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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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런 내용의 소설을 어떻게 펴 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책에 나오는 내용을 어떤 곳에서 힌트를 얻고 영감을 얻어 창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소설가에게 창작의 제한은 없고 자신이 무엇인든 창조할 수 있는 창조자의 능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고 배우고 읽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창조할 수 밖에 없는 한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더구나, 소설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와 같은 부분은 분명히 자신이 이 내용을 갖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영감이 들때 하지 않을까 하는데 그러한 구상은 평소에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금씩 자료를 모으다가 본격적으로 소설을 쓸때부터 구체화시키고 관련된 자료를 모으면서 살을 붙히면서 점점 이야기가 진행되고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쓰게 될 것이라 본다. 

 

'7년의 밤'에 나오는 내용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보인다. 감히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장르소설과 다른 것은 심리묘사가 아닐까 한다. 장르소설이 줄거리가 주 내용을 이루고 풀어내고 풀어내지 못하게 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라면 '7년의 밤'에는 그러한 플룻은 같지만 그 안에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심리와 그들이 처한 환경에 대한 묘사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빨려들어가게 만들어준다.

 

대부분의 창작자들에게는 당연한 과제이겠지만 각 캐릭터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쌓아 놓은 섬세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탐구해서 설명하는 글을 읽으면 그 사람에 대해 저절로 상상하게 되고 소설속에 나오는 대상자에 대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욕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속에 나오는 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위해 얼마나 자세한 스크랩을 했는지 감탄이 나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에는 다양한 선택이 존재한다. 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이다. 이걸 선택하느냐 저걸 선택하느냐의 문제에서 늘 이 선택이 아닌 저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까를 고민하게 되고 후회를 하기도 하고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을 하기도 한다. 대분의 사소한 선택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 있어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는 그 선택이라는 것이 되돌릴 수 없는 현실과 맞닺뜨리게 된다. 이러한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인생관과 가치관등이 투영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들과 전혀 상관없이 단지 선택직전에 벌어진 다양한 상황에 이끌리어 나도 모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특히 이런 부분이 바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내용이다.

 

지극히 평범하다고 하면 평범할 수 있는 한 가장이 - 물론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평범하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말 못할 비밀과 자신만의 평범하지 않은 것들을 갖고 있다 -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하필이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인물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의 두께도 상당하고 각 상황과 인물에 대한 다양한 묘사를 비롯하여 각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책 가득히 펼쳐짐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엄청난 흡인력을 갖고 책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든다. 문제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참으로 답답하는 점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자신만을 아는 이기주의자나 순진하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이나 다들 사람들은 적당히 그런 면모를 갖고 있다. 책에 나오는 것처럼 한가지 감정이나 상황에 함몰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본다.

 

이 책에 대해 작가는 - 사실 책을 읽고 책 후반부에 나오는 평론가들의 평론같은 글은 거의 읽지 않는지만 작자 자신의 '작가의 변'같은 경우에는 읽는다 - 사실과 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이 꼭 진실일 수 없고 진실이 꼭 사실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보이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지만 가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 세상은 보이는 사실이 꼭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 글을 읽은 후에 책 내용을 생각해보니 그런 관점으로 읽힌다.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 중에는 사실이 있고 풍문이 있다. 사람들은 당연히 보이는 사실은 믿는다. 자신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사이비교주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보았다면 그 사실을 믿을 수 밖에 없지만 그 사실이 진실과는 차이가 있다. 이 점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다.

 

누군가를 죽인 남자,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 남자, 목적을 향해 달려왔지만 모든 것이 불만 불평인 여자, 보이기에는 부러워 할만한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여자, 질식할 것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아이, 속으로 피폐해 가는 아이, 자신의 갈 길을 몰라 방황하는 남자등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는데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사실에만 주목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진실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우리이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보고 우리는 그 부분을 근거로 그들에 대해 좋다 또는 나쁘다는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갖고 있는 진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살아간다. 뭐,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고 실제로 꼭 알 필요는 없다. 그 사실과 진실이 일치했을 때 우리는 상대방에 대해 보다 더 가깝게 다가서고 다가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많은 책이나 이야기에서 자식은 부모를 닮게 되어있다고 한다. 솔직히 실 생활에서 그러한 내용이 얼마나 적용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이를 들어가면서 나 스스로 이런 부분은 내 아버지를 닮았구나라는 점들이 눈에 보인다. 내가 의식을 하든 하지 않든 부모가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내 무의식에 잠기거나 각인되거나 유전되는 것을 보면 내가 현재 하는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현실이 더 소설같기도 하지만 이 소설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사람들이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또한 부정할 수도 없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이 내가 된다면 정말 끔찍한 악몽을 매일같이 안 꾸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보인다.

 

책에서는 모든 것이 해결되고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을 정도가 되지만 과연 남아 있는 이들에게는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의 자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현실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역시 산다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만, 그러한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진실이 들어나게 되었고 아마도 더이상 악몽을 꾸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모든 진실이 들어나지는 않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소한 보여지는 사실에 대해 괴로워하고 힘들어 하기보다는 그 진실을 알게 되어 편안한 밤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남아 있는 자들에게는 아직도 살아 가야 할 길이 앞에 펼쳐져 있기에 그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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