미가 된다. 기존에는 없는 도서관을 건축할 뿐만 아니라 그 장소에서 자신의 글을 쓴다는 사실은 창조력이 발휘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망구엘은 주로 오전이나 낮에 글을 쓰고 저녁이나 밤에 책을 읽는다고 하니 '밤의 도서관'이라는 표현은 맞는 듯 하다.


'밤의 도서관'에는 최초의 도서관부터 세계의 다양한 도서관에 대해 소개를 한다. 또한, 그 도서관들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의미에 대해 알려주고 역사에 미친 점들도 함께 잊지 않고 적어 놓았다. 자신의 도서관에 있는 책을 하나도 빠짐없이 펼쳐보기는 했다고 한다. 읽어보지는 않았다고 하면서 꼭 읽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한다. 읽지 않은 책들도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상상하게 만들어 준다. 꼭 읽어야 만 책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다. 어떤 책은 그 책의 제목이나 분위기 광고를 읽고 작가의 의도와 쓴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나만의 상상을 펼친다. 꼭 읽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가지 일텐데 그 중에 하나가 상상력을 키워준다고 볼 때 꼭 책을 읽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다면 책을 읽지는 않았어도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책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워낙 혜박한 지식의 소유자라 그런지 대부분의 책에 대한 책이 - 비록 도서관에 대한 책이지만 -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는데 반해 결코 부담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제법 고통을 감내하며 읽어야 한다. 움베르트 에코의 책들이 방대한 지식을 - 삐땃한 시선으로 볼 때 - 좀 잘난체 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서술하는 것처럼 망구엘 역시 자신의 지식을 한껏 뽑내면서 이야기한다.

 

초기 도서관 사서들은 방문하는 사람들을 안내하고 감시도 하는 존재였다고 한다. 지금은 여러 책들을 분류하고 보다 책에 근접한 활동을 한다. 도서관마다 분류를 하는 방법이 약간씩 다르다. 처음 도서관들은 그런 분류가 너무 우후죽순이라 사서들도 찾는데 힘이 들었는데 지금과 같은 분류법을 통해 찾는 책을 찾을 수 있지만 지금도 나라마다 도서관마다 분류를 달리한다고 한다. 실제로 각 도서관을 가면 거의 대부분 비슷하지만 일부 책들은 도서관마다 분류를 달리 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그 부분이 도서관 고유의 정체성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밤의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여러 종류를 설명하는데 공간과 시간의 제한이 없는 전자 도서관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지만 대체적으로 좀 부정적으로 보는데 색다르고 재미있는 도서관이 나온다. 그것은 바로 상상의 도서관이다. 누구에게도 존재를 들킬 염려도 없고 분류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도서관이 바로 상상의 도서관이다. 심지어 그 도서관은 아직 출판되지도 않은 책들도 서재에 진열(?)될 수 있다. 아주 재미있는 발상이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서관이 각 사람에게 탄생할 것이라 보인다.

 

독서가들의 집에는 책들이 꽤 많이 있다. 이들의 집에 어떤 책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관음증적인 재미도 제공하지만 나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책들도 발견할 때의 재미도 선사하다. 특히, 아무렇게나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것 같아도 독서가들은 자기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책들을 요소 요소에 배치한 거다. 또한, 어떤 책이 어느 장소에 있는지 잘 찾는다. 무의식적으로도 책들이 자신의 분류에 따라 배치된 것이다. 그 어느 도서관에서도 볼 수 없는 본인만의 분류법으로.

 

책에 대한 소개를 해 주거나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책이 있는 장소에 대한 소개와 책과 관련되고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개를 해 주는 책이라 색다른 재미가 있다. 다만, 책이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워낙 다양한 민족과 나라와 사람들이 나와 이에 대한 용어의 익숙함과도 서서히 친해지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 작가를 알려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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