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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사회 - 솔깃해서 위태로운 소문의 심리학
니콜라스 디폰조 지음, 곽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루머를 우리나라 말로 하면 소문이다. 소문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소문은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올바르고도 긍정적인 소문은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만들고 희망을 줄 수 있지만 부정적인 소문은 많은 사람들을 실의에 빠뜨리고 절망에 빠뜨린다.
문제는 긍정적인 소문보다는 부정적인 소문이 더 많고 파급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정적인 소문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누군가 ~~카더라하는 이야기에는 아무리 굳은 의지를 갖고 듣지 않으려 하고 보지 않으려 해도 귀가 쫑끗하고 눈이 돌아가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밖에 없다. 도저히 의지로만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나에게 한 문장만 준다면 누구든지 감옥에 보낼 수 있다"라는 이야기로 나치 시절에 모든 소문과 언론을 장악하여 나치에게 유리하게 만든 괴벨스처럼 소문은 진의여부를 떠나 사람들에게 믿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런 이유는 바로 그 소문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마~'라는 생각을 한 다음에도 지속적인 노출은 결국에는 '그럴 수 있지'라고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킨다. 이처럼 소문은 진실과 상관없이 인간의 가장 나약하고 사악한 부분을 건드린다.
그 보다 더 문제는 바로 소문의 사실에 대해 굳이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문을 듣고 "걔가?"라고 넘어가거나 "나도 들었는데"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파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정말일까?'하고 진실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 더더욱 소문을 증폭시키고 소문은 어느덧 점점 사실이 되고 있지도 않은 현실을 만들어 내고 사람들을 믿게 만든다.
우리는 점점 그런 소문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너무 많이 보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은 인류에게 크나큰 축복을 주었지만 인간들이 서로 신뢰하고 눈에 보이는 면만을 믿지 않게 만들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진실이 아니지만 그 정도가 심해져서 모든 것을 음모론으로 만들 정도이다.
이러한 이유는 인간이 불확실한 것을 참지 못하는데 있다. 누군가에게는 A에서 B로 가는 것이 당연하고 평범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그러한 여백을 메우기 위해 자신이 갖고 상식 범위에서 간극을 메우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말이 되고 더 설득력을 갖게 되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책에서 자판기 효과라는 이야기를 한다. 자판기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할 때 온갖 소문들이 나 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남자들은 담배를 피면서 사무실에서는 차마 하지 못했던 온갖 회사내의 다양한 소문과 진실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담배를 피면서 한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는 다시 또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며 소문이 힘을 얻고 회사내에서 점점 진실이 되어 버린다.
소문, 뒷담화, 도시괴담, 음모른은 다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결국에 인간이 궁금해 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는 같다. 뒷담화같은 경우에는 사람간의 친밀성을 다져주는 긍정도 존재한다고 한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뒷담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괴담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면서 느끼게 되는 다양한 경험중에 공포적인 요소만이 부각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에 떨게 만든다.
소문으로 힘들어하는 유명인들이나 회사와 관련되어 다양한 사례가 나오는데 이런 소문을 들었을 때 즉각적이고 획실하게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면 부정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예인들과 관련된 소문이 나돌 때 해당 당사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당사자는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굳이 나서서 오히려 더 키울까봐 조심스러워 그런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이킨다.
대부분 그런 경우에 즉각적으로 소문에 대해 확실하고도 분명한 태도를 취하고 발표하는 것이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더라도 소문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당연히 소문에 대해 사실이 아닐경우에 그렇게 하는 것이지 소문이 맞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태도는 나중에 겁잡을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연예인과 관련되어 이런 일들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SNS에 올린 글을 기자들이 기사로 만들어 그저 몇몇 사람만이 알고 넘어갈 내용이 모든 사람으르 파급되어 더 분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글이라는 것이 말과 달리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의 행동때문에 벌어지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든 돈을 벌고자 하는 기자들의 선정성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갈수록 소문이 퍼지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이다. 오전에 나온 소문이 그날 저녁 뉴스에 나와 모든 국민이 알 정도로 잘못된 소문은 한 개인이나 단체나 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소문이 많은 사회일수록 투명하지 못하고 무엇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무엇인가 명쾌하지 않으니 이 간격을 소문이 대체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소문을 줄이기 위해서는 - 연예계는 어쩔 수 없겠지만 - 사회가 투명해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잘못된 소문에 대해서는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그 사실을 즉시 알려 사람들에게 올바른 사실과 진실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소문은 그럴싸한 이야기로 둔갑한 매력적인 욕망과도 같다. 사람들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오늘도 소문을 갈구한다. 솔직한 사회가 욕망을 낮출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