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7
에릭 라이너트 지음, 김병화 옮김 / 부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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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길어 아마도 이 보다 더 긴 제목의 책이 드물지 않을까 싶다. 책 내용도 제목만큼 쉽지 않고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솔직히, 굳이 이 책을 나는 왜 선택해서 읽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하다보니 선택해서 읽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안 읽은 것보다는 읽은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건너온 금융자본주의와 세계화를 비롯한 신자유주의는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 내가 우리 나라이외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 -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절대 선과 같은 분위기로 우리의 사상을 지배하고 그에 따른 체계를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다른 대안이나 반대 이론들도 있었겠지만 그런 것들이 특별히 논의의 상대가 되지도 못했지만 기회조차 주워지지 않았다고 본다.

 

오로지 금융이라는 현상만으로 시작된 금융 위기 이후에 전 세계는 우리가 추구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고 우리나라도 그때까지 오로지 미국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약간 맹목적으로 추구했지만 어느 순간 최면에서 풀리고 보니 바로 눈 앞에 아슬아슬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떻게 잘 못 되었는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대안등에 대해서는 불행히도 제대로 된 논의는 없고 여전히 우리는 잘 먹고 잘 살아야한다는 화두에 메몰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내가 감히 더이상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그저 감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차이점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는 여전히 가난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어떤 문제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점에 대해 지지하고 고민하고 대안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공감이 되고 내가 너무 미국식 자본주의에 물들어있다는 부분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똑같은 기술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미국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고 한 사람은 베트남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이 갖고 있는 기술은 똑같다. 심지어 베트남에서 택시 운전하는 사람이 미국에 와 택시 운전을 한다고 달라 질 것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이 두 사람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다르다. 이처럼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에서 버는 수입은 틀리다. 물론,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버는 것 같지만 각자 나라에서 꼭 필요한 생활비 수준과 지출되는 금액을 볼 때 너무 도식화 한 것은 아닐까 하기는 하지만.

 

책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엄청나게 많이 언급이 된다. 그 이유는 대표적인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는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나라의 대표적인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왜 한국이라는 나라처럼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로 변화하는 나라가 극히 드문것인가에 대해 이 책은 설명을 하고 있다. 단순하게 현 상황에서 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의 출발점부터 들어가서 이야기한다.

 

철학에서 출발한 경제학은 아담스미스나 리카도와 같은 경제학자 - 지금은 경제학자라고 불리우지만 이 당시에는 철학자 - 들의 이론에서부터 출발하여 현재의 화폐통화와 관련된 경제학자까지 끌여들여서 논의를 확대하고 어디서부터 잘 못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경제사와 경제학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지도 않고 경제학 원론이나 그 유명한 맨큐의 경제학같은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어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산업 자본주의를 출발하여 인류는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다. 그 전까지 자본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기에는 수준이 미미한 자본은 산업이라는 획기적인 인류발달의 체계를 만든다음부터 거칠것 없이 질주를 했다. 그 후로 포드회사로부터 출발한 대량생산의 체계는 엄청난 자본가를 만들며 많은 사람들을 먹고 사는데 지장없게 만들었다.

 

그후로 산업자본주의는 현재의 금융자본주의로 발전을 했다. 산업자본주의까지는 여러 회사가 생기고 무엇인가를 만들어감에 따라 인류는 생산적인 일들을 창출했다.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여 먹고 사는 것 부터 출발하여 그로 인해 파생된 다양한 산업과 이러한 물건들이 인류의 발전에 도움을 주었지만 그 후에 발달한 금융자본주의는 더 많은 자본가와 부자를 탄생시켰지만 실제로 인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본다. 오히려 인간들에게 먹어도 먹어도 갈증을 채우지 못하는 탐욕만 더 키웠을 뿐이다.

