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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츄얼 - 일단 움직여라, 마음은 따라온다
신병철 지음 / 살림Biz / 2012년 12월
평점 :

리츄얼(ritual)은 제사, 의식, 절차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자주 쓰는 표현에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흔히, 연인관계인 사람들이 서로 자주 볼 수 없는 장소에 있으면서 연락도 뜸해지면 저절로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점점 식어 결국 헤어질 때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워가는 경우도 있다는 걸 보면 몸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만.
가끔 책을 읽다 책의 표지로 다시 돌아가서 책을 지은 저자가 누구인지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책을 미리 읽어본 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에 저자가 지은 다른 책을 이미 읽었다면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은 저자일 때는 책을 읽다 책의 저자에 대해 다시 한 번 궁금할 때가 있다. 거의 대부분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의미로써.
책은 무척이나 많은 실험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도 하고 있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보다 공신력있게 하는 방법중에 하나가 유명인의 명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이름은 잘 몰라도 어딘지 믿어야 될 것은 같은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이야기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있다.
여러 단락에 걸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관련된 연구를 설명하는데 읽으면서 그 많은 연구를 일일히 다 찾아가며 쓰느라고 고생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마음이 먼저이고 몸은 그 이후에 따라오게 되어있다는 생각과 달리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도 몸이 움직여 하게 되는 경우나 마음과 달리 정 반대의 행동을 하는 경우나 마음이 알아채기도 전에 먼저 몸이 행동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알려준다. 그 이후에 별도 부록처럼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거의 대부분의 지면을 각종 학자들의 실험과 연구결과에 대해 알리고 있어 조금은 건조하다. 분명히 영양분을 섭취하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몸에 영양분이 제대로 골고루 퍼지지 않은 느낌이랄까?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입 안에서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꿀꺽 삼킨 느낌이다. 분명히 몸에 들어온 영양은 내 몸에서 제대로 공급을 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이나 인지심리학과 같은 분야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간결하게 묶었다고 할 수있다. 그런 종류의 책들이 다소 방대하게 미주알 고주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를 한다면 꼭 해야 할 이야기만 꼭 꼬집어 이야기한다. 꽤 많은 심리학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그런 이유로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몸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지금까지 다양한 심리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심지어, 자신이 품고 있는 마음과는 전혀 다른 행동도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데도 본인이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면서, 나는 똑똑하다고 믿고 있고 행동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불행히도 나도.
결코, 마음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맹모삼천지교처럼 몸이 움직여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아니, 오히려 마음과 상관없이 몸이 움직여 사람이 변하는 경우도 많다. 마음은 '멈춰라'고 외치지만 이미 움직이고 있는 몸은 반강제 반의지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박약을 환경이나 상황으로 헤쳐나가는 경우가 많다.
혼자 조용히 독한 마음을 먹고 끝까지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들에게 널리 알려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니 일단 싫어도 해야만 한다. 담배를 조용히 금연하면 혼자 끝날 일이지만 사람들에게 알리면 지속적으로 물어보기에 조금 더 금연 날짜가 늘어 날 수 있다. 다시 피게 되면 또 다시 이야기하는 식으로 자신의 약한 마음을 몸이 먼저 실행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대단한 인내를 지니고 있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아마도, 그런 사람은 소설에나 나올법하다.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들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결심한 것조차도 몇 달은 커녕 며칠도 가지 못해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아무리 뛰기 싫어도 마라톤 출발선에 서면 출발 총성과 함께 뛸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다. 끝까지 완주를 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움직였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그게 바로 리츄얼을 해야 하는 이유다.
난 이제 영어공부를 해야지라는 결심보다는 영어학원을 수강하는 것이 중요하고 새해에는 건강해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헬스장이나 수영장을 등록하는 것이 진정으로 건강해지는 첩경이다. 나도 책 좀 읽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당장 서점에 나가 재미있어 보일 만한 책 한 권을 사서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것이 백번의 다짐이나 말보다 중요하다.
'견물생심'이라는 표현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소변을 하러 화장실을 갔더라도 변기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대변이 마려워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견물생심'이다. 자신의 마음과는 전혀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이는 거다. 물론, 리츄얼의 의미가 의식, 절차가 포함되어 있는것처럼 이 책은 다양한 의식과 절차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곁들여 이야기해 주고 있다.
이 책의 카피인 '일단 움직여라, 마음은 따라온다'는 새해에 가장 적절한 구호가 아닐까 한다. 아무리 다짐과 각오를 해도 소용이 없다.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기 싫어도 움직이면 하게 된다. 억지로라도 하게 되려면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원래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니, 움직이는 걸 싫어한다. 마음이 동할 때까지 기다리면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어'라는 묘비명처럼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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