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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 8 - 난리편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완 옮김, 미치하라 카츠미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작품은 분명히 작가가 쓴 가공의 세계이며 작가가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스스로 신이 되어 만든 세계를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생각대로 하는 것을 무엇이라 할 수 있는 권리는 읽는 독자에게 있지만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설마하는 일이 벌어질 때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공화상태에 빠질 정도까지는 말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전편에서 어느 정도 복선을 깔아 작품이 끝나기 전에는 양웬리가 퇴장을 할 것이라 예상을 했지만 이렇게 빨리 퇴장을 할 지는 생각을 못했다. 워낙 영웅들은 아자 사소하고 별 일 아닌 것으로 역사에서 퇴장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퇴장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그다지 불만은 없다.
그렇다해도 개연성이라는 부분에서 사실 좀 그렇다. 지구교라는 단체가 하려는 의도와 그를 추종하는 인물들의 맹목적인 믿음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없이 그저 광신교들은 그렇다고 하는 단순한 설정으로 치부하고 그들의 행동에 모든 면제부를 주는 것은 이 책이 단편소설이나 한 권짜리도 아니고 벌써 8권이나 되는 분량동안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오지 않은 것은 작가가 좀 소홀한 것이 아닐까싶다.
율리안이 지구에 갔을 때도 사실 지구교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보다는 표피적인 이야기와 지구교가 공식적으로 완전히 사라진 것 이외에는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알지만 그 과정은 이해하기 힘든 전략적, 전술적 요소가 많아 어딘지 작품의 요소를 더욱 탄탄하기 보다는 풀기 어려운 퍼즐을 광신도라는 이름으로 해결하려 한 측면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 말미에 작가가 직접 훨신 이전에 양웬리의 퇴장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워낙 인기가 좋아 할 수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이해도 간다. 드라마에서 초반에 퇴장하기로 한 배우가 생각지도 못한 인기로 인해 드라마 끝까지 생존하거나 조연이면서 주연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제목에서 영웅은 단 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의미하며 전제국가와 대비되는 민주국가를 그리기 위해서는 단 한명의 영웅보다는 그 이후에 민주적으로 점점 발전하는 국가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재미가 급감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9권부터는 거대한 라인하르트의 세력과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율리안의 세력과 어떻게 하든 권모술수를 통해 자신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구교 일당들의 이야기가 그려 질 듯은 하지만 사족을 읽는듯한 느낌이 들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