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 그대로 보면 이스라엘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솔로몬왕 시대의 이야기라고 착각을 할 수도 있지만 당연히 그와는 전혀 상관없을 수도 약간 상관있을 수도 있는 내용이다. 다만, 신기한 것은 이 책의 제목이 '솔로몬왕의 고뇌'라는 점에서 볼 때 최소한 현명한 사람을 솔로몬이라고 이야기할 듯 한데 책표지에 나온 사람이 바로 그 '솔로몬'이라는 착각이 든다는 것이다. 사진은 바로 작가인데.

 

대부분 소설이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서 구술을 한다. 그런 이유는 일단 내용전개하기가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창조한 세계이니 모든 것은 작가의 마음이고 묘사되는 시대나 사람이나 그 어떤 것도 작가 마음대로 얼만든지 변화시킬 수 있기에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서 구술하는 것이 가장 편안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나라는 화자가 등장하여 소설을 이끌어간다.

 

택시기사와 수리공인 주인공이 우연히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우리나라로 치면 '사랑의 전화'와 같은 단체를 운영하는 솔로몬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는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온갖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들어주는 전화를 개설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하게 도와주기도 한다.

 

나이는 80대 중반이니 세상에 대해 지혜도 있을 것이고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정확하지 않지만 세계인구를 40억이라고 하는 걸 보면 30년 전 정도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가 1979년에 사망을 했다고 하니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

 

소설의 제목은 솔로몬이지만 소설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지만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오로지 독학으로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섭렵하고 궁금한 단어는 늘 백과사전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 한마디로 겉으로 볼때는 무식할 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 어느 누구와도 지식으로 떨어지지는 않는 인물이다.

 

우연히 솔로몬과 인연이 되어 그의 부탁으로 단체를 도와주면서 솔로몬과 관계있는 여인을 도와주게 된다. 한물간 샹송가수로 솔로몬의 도움을 받고 있는 인물에게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하룻밤을 지내기도 하지만 따로 애인이 있다.

 

이런 점을 애인에게 설명하고도 애인이 받아들인다는 것에 우리와는 엄청나게 다른 문화를 보게된다. 분명히 지금보다 덜 개방된 예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구나, 실제로 솔로몬과 샹송가수는 서로 30년전부터 사랑해온 관계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지만 여러가지 얽힌 문제를 풀 생각없이 그렇게 세월만 보내왔다.

 

아이가 자라 다시 아이인 노인으로 된다고 하지만 다른 점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한다. 노인이 되더라도 자신의 고집과 아집은 버리지 않는다는 것. 아이들은 싸우고 다시 금방 화해하고 언제 그랬냐는듯이 놀지만 다시 아이가 된 노인은 결코 그렇지 않다. 감정의 실타래를 쉽게 풀지 못한다.

 

심지어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의 감정을 알고 있고 상대방도 그럴것이라 어느정도 눈치를 채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남은 인생이 엄청나게 많은 것처럼 행동한다. 내일 당장 죽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젊은이도 사랑을 하고 노인도 사랑을 한다. 육체가 늙는다는 것이 감정이 없어지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보다 반응속도가 조금 느리고 조금 더 여유있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지 희노애락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잊게 될 때가 많다.

 

이 책에서 말한 솔로몬왕의 고뇌는 결국 사랑이다. 사랑은 자신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자기 혼자 누구를 짝사랑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있는 것이고 짝사랑은 얼마든지 진짜 사랑으로 변할 수 있다. 외사랑은 힘들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은 최소한 인간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죽어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고통이 따른다고 해도.

 

우리는 살면서 사랑할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 사랑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사랑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상에 대한 사랑도 우리를 살만하게 만들어준다. 타인에 대한 증오도 살아갈 동력은 되지만 사랑만큼 우리에게 큰 동력이 되지 못한다.

 

살아가며 사랑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면 불행은 우리도 모르게 저멀리 도망간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그렇게 믿고 살아갈 때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공간이 된다. 사랑도 고민과 번뇌를 가져다 준다. 그래도 사랑을 위한 고통만큼 좋은 고통도 없을 듯 하다. 책에 나온 솔로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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