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 1.2.3권 합본호
장마르크 로셰트 외 지음, 김예숙 옮김 / 현실문화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수 천권의 만화책을 읽었어도 리뷰를 올린 적이 없었다. 읽었던 대부분의 만화책이 망가라고 불리우는 일본 만화나 우리나라 만화인데 이 만화들이 한결같은 특징이 아무리 짧아도 몇 권이고 길게는 몇 십권으로 이어지다 보니 예전부터 읽었던 만화책이 아직도 완결이 되지 않아 읽기는 하지만 리뷰를 올릴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도박 묵시록, 카이지'나 '헌터X헌터'를 비롯한 주옥같은 만화책이 참 많은데 최근에는 예전처럼 좋은 만화책이 많지 않기도 하고 이제는 결말이 난 만화책만 골라 읽으려고 하다보니 결말이 난 만화책이 거의 드물다. 심지어 저놈의 '도박 묵시록 카이지'는 10년은 되었을 텐데 아직도 완결은 커녕 다음 권이 몇 년째 출간되지 않고 있다.

 

하다보니 만화 책을 리뷰로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게 되었다. 리뷰를 올리기 위해 집에 있는 '몬스터'나 '좋은 사람'같은 책을 다시 읽고 올리기도 그렇고. 하긴 '몬스터'같은 경우에는 읽은지 꽤 오래되었으니 나중에 날 잡아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라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이상하게 '설국열차'가 읽은 것이나 알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으나 이 책을 읽고서는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국 열차'에 나온 세계관은 꽤 흥미롭지만 책 부피는 상대적으로 짧다. 또한, 옴니버스 형식처럼 한 작가가 아닌 2명의 작가가 글을 쓰고 한 명이 그림을 그렸다. 그 이유는 첫번째 에피소드를 만든 작가가 그만 사망하고 말았다. 그 다음 에피소드는 이미 기획안이 되어 있는 것을 참고하여 완성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지구가 잘못된 판단으로 추위 80도의 땅 덩어리가 변해 버리고 남은 사람들은 열차에 타게 되는데 이 열차는 무려 1001량이나 되는 거대한 열차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열차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안락처가 되지만 그곳은 똑같은 빈부격차와 지위 고하로 나눠져 있고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으로 나눠져서 열심히 상대방을 고깝게 보고 있다.

 

열차 내부에 자급 자족할 수 있는 다양한 기계들이 있고 열기를 제공하고 있어 기계들은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신으로 추앙을 받는다. 기계가 멈추면 인간들도 마찬가지로 신체반응이 멈출 수 밖에 없으니 그들에게 기계는 신으로 봐도 무방하다.

 

의문스러운 것은 열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맨 앞칸의 기계들이 끊임없이 열차를 가게 만들어야 하는데 특별한 에너지원은 없어 보이는데 움직인다. 다만, 누군가 기계와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 사람의 신체 에너지를 바탕으로 기계가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엄청나게 효율적인 일이다. 단 한 명의 신체에너지로 그것도 미세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1001량의 열차가 움직이고 온갖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용이 옴니버스처럼 이어지면서도 이어 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데 어딘지 내용이 더 갈 수 있는데 갑자기 '뚝~'하고 끊겼다는 느낌이 강하다. 1권에서 나온 내용 자체로 모든 내용이 기승전결을 이루고 2권부터는 내용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설국열차에 사람들이 탄 상태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전개하는데 1권 만으로는 내용이 너무 짧고 2,3권으로 확장하는 것은 좋은데 어딘지 아쉽게 끝이 난다.

 

내용은 상당히 절망적이다. 열차 내부에서도 아무런 희망도 없고 꿈도 없다. 사람들은 그래도 이 추위에 가시고 사람들이 살 공간이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고 누군가는 열차가 아니라 우주선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해 늘 그렇듯이 위정자들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아예 가상세계를 만들어 절망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 준다.

 

마지막에 가서 모든 희망은 절망으로 결론이 나며 만화는 끝이 난다. 일본 만화나 우리나라 만화들이 대부분 서장 스토리를 기반삼아 약간의 코믹을 가미해서 점점 강력한 존재의 등장과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다면 이 만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희망이라는 표현을 할 수 없고 어른을 위한 만화다. 청소년이 봐도 무방할 수도 있지만 몇 몇 장면에서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는 그렇다는 느낌은 들었다.

 

만화보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세계관을 표현하지 않을까 한다. 작가가 아주 독특하게 흥미로운 세계관과 설정을 만들어 이를 토대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 줄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하고 비운의 작가로 남게 되어 아쉽다. 펼쳐 놓고 주워담지 못했으니 이 보다 안타까운 일이 없을 듯 하다. 작가의 사망에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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