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주제와 내용은 참 좋은데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에 충실하려고 했는지 몰라도 너무 말이 길고 비슷한 말을 반복해서 하는 점이 아쉽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무한 반복되는 주입은 머지않아 질리고 다른 것을 찾게 만들고 싶은 것처럼 책의 내용이 단 하나의 주제를 위해 엄청나게 다양한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에는 같은 말을 이리저리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어 읽으면서 좀 힘들었다. 계속 집중하며 정독으로 읽어야 하는지 조금은 속도를 높혀 중간 중간은 건너뛰어야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 하여 100% 정독으로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90%이상은 정독으로 읽었다.

 

갈수록 정보의 대량화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정보가 자기에게 올바른 정보이고 도움이 될 것인지 힘들어 지고 있다. 단어 하나를 쳐도 수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알고리즘에 의해 평소 내가 자주 검색하고 관심있는 정보와 연결성을 갖고 보여주기도 하지만 검색업체의 이익에 부합되는 정보가 먼저 등장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참 신기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이 물어보는지 몰랐다. 물어보기 전에 검색을 하면 금방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지식이라는 것이 정보를 얼마나 더 확실하게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마저 들었다. 어떤 궁금증이 있으면 그와 관련된 힌트를 갖고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찾았으나 많은 사람들이 전혀 힌트를 갖지 못하고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착각을 했었다.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도와 시계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인류에게 미쳤는지에 대해 말하면서 정작 그다지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알려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니 당연히 문자와 인쇄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다.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까지 거슬러 올라가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오히려 인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문자가 되어 읽게 되면 우리의 사고를 방해하기 때문이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면 또 틀린 말은 아닌듯 하다. 문자로 되어 읽어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구전되어 우리가 외우고 두고 두고 생각이 난다는 점에서는 떨어졌으니 말이다.

 

인터넷은 온갖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한 명의 똑똑한 개인이 아니라 다수의 개인들이 모여 엄청난 지식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보여주지만 정작 각 개인들은 갈수록 생각하지 않고 말초적인 상황과 감각에 의지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행동을 생각해보니 나도 책은 거의 대부분 정독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읽는 편이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은 쓰으윽~~ 하고 읽을 때가 많다.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집중과 몰입도로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러 사람들의 글을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읽지만 그 사람이 쓴 글을 자세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통으로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게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죄와 벌'이라는 작품을 읽어 본 적은 없지만 그 책에 대해서 아는 체를 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 오류가 생긴다. 정작 내 생각은 갖고 있지 않으면서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아 지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나마 책을 정독하고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보니 인터넷 글을 쓰으윽~~하고 읽어도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쓰고 있는 글이나 타인의 글을 읽는 버릇을 보니 사람들이 블로그등에서 글이 많은 포스트보다는 그림이 많은 포스트들이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사람들이 많이 읽고 댓글도 많이 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어떤 글은 많은 사진과 글이 있는데 거의 대부분 본인의 생각은 없다. 간단하게 글을 읽고 사진보고 다시 글을 읽고 사진을 본다. 이런 글들이 인기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귀찮아서 그렇기는 못하지만 결국에는 이런 것들이 바로 저자가 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로 진득하게 앉아서 읽고 있는 것보다는 대강 보려면 그렇게 긴 글보다는 짧게 짧게 사진과 함께 있는 글들이 더 잘 읽히고 - 이건 뭐 당연하지만 - 지금 사람들에게 잘 맞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깊게 생각하고 한 개인의 제대로 된 생각을 읽고 감탄하고 부러워하기 보다는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것에만 보고 읽으면서 생각한다고 하짐나 정작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며 살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것을 우연히 떠올랐다. 생각을 한다면 도저히 저지르지 않을 행동을 한다. 생각이라는 것에도 다양한 구분이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삶에 대한 인생에 대한 세상에 대한 철학과 맞닿아 있다. 돈을 벌기 위한 고민이나 점심에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다.

 

갈수록 사람들은 똑똑해지고 아는 것이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은 예전이나 다를 바가 없거나 더 적어지고 있다. 실제로 딱히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산다고 어려운 점은 없다. 나도 안하고 너도 안하니 별 무리가 없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조선시대 사람들에 비해 아는 것이 많다고 그들에 비해 지혜롭고 똑같은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여러 연구에서도 컴퓨터를 통해 도움을 얻으면서 과제를 수행한 팀과 아무런 힌트도 없이 과제를 수행한 팀을 비교하면 초기에는 힌트를 얻는 팀이 앞서가지만 서서히 그 차이는 좁혀지고 결국에는 힌트를 얻지 못한 팀이 이긴다고 한다. 특히 이 팀을 며칠 후에 다른 과제를 똑같이 수행하게 했을 때 힌트도 없이 했던 팀이 훨씬 더 훌륭한 결과를 보여줬다고 한다. 공원에서 산책을 한 팀과 복잡한 도시의 도로를 걷게 한 팀이 수행한 결과에서도 전자가 훨씬 뛰어났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똑똑해지고 있으나 오히려 생각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우습지도 않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면서 인터넷을 멀리하라는 이야기보다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현실에서 인터넷을 제외하고 살아갈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 대안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은 책을 읽는것이라 본다. 인터넷에 비해 상대적으로 볼 때 더 집중하고 몰입해서 볼 수 있는 매체(?)가 바로 책이다.

 

나라고 별 수는 없다. 인터넷을 통해 똑똑해 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남의 생각을 내 생각이라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혀 알지 못하면서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읽지도 않았으면서 읽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착각하고 살지만 상대방도 눈치채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