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다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책을 읽는 이유도 사람마다 다르다.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택하는 경우도 있고 재미를 위해 택하는 경우도 있고 심심해서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지식과 지혜와 경험이 책에는 다 있다. 책에 없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것까지 굳이 알지 못해도 큰 지장은 없다.

 

책 읽기의 행동은 누군가에게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삶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유일하게 책은 위안이 되고 아무 말없이 나를 지켜봐주고 나에게 힘이 되어 준 친구였다. 그 존재에 대해 일상에서 책을 읽고 있다 어느 날 여전히 상처받아 힘들어하고 극복하지 못한 시기에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상처와 감정의 기복은 도망가면 갈수록 더욱 더 기를 쓰고 쫓아오게 되어 있다.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극복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끝까지 도망가려 할 뿐. '혼자 책 읽는 시간'의 저자는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1년 동안 1일 1독을 하기로 결심한다. 특별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결정은 아니였다.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결정한 행동이였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고 친구처럼 지내고 많은 것을 함께 공유한 언니가 암으로 먼저 떠난 후 자신을 놓아버리는 힘든 나날중에 내린 이 결정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극복을 하게 된다. 책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만나고 치유를 받고 세상을 더 보게 된다.

 

실제로 1년을 작정하고 1일 1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모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행동이 칭찬받아 마땅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무엇인가에 얽매여 한다는 의무감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은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쉬운 책만 읽을 수 밖에 없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도, 그 과정을 끝까지 해 낸 사람들이 나오고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

 

일본에서도 1년 동안 1일 1독에 서평을 매일같이 올려 유명해 진 사람이 있다. 그러한 일을 하지 않아도 이미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던 사람들인데 그 일로 인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는 이 책의 저자 니나 상코비치가 있다. 1일 1독은 굳이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들은 1일 1독하겠다는 다짐과 의무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1일 1독에 거의 근접해서 한다. 하지만, 1일 1독 1서평을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그렇게 한 사람은 보지 못한 듯 하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마케팅을 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유명해진다. 그러고보니 약간 탐이 난다. 그런 식으로 유명해지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하다. 하지만, 결코 쉽게 판단하고 시작할 만한 이벤트가 아니다.

 

저자에 의하면 하루에 책 한 권을 읽기 위해서는 먼저 300페이지 내외의 책을 선택하고 - 그 이상의 책도 읽기도 하지만 - 한 시간에 본인이 70페이지 정도는 읽으니 4시간정도 책을 읽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추가로 서평까지 써야 하니 이에 대한 시간도 2시간정도는 걸린다고 하니 결코 쉽지 않다. 막상 시작하면 휴일도 있고 명절도 있고 내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 생겨날 때는 불가항력이 될 수도 있고 감기등에 걸리면 계속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에 저자는 해 냈다. 일본에서 한 사람도 결국에는 해 냈다. 다른 점은 이 책의 저자는 주로 오전시간을 활용했고 일본 저자는 새벽시간을 활용했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둘 다 1일 1독 1서평이라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서 성공했다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해도 막상 주변을 잘 찾아보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책을 읽는다고 읽은 책 모두를 전부 서평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읽은 책에 대해 서평을 쓰지만 일정 분량이상의 서평을 쓰는 사람은 또 드물다. 그게 힘들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다.

 

내 서평이 비록 얕고 낮고 완성도 높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대로 서평쓰는 사람들이 몇 시간에 걸쳐 쓴다면 나는 책을 읽은 후에 앉아서 30분 정도 후~~~~ㄱ하고 쓴다. 그래도 지금까지 서평을 올린 후에는 읽은 모든 책에 대해 서평을 일정 분량 이상으로 올렸다.

 

1일 1독 1서평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서평은 책을 읽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작업이다. 심지어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다. 책 내용과는 하등 연관도 없는 서평이 나오기도 한다. 책을 모토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서평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요약본이 아닌 서평은 책 저자의 생각이 아닌 서평을 쓴 사람의 사상과 경험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혼자 책 읽는 시간'에 수록(?)된 글들은 블로그에 올린 1일 1독 1서평이 아니라 중간 중간 자신의 일기 비슷하게 쓴 글이 아닐까싶다. 물론, 매 챕터마다 책 목록과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언니를 잃은 감정과 상처에 대한 극복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책과 잘 조화시켜 글을 쓴 것에 대해 저자의 글쓰기 능력에 감탄했다. 책을 읽는 것과 자신의 일상에서 벌어진 상황과 생각등을 그 책과 연결하여 글을 풀어내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라 보이는데 아주 아주 매끄럽게 연결이 된다. 다만, 번역이라 제대로 저자의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없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저자가 1일 1독 1서평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사람들이 책을 보내 줬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라면서. 그러면 감사하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한다는 점에 많이 공감을 한다. 내가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선물받을 때의 느낌이나 그 책과 관련되어 서평을 올려야만 읽었다는 증거가 되니 더욱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영어로 올리다보니 보다 많은 세계의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책을 다 읽고 저자의 블로그에 가 봤다. 책에서 보면 항상 보라색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바로 그 의자에 저자가 고양이를 안고 아주 두꺼운 책을 펼쳐놓고 정면을 활짝 웃으면서 바라보는 사진을 보니 비록 그 사진이 최대한 설정된 장면이라 할지라도 모든 것을 치유된 것으로 보였다. 책을 읽어 치유가 되었다는 점이 더 대단해 보인다.

 

너무나 기쁘고 희열에 찬 1년이라고 하면서도 1일 1독 1서평은 이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걸 보면 기쁘면서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보인다. 더구나, 주목을 받으면서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없지 않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더욱 더 부담이 되었을 것이고.

 

지난 내 1년을 비교하면 나도 유일하게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작업중에 유일한 것이 책을 읽고 올린 서평이다. 그거 이외에는 누군가에게 내가 한 작업을 보여 줄 것이 없다. 아예, 미션으로 1년에 200권에 도전했으면 좀 더 의미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나도 언제가는 도전해 볼까라는 고민아닌 고민을 한다. 쉽게 시작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막상 한다면 시간조절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러가지 제반사항도 고려해야한다. 이 책의 저자도 휴직을 한 상태라고 한다.

 

하루키가 글을 쓰고자 마음 먹었을 때 사교와 늦잠 자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달리기까지 포기할 수 없어 선택한 결정이라고 이 책에서 하루키의 달리기책을 읽었다고 나오는데 그처럼 무엇인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포기해야만 한다.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그만큼 쉽지 않은 1년의 과정을 통해 치유받았던 저자가 사실은 갑자기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워낙 평소에도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았고 여러 책들을 섬렵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일본도 그렇고 이 책의 저자도 그렇고 1일 1독 1서평을 하면서 한 번 읽은 저자의 책은 읽지 않는다는 법칙을 정했다. 그리고보니 나도 하게되면 그래야겠구나.. 역시, 생각할수록 쉽지 않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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