 

수확 체증과 수확 체감이 있다. 무엇인가를 하면 늘어나는 것과 줄어드는 것이 있다는 표현일 것이다. 산업 자본주의는 수확체증이라는 법칙에 유효했다. 이러한 수확체증으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부자나라가 되었다. 이제 가난한 나라들도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확체증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산업을 키워가야 한다. 하지만, 부자 나라들은 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수확체증보다는 수확체감을 요구했다. 수확체감에 해당하는 것은 원자재 수출이다. 원자재를 수출하여 당장 먹고 살 수는 있지만 한 나라의 발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수확체증을 통해 발전한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면성실도 있었고 교육열과 우리고 잘 살아보자는 새마을운동과 같은 국가적인 일심동체의 원동력도 있었지만 마샬플랜이라는 부자 나라들의 정책적인 도움도 있었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점이다.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산업을 키워주었다는 점도 굳이 반박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후 마샬플랜이라는 것이 폐기된 후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정책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극단적으로 말하는 미국 제국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각 나라의 산업을 키워주면 부자 나라들의 산업이 망가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자유무역주의를 관철한 것이다. 한국도 일본도 일정 수준이 될 때까지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정부가 방패막이를 해서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최소한 자신들 나라만의 산업으로 먹고 살 시스템이 만들어 진 후에 무엇인가를 해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지 못하니 가난한 나라는 가난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도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도 독일도 모든 부자가 된 나라들은 똑같이 자신들의 산업을 보호 무역으로 철저하게 지켰다. 이들의 산업이 최소한의 경쟁력은 갖출 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개방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절대로 그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엄청난 식량을 수출하는 나라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왜냐하면 그 산업은 국민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엄청난 교육열은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국가가 된 원동력이라고 하지만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교육을 해도 교육을 활용할 곳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외국으로 나가게 되고 이들이 보내주는 달러는 자국의 국민들이 먹고 살 기회를 제공하지만 역으로 자신들이 버는 것보다는 보내주는 달러가 더 크기 때문에 게을러질 수 있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모기로 인해 죽는 숫자가 어마어마해서 모기 보호막을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아이들은 모기는 피할 수 있지만 가난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굶어죽게 된다는 것이다.

 

부자나라들이 부자가 된 것은 이러한 모방에서 출발한다. 자신 나라들보다 우수한 부분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한 발자취를 똑같이 따라하며 산업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반도체나 자동차라는 것을 우리나라 혼자 힘으로 무에서 유를 창출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에서 몰래 훔치기도 하고 어깨 넘어 배우기도 하여서 우리 실정에 맞게 끊임없이 만들어 지금의 산업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지금 부자나라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부자 나라가 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따라하지 못하게 한다. 예를 드는 것이 조금은 지나친 감도 있지만 특허권이나 지적 재산권과 같은 무기로 가난한 나라들이 모방을 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를 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의 자국의 산업을 일으킬 기회 자체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들이 산업을 일으키고 싶어도 부자나라들이 끊임없이 개방을 요구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 결국에는 산업이 클 수 없었다.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끝까지 보호 무역을 관철해서 부자 나라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뭐, 우리나라가 부자 나라라는 부분에서 동의를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제 GDP라는 숫자로 보이는 부분을 보면 안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당장 우리나라가 수출과 수입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고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국가라고 보고 여기서 개개인이 더 잘 살 수있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국가의 GDP가 늘어나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선진국 기준에 부합할지라도 국가의 국민들은 더이상 잘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중국과 인도같은 나라들도 지금처럼 되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자국의 산업을 보호했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만이 가난한 나라가 부자 나라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하는데 내가 다른 지식이나 연구를 해 본적이 없어 딱히 뭐라 할 수 없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주장이 옳다고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각 국가가 그러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에 속한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샬플랜이 생긴 이유중에 하나가 공산주의때문이라 탈레반의 도발로 인해 마샬플랜과 같은 정책이 부자나라들에게 다시 도출되었으면 한다는 조금은 과격한 이야기도 아주 아주 살짝 언급한다.

 

산업 자본주의를 넘어 금융 자본주의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 다음은 어떤 자본주의로 들어가게 될 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자본주의가 아닌 체계로 갈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앞에는 다른 단어가 들어가도 뒤에는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아직은 존재할 것이라 본다.

 

이 책은 조금은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좀 더 자세하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너무 한쪽 면에 함몰되어 있는 사고를 다른 쪽의 사고도 할 수 있는 측면을 제공해 준다. 그렇다고 자본주의나 세계화의 반대로 치부되고 있는 복지에 찬성하는 책이 아니라 더더욱 균형잡힌 시선을 제공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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