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위험 알면 알수록 작아진다
국민은행 파생상품영업부 지음 / 한나래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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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이야기로 시작하자면 지식이나 세상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더욱 작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정 수준까지는 내 자신이 커지고 상대방이나 세상이 작게 보인다. 그 순간 모든 것을 멈출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을 지나가면 - 거창한 말로 임계점이라고 표현하는듯 -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깨닫게 되고 이 세상과 지식의 방대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깨닫는 순간 자신의 얼굴이 화끈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 비록, 남들에게는 겸손한 척 하지만 어느 누구도 모르는 자신만의 교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쾌감 아닌 쾌감을 즐기면서 남들을 속으로 조롱할 정도면 그 문제는 심각하다.

 

책의 제목인 '환 위험 알면 알수록 작아진다'는 것은 그런 의미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알고 대처해야만 리스크 - 어딘지 투자 세계에서는 위험대신 리스크라는 용어를 써야 될 것 같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위험과 리스크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는 측면도 있다 - 를 줄일 수 있는 의미로 읽어야 할 것이다. 굳이 환 위험뿐만 아니라 대부분 어설프게 알면 오히려 더 위험하지만 안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위험을 회피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경제, 경영, 투자라는 부분에 대해 공부를 할 때 - 정확하게는 공부까지는 아니고 책을 읽을 때 - 가장 어려웠던 것이 채권관련 부분이였는데 그 이유는 평소에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른 개념으로 설명을 하고 이해를 해야 하니 힘들었다. 채권 금리와 가격등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에 얼마나 혼동되고 헛갈리는 지 말이다. 하지만, 외환이라는 부분으로 가니 채권은 맛만 본다고 할 정도였다.

 

가뜩이나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놈의 환율이 올랐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내렸다고 이야기를 할 때 그 중심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달러라고 표현되는 미국때문에 더더욱 혼동이 되었다. 게다가 외환이라는 것이 또 단순하게 각 나라 돈의 가치와 가격차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채권금리나 물가상승률까지 복잡하게 얽히니 도대체 이해라는 것은 안드로메이다에 가는 것과 같은 심정이였다.

 

이렇게 어려운 환율에 대해서 이 책을 읽으면 완벽하게 정리되고 남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되냐고 한다면 그건 불행히도 아니다. 외한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정복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쉽게 가에서 나로 옮겨지는 것도 아니라서 더더욱 그렇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전반부는 읽는데 있어 부담없고 오히려 재미까지 있다. 지난 과거를 통해 각 나라의 경제가 어떤 식으로 흥망성쇠(??)를 겪었는지 설명해 준다. 얼핏 생각하면 도대체 환율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에서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각 국가의 자본주의의 흥망성쇠와 이에 따라 각 나라에서 어떻게 대처를 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이해가 안될 수 있지만 환율이라는 것이 한 나라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경제등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하게 1달러는 1,000원이면 편하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금리를 올리느냐, 내리느냐에 따라서 변하고 미국의 경제가 호황이냐, 불황이냐에 따라 달라지고 우리나라의 수출이 잘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는 것이 바로 환율이다. 전혀 상관도 없을 것만 같은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의 경제가 흔들려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이 환율이다. 우리나라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고 지구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볼 때 각 국가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나타나는 것이 환율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환율이라는 것도 어떤 나라가 더 좋은 영향을 주고 받기도 하는 것은 분명하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치사하다며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최소한 책에 나온 내용을 읽으며 이렇게 환율에 의해 우리나라가 영향을 받고 내가 영향을 받는구나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있어 보인다.

 

전반부까지는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후반부부터는 솔직히 책을 읽는 입장에서는 - 공부를 하는 입장이 아니라 - 고통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글을 읽고 있지만 무엇을 읽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페이지는 넘기지만 전 페이지에 읽은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불행한 치매현상을 겪게 된다. 채권에서 나온 블랙 숄즈도 나오고 콜옵션과 풋옵션을 비롯하여 아주 다양한 용어의 만찬과 그림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아무리 머리속으로 우겨 넣어도 쉽지 않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수출이나 수입과 관련되어 있는 회사는 이 책을 통해 이런 저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최소한 어렴풋이라도 무슨 거래라고 할 때 찾아 읽어볼 수 있는 책은 될 듯 하다. 책을 읽으며 놀란 것은 의외로 각 기업에서 환위험에 대해 자신들이 직접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곳을 통해 관리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하고 있는 회사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몇 해 전에 일어났던 키코와 같은 사건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은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정 정도의 수수료를 내고 편하게 환위험을 헤지하면 될 것이라 보지만 이것도 하나의 투자라는 개념이 들어가고 욕심이 들어가다 보니 쉽지가 않다. 책에 나온 인터뷰에서 단순하게 기계적으로 하면 어려울 것은 없지만 일정 정도는 직접 운용을 하려다 보니 욕심이 생겨 그걸 다스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표현하는 부분이 핵심이 아닐까 싶다.

 

이왕이면 환을 단순하게 헤지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이익을 볼 수 있게 설정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뭐, 나도 책으로 읽고 쓰니 이렇게 쉽게 이야기하지 막상 당사자가 되면 당연히 똑같은 방법과 고민을 할 것이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기업들도 90%정도는 기계적으로 설정을 하고 10%정도만 스스로 운용을 하는 것이 그나마 낫지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환 위험에 가장 문제는 바로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달후나 1년 후에 환율이 어떤 식으로 변할 것인지 안다면 굳이 위험이라는 표현을 쓸 필요도 없을 것이고 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떼돈을 벌게 될 것이다. 아마도 환율만큼 블랙 스완이 자주 나타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대부분을 먹고 사는 나라에서 자율환율제로 인해 한 달은 커녕 하루에도 변동성이 넘쳐나는 시장에서는 말이다.

 

환율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고 피부로 와 닿지 못해 그럴 뿐이지 환율은 직접적으로 내 월급이나 먹고 사는 모든 물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외환에 대해서 거창하게 무슨 거래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는 설명하지 못해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에 대해 어렴풋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후반부의 다양한 거래 방법에 대해 완벽한 이해와 숙지를 하는 사람들은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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