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평점 :

광고라고하면 어딘지 말초적이고 화려하면서 감각이 번뜩이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인문학이라고 하면 어딘지 모르게 고리타분하고 하품이 나는 이미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책 제목이 인문학으로 광고를 한다고 하니 묘하게 이율배반적인 느낌이 나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책의 표지에서 내 눈에 들어온 이미지는 대머리(???) 아저씨가 안경을 끼고 의자에 약간 삐딱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니 강한 느낌이 오면서도 저런 모습의 아저씨가 광고를 만들었다는 말이지하면서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였다.
인문학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사람들이 인문학을 외치면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사회지도층이나 지식층의 약간은 일방적인 의견 메다꽂기에 반감을 갖기도 한다. 인문학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사람은 의식주가 해결되어야만 그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조금은 특이한 사람들은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아도 몸만 이 땅에 딛고 있을 뿐이지 마음과 정신은 이 땅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말이다.
의식주가 해결되면 그 다음부터 사람들마다 지,덕,체 중에 하나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양한 인간들의 욕구가 분출된다. 이런 욕구중에 가장 으뜸가는 욕망 분출구가 인문학이라고 한다면 - 왠지 있어 보이고 멋있어 보이고 젠체 할 수 있으니 - 사람들에게 이상한 놈이라고 두 개는 상대방에게 향하고 세개는 자신에게 향하는 손가락질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결국에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인간에 대한 궁금증을 알려고 하는 학문이라고 글자 그대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굳이 인문학이라고 하여 따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조금은 우습다. 또한, 책을 읽어야만 인문학에 대해 공부한다고 하는 주장도 개인적으로 수긍하기 힘들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영화를 보면서 자신이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공상을 채워주고, 음악(시)을 들으면서 감성을 채워주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나와 다른 존재를 느끼게 된다.
이중에 가장 으뜸이 책이라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른 존재와 매체와 눈,코,입,귀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은 인간이 인간이라고 하는 정신 세계를 자극하는데 책만큼의 영향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만 읽어서 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맞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정말로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책을 읽고서 하는 것인가에 대해 늘 궁금하다. 개인적인 경험은 책만 읽어서도 해결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그전부터 어렴풋이 갖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좀 더 구체화되고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내가 쓴 글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을지라도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다니는 상상과 생각들은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박웅현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당연히 몰랐다. 이 책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광고를 만든 총 책임자 - 와는 조금 다르기는 한데 아마도 광고를 만드는 총 크레이티브중에 대빵 정도가 아닐까 싶다 -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광고라는 것이 대부분 기업의 상품을 직접적으로 얼마나 잘 노출시키고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느냐에서 삼성의 기업 이미지 광고처럼 상품보다는 호감을 갖고 공감을 끌어들여 그 기업을 좋아하게 만들고 상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전달되는 광고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였다.
저 광고 괜찮은데 하는 것들은 다양하다. 어떤 광고는 저걸 광고라고 했냐라고 하지만 그렇게 촌스럽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각인을 시키는 - 이를테면 별이 다섯개 - 광고도 있고, 유명 스타를 내세워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여 갖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광고도 있는 등 다양한 광고가 있지만 박웅현이라는 사람이 만든 광고는 애둘러서 이야기하고 묘한 공감을 통해 살짝 보조개가 생기는 미소를 짓게 한다.
책에 나온 기업의 광고를 아직도 박웅현이라는 사람이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보다는 솔직히 보조개 없는 미소를 짓게 만드는 듯 하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제목처럼 책에는 꽤 많은 책이 소개되고 그 책으로 인해 박웅현이라는 사람이 어떤 영감을 얻었고 이를 시대의 흐름과 공감을 이끌어 냈는지에 대해 소개하는데 의외로 그 책이나 작품(미술등)이 그리 많지는 않고 - 많다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단 하나의 작품이 인생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니 - 아쉽게도 박웅현이라는 사람이 직접 자신이 쓴 글이 아니였다.
인터뷰를 한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서 박웅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요모조모 뜯어보고 살펴보고 들여다보고 떨어져서 보고 가끔은 직접 박웅현이라는 사람이 되었다는 주관적인 시선에서 쓴 책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중간 중간 인터뷰를 한 사람의 글이 욱할때도 있었다. 네 생각말고 박웅현의 생각을 알고 싶은데 하고 말이다.
최근에 책은 도끼다는 책을 냈는데 그 책을 먼저 볼까하다가 이 책을 먼저 보게 되었는데 그 책은 상당히 많고 다양한 작품에 대해 소개를 하는 것으로 나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책을 소개하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내가 읽고 느낀 대로 그 작품에 대해 보고 싶은데 이러한 책을 읽게 되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 알게 모르게 나에게 주입한 의식이 스며들어 감염시키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니 그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에 대해 많은 책들이 나오고 소개를 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냥 많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여행을 하고 미술작품을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리학이나 우주도 다 인간과 관계된 것이 아닐까싶다. 내가 인간이라 알게 되는 것들이고 모든 것들은 인간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발견한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조금은 노골적으로 인문학으로 광고한다는 제목을 통해 인문학을 중요시 한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창작은 모두 인문학에 대해 - 그런데 책에서 박웅현이라는 사람이 직접적으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거나 무척 중요하다고 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 아니, 책을 읽고 여러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하고 사소한 우리 일상에 대하여 놓치지 않고 시대와 공감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토지 전집을 읽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도 토지, 대망, 장길산, 한강, 변경, 셜록홈즈전집,아가사크리스티전집등등의 책을 읽을 계획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박웅현처럼 잘나고 뛰어난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 책에서도 박웅현에게 그렇게 책을 읽고 인문학에 대해 접하고 공부하고 연구하는데 왜 당신처럼 좋은 광고를 만들지 못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 아님 말고 - 그게 바로 우리가 인간에 대해 신비하게 생각해야 하는 점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