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소비의 진실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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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는 주체적이라고 생각을 한다. 오로지 내 의지로 모든 것을 판단하여 결정하는 의식을 갖고 있는 존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설마,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들이 나에게 추천을 했거나 생각지도 못한 것을 누군가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할 것이라고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점심 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어야 한다. 식당에 간다. 어떤 식당을 갈 것인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식당들이 밀접한 곳으로 간다. 여기서 멈춰서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 이야기를 나눈다. 바로 이 지점부터 우리는 의식못한 무의식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선택하게 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서로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전단지를 주면서 맛있다고 오라고 한다. 그 전단지에는 점심 특별할인이라고 써 있는데 무려 1,000원이나 저렴하게 싼 음식인데 어제도 그제도 봤던 전단지이지만 이틀동안 안 먹은 음식이라 오늘은 겸사 겸사 선택을 한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내 무의식에 침투하여 결국에는 오늘 성공을 한다.

 

서로 웃고 떠들며 이야기하면서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 이야기를 하는데 한 명이 외친다. '오늘은 스파게티 어때?'라고 외친다. 다들 그 이야기를 듣고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이 사람들중에 대부분이 어제 최근에 한참 유행하는 드라마를 봤다. 그 드라마에서는 두 남녀 주인공이 처음으로 만나 두근 반 세근 반으로 한 스파게티 집에서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었다.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스파게티 맛있겠다고 생각하고 그 중에 한 사람은 '내일 점심으로 먹었으면 좋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한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도 못하는 많은 순간에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하는 각종 광고에 노출된다. 자신은 TV를 보지 않아 그럴 일이 없다고 자신있어 하는 사람도 혼자 섬이나 고립된 산골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면 만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대화중에 알게 모르게 그들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본인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브랜드에 대해 일방적으로 주입당한다.

 

나 자신도 베스트 셀러에 대해서는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은 리뷰가 50건, 100건이 있는 책들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읽는다. 돈의 힘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다. 리뷰가 5~10건 정도는 충분히 출판사의 노력으로 만들 수 있지만 저 정도의 리뷰가 올라온다는 것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자신이 읽고 좋거나 나쁜 점을 자발적으로 올렸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그런 책들은 나름대로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선택을 하는데 바로 이 점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구전효과이다.

 

책 마지막에 실제로 한 가족이 마을로 이사해서 끊임없이 자신들이 선전해야 하는 브랜드에 대해 주변 마을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직접 매장으로 자연스럽게 쇼핑을 가서 선택하도록 유도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주변 사람들의 영향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없는지에 대한 실험이였는데 이 실험은 놀랄정도로 엄청난 폭발력을 지녔다는 것이 밝혀진다. 심지어 이 사실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화 내지 않고 오히려 덕분에 좋은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고 하거나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쓸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이 역할을 한 사람들은 그 후에도 자신들이 전파하려고 했던 브랜드를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도 이 정도까지 각 기업체에서 우리의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해서 활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카드와 인터넷에서 남기는 각종 흔적들을 추적하고 조사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미처 생각도 하기 전에 파악하고 조만간 이러한 제품들을 선택할 것이라는 상황에 맞는 제품을 소개한다.

 

도대체 내 의지를 갖고 나는 물건들을 구입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내가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물건을 내 의지를 갖고 구입하는 가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 대해 내가 꼭 구입을 하는 것이 필요에 의해 하는 고민인지 주변 인물들과 광고를 본 영향인지에 대해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책에는 나도 모르게 선택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어떤 식으로 결정되는지 이야기한다. 아기에게 좋은 것을 주기 위해 선택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모 자신의 충족을 위해 선택하는 아기용품 - 난 그렇게 생각한다 -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공포 마케팅, 섹스어필, 최근 유행하고 있는 7080 마케팅 등등 거대한 매트릭스 시스템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오히려 깨닫게 된다.

 

저자 자신이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라 더더욱 실감나는 경험과 마케팅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회사와 조인하여 마케팅한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책을 쓰고보니 너무 적나라해서 끔찍할 것이라 예상했는지 회사들의 이러한 방법이 있을지라도 개인들의 힘이 점점 발달하고 있는 지금은 회사들이 더더욱 솔직하고 진실하지 않으면 오히려 고객들로부터 거절당할 것이라 끝을 맺는다.

 

회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들을 조정하기 위해 각종 수집과 실험을 통해 정밀한 방법으로 우리도 깨닫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그 다음 단계엔 제품에 대해서는 진실하지 않으면 오히려 고객들로부터 처참한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최근에 벌어지는 인터넷 사건이 해당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브랜드에 대해 초연하고 굳이 브랜드를 구입하려고 애 쓰지도 않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런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고 헛똑똑이라는 것을 이 책은 깨닫게 만든다. 지금 사고 있는 물건이 내가 정말로 필요해서 구입하고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라 믿는다면 아마도 이미 나는 나도 모르게 마리오네트처럼 회사의 줄에 묶여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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