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전적으로 내 생각이지만 중 고등학교라는 시간을 보낸 후에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 어릴 때 한 개인의 거의 모든 것이 만들어 진다고 하는데 나는 중 고등학교까지 조금은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20살이 된 후부터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 유일하게 변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도끼로 머리를 깨 부술 정도의 엄청난 충격을 받을 때 유일하게 변한다고 본다. 이렇게 변화를 할 만큼 큰 충격은 인생을 살면서 생기기 쉽지 않다.

 

서서히 조금씩 변한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그것은 젊을 때 갖고 있는 혈기와 진취성등이 나이가 먹어 감에 따라 서서히 세상에 적응하고 약간은 체념이 생기는 등등 어느정도는 세상과 주변 사람들의 의식과 타협을 한 결과이지 결코 한 개인의 본성이나 성격등이 쉽게 변화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오랫만에 본 사람이 예전과는 조금 틀려졌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잊고 있던 본성이 다시 나왔거나 어릴 때는 무시했던 물질적인 면이 그를 대변하게 되어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

 

불행히도 물질의 반대인 정신적인 면이 성숙하여 변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볼 때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겸손한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걔중에는 많이 차분해지고 성숙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있는데 특히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된 후에 듣는 이야기들인데 이런 이야기들은 남들이 바라볼 때 그 사람 본 바탕이 아니라 주변 환경의 변화에 맞춰 그 사람을 끼워 맞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남들과 비교할 때 책을 조금은 읽는 편에 속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1년에 130권 ~150권을 읽는 듯 하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대략 100권 내외를 읽었는데 읽다보니 책 읽는 속도가 빨라 지기도 하였고 읽는 책들이 비슷한 분야라 하는 이야기들이 익숙하여 저절로 빨리 읽게 되는 측면도 있어 책 읽는 시간이 단축된 것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굳이 책을 빨리 읽으려 하지 않지만 거의 대부분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보다보니 기한내에 반납을 해야 하는 점 때문에 범주에 집어 넣자면 정독을 하거나 되씹어 읽기 보다는 다독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이 책을 통해 무엇인가 내가 대단한 것을 얻으려 하거나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거나 택하지는 않는다. 책을 많이 읽은 편에 속한다는 것은 - 유유상종이라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 중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없었던 듯 싶다 - 저절로 깨닫게 되었지만 스스로 자본주의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돈이라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되어 가는데 처음 시작할 때 대부분 경제, 경영, 재테크와 같은 실용서적들을 읽으며 공부아닌 공부개념으로 책을 읽었다.

 

그 전까지 책이라는 것은 나에게 소설책이 거의 대부분이였다. 내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소설 책이나 만화책이 다 였는데 이런 책들을 잠시 접고 실용서적들을 배우기 위해 읽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책을 읽을 때 나는 굳이 책에 나온 내용을 기억하려 하거나 깊이 생각하여 나에게 접목하기 보다는 그저 읽고 들어 오는 것이 있으면 들어오는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은 또한 그 자체로 인정하고 고민하지 않았다. 처음 접한 분야라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많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해결을 해 주었다. 굳이 이해하려 노력하여 읽지 않았어도 저절로 지속적으로 읽다보니 하나씩 글자가 눈에 들어오고 저자가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고 어떤 것은 자연스럽게 내 머리속에 남게 되었다.

 

이러한 내 독서법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관련 분야의 책들이 점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변종되어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경제적 자유라는 것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하고 아직도 나는 기본이라는 것을 닦아야 하고 최소한 책이라도 읽어 흔들리지 않자는 이유때문에 여전히 실용서적들을 읽게 된다.

 

하지만, 점점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은 예전의 나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경제, 경영 서적들 중에 이 책을 꼭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그 외의 분야 - 흔히 인문서적이라고 불리우는 - 책들은 하나씩 하나씩 내가 읽어야 하는 책 목록에 - 비록 메모를 한 것은 아니지만 - 기록되고 있고 읽는 책들도 나도 모르게 현재는 2권 중에 1권은 실용서적이 아닌 책으로 읽게 된 듯 하다.

 

알게 모르게 괴리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나는 멀었는데 이런 책 보다는 실용서적으로 잊지 말아야하는데 하는 괴리감 말이다. 물론, 점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눈은 실용서적으로는 결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용서적은 당장 먹을 것을 줄 수 있는 것을 손으로 가리키지만 내가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것을 주지는 못한다. 이런 것들은 오히려 실용서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깨닫기는 했으나 여전히 그렇다는 것만 알뿐이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지는 못했고 평생 천리안이라 불리는 그 눈을 갖지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 정도의 인물이 난 될 수 없다는 것도 있지만 그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 되고 싶지도 않다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볼 때 나는 도끼로 이마를 깔 정도의 엄청나게 충격적인 경험을 한 적이 없다. 아주 아주 평온하고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다. 남들이 볼 때는 어떻게 볼지 물어 본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조금은 불확실한 스스로의 관점으로 볼 때 특별히 어렵지도 않았고 특별히 행복하지 않은 남들만큼의 인생을 살았다. 남들만큼 힘들었고 남들만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특별히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하지도 않고 지금보다 더 불행한 삶은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이 나에게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 지기 위해서도 아니고 지금보다 불행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는 더더욱 아니다. 책을 읽는 것이 이제는 그저 취미다. 출 퇴근 시간에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책을 읽는 것이 좋고, 약속 시간에 먼저 도착해서 할 것 없을 때 책을 읽는 것이 그나마 시간을 절약하고 멍하니 있지 않는 것이고 집에서 보고자 하는 예능과 드라마 사이에 특별히 할 것 없을 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바로 독서이다. 특별히 대단한 것을 얻고자 하는 의식적인 행동이 아니다. 다만,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서 보다보니 정해진 시간 안에는 읽어야 한다는 강박증 아닌 강박증으로 읽는 것이 어느정도는 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없다면 지금보다 책을 읽는 권수가 더 적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특별히 변한 것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 물질적인 면이나 내 주변 환경적인 면이나 신체적인 면 아니라 내 본연의 나라는 인물 - 내면 세계는 조금씩 조금씩 어느 정도는 변했다는 사실을 나는 느끼고 있다. 엄청나게 대단한 경험이나 충격적인 간접 경험을 한 적이 없고 여러 책들이 나를 그렇게 조금씩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최소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다채롭고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꼭 좋다고 볼 수는 없을 지라도 말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현학적인 내 모습이고 어디가서 책 좀 읽었다고 젠체하는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렇게 리뷰를 올리다 보니 내 주변 사람들을 오히려 나에 대해 책을 많이 읽는다고 이야기하지 않지만 이렇게 리뷰를 올렸다는 나라는 사람을 만나면 책을 많이 읽었다며 약간은 추켜 세워줄 때 나도 모르게 우쭐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조심해야 한다고 다짐에 또 다짐을 한다. 사람이 변화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상황과 사람들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물들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주변에서 이야기하면 나도 모르게 '그런가'하며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서, 만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본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되지는 않을테지만 말이다.

 

이 책은 내가 읽고 있는 독서 방법과는 어떻게 보면 대착점에 서 있다. 책을 많이 읽지 말고 느리게 책을 읽고 곱씹어 되새기면서 읽으라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한 번 읽은 책은 어지간해서 다시 읽지 않고 곱씹기는 커녕 책을 읽은 후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내 속 어딘가에 책에서 이야기하는 찌꺼기가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라 본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부담없이 책을 읽는다.

 

'책은 도끼다'에서는 참으로 많은 책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책중에 다행히도 읽은 책들이 꽤 된다는 것이 안도감을 느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있다. 중 고등학교 때 읽은 책들도 있고 - 그때도 나는 지금과 같은 독서를 했는지 책을 읽었다는 기억만 있는 듯 하다 - 최근에 읽은 책들도 있다. 소개하는 내용에 공감하기도 했고 나랑 생각이 다르다고 하는 부분도 있었다. 심하게는 '아니, 왜 자신의 생각을 나에게 강요하는 거지? 나는 내가 읽고 느낀 대로 받아들이고 싶은데...'하는 부분도 있었다. 감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대부분 느리게 읽을 수 밖에 없기는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절로 여러 생각을 하며 읽을 것처럼 소개하는 책들이 두께도 그렇고 읽는 사람에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들이 다수다. 소설이라도 읽는 즉시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책들로 보인다. 나도 읽으면서 그렇게 생각을 했고 세상에 대해 생각을 했던 듯 하다. 여전히 나는 박웅현처럼 읽은 책들에 대해 되씹고 좋은 문구를 적어가며 생각하지 않아 읽었다는 감정만 남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이해가 느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부족하고 박웅현처럼 세상에 대해 색다르게 바라보고 풍분한 촉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나는 박웅현이라는 사람처럼 굳이 그런 촉을 갖고 살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는데 어쩌면 이런 생각은 "삐뚫어 질테야...."라는 반발심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촉이 발달하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세상에 대해 엄청난 시선을 갖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힘들까하는 뜬금없는 생각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은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는데 매 강의마다 책을 선정하고 그에 따른 소개를 하는데 그 외에 다른 책들도 엄청나게 많이 소개한다. 걔중에는 나도 어느정도는 현학적인 면도 있고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하고 싶기도 도전정신을 갖고 읽어 보고 싶다는 책들도 있다. 박웅현 본인이 감히 읽을 엄두도 못한다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같은 경우에 도서관을 가 그 두껍고 큰 책을 볼 때마다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그저 내 허례적인 면이 강할 것이라 본다. 그나마 내 장점은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는 것이니 완독은 하겠지만 혹시 글만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만.

 

소개되었던 몇 몇 작품은 읽어야지 하면서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그 읽어야 하는 시간이 단축되지 않을까 싶다. 몇 년 후가 아니라 몇 개월로 말이다. 확실한 것은 내가 죽기전에는 분명히 읽을 것이라 본다. 설마, 이렇게 이야기하고 갑자기 죽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고 하지만 내일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난 더 열심히 하기 보다는 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오늘을 살지만 말이다. 그래서, 내가 큰 발전이 없는 듯 하다.

 

창의력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난 창의력이 없다. 창의력이 없다고 크게 불편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하여 만든 것을 나는 응용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 쓴다. 이를테면 남이 만들어 놓은 프레젠테이션을 갖고 배경을 변화시키고 내가 원하는 문구를 넣고 내용을 집어 넣어 발표한다. 그나마 응용력이 있다는 점에 위안을 삼아야하는지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라도 창의력없는 노멀한 삶을 살아야만 하지 않을까 싶다. 트랜드가 창의력이니 나는 다시 한 번 "삐뚫어 질테야'하면서 창의력 없는 삶을 추구하면 조금은 못난 찌질이가 되는 것일까? 책은 잘 읽었고 정말 좋은 내용으로 가득차있는데 사춘기처럼 삐딱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니,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읽어야지 하는 시간이 분명히 단축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여전히 마음 속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책은 도끼다' 나에게도 책은 도끼다. 엄청나게 큰 도끼로 나를 장작 패듯이 팬 도끼가 아니라 미니어처에 나오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아주 아주 작은 도끼모형의 도끼로 나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찍히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게 서서히 찍히고 있었다. 사극에서 본인도 모르게 서서히 조금씩 독약을 먹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처럼 내가 의식하지도 못하고 서서히 내 머리를 찧고 있었던 도끼가 바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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