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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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차라리 할 수 없다는 것을 운명으로 여기고 체념하며 살아가면 마음이 편하다. 내 자신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면 과연 어떻게 인생을 살아 갈 수 있을까?

 

내가 조선시대에 태어나 다행히도 양반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농부로 태어났다면 그나마 괜찮은 데 천민이라 여긴 신분으로 태어났다면 그저 당연하게 숙명이라 여기며 살았겠지만 최소한 인간적인 대접은 어느정도 받지 않았을까 한다. 그저, 하루 하루 살아가는데 의미를 부여하는 인생을 살게 될 지 모르지만 말이다.

 

인도라는 국가에 직접 가 본적은 없어도 카스트 제도라는 것이 있어 인도 국민들의 계층을 나눠 그 계층을 운명으로 여기고 살아간다는 것은 배운 적이 있어도 그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 지 못했다. 그저, 조선시대와 천민과 같은 삶을 사는 정도라 어렴풋이 생각을 했지만 '신도 버린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으면 그 이상으로 인간이로되 인간으로써의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 눈에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인도 사람들에게는 그 사실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무엇이라 할 수 없을 지라도 인도에서 소가 신적인 존재로 추앙을 받는다고 할 지라도 가축인 소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살아간다는 사실은 경악에 가까울 정도의 현실이다.

 

불가촉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들이 만지는 것을 만지지 못하고 상위 계층이 마시는 물을 마실 수도 없고 심지어 개에게도 먹이는 물을 더럽다는 이유만으로 마시지 못하게 한다. 마을에서 고기를 잡아 잔치를 벌이게 되어도 상위 계층이 다 가져간 후에야 비로서 그들의 차례가 와 먹을 수 있다. 과연 이것이 인간이라 불리울 수 있는 것일까?

 

심지어 이미 죽어 물 속에 둥둥 떠다니는 시체가 부패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하층 천민이라고 밤 새워 그 시체를 봐야 하고 수거하는 가족이 없으니 물에서 꺼내오라는 관원의 말에도 상위 계층을 만지면 부정이 타기 때문에 끝까지 만지지 못하고 혹시라도 만지게 되면 몰매를 맞게 되는 현실을 살아간다면 사는게 과연 아름다울까?

 

먹을 것이 어려운 시절에 축제 비슷한 것으로 상위 계층 카스트들이 먹을 것을 줄 때도 먹을 것을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집 앞 거리에 뿌리며 '재수 없는 내 모든 나쁜 것을 가져가라~!'라고 말을 들으면서도 그 음식을 거리에서 주워 집에 갖고 와서 먹는다면 웃으면서 먹을 게 생겼다고 좋아 할 수 있을까?

 

아주 아주 오랜 시간동안 이런 현실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살아 왔을 때 분명히 그 누군가는 이런 현실에 울분을 토하고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것이지만 한 명의 생각은 현실을 바꿀 수 없지만 단 한명의 실천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토대와 뿌리가 된다. 책에 나온 깨어있는 불가촉천민의 지도자를 통해 이런 악습이 타파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자각한 한 아버지와 그 어머니와 그 자녀드의 이야기가 바로 이 '신도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삼 대가 골고루 카스트 제도에 도전하고 이를 타파하는 이야기로 생각했으나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 책의 저자인 아버지가 노후에 자신의 일대기를 집필한 일기장을 근거로 불가촉천민들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와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을 찾는데 할애하고 있다.

 

부모세대가 배운 것 없고 온갖 멸시를 받으면서 투쟁하여 인간으로써의 삶을 쟁취하고 그 후대는 이를 통해 교육을 받아 외국에 유학도 갔다 온 후에 크게 성공하여 불가촉천민들이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했던 종교시설을 천대받으며 강한 반대가 아닌 상위 계층의 카스트들이 직접 나와 VIP로 대접하여 종교시설에 들어가는 대목은 실로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삼대에 와서는 아직까지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가 뿌리까지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삼대째인 딸에게 '너희 아버지가 자다브라는 달리트(불가촉천민)중에 가장 성공한 사람이구나'라는 이야기를 굳이 하여 여전히 카스트제도의 타파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한 번 뿌리박힌 사상을 없애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책에서는 불가촉천민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만 된다는 점을 지도와 아버지가 유념하여 어떻게 하든 교육을 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 교육을 통해 자녀들이 전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걸 보면 교육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데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우리도 바보같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속고 있거나 믿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이런 것들을 깨닫고 이겨내기 위해서 공부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책에 나오는 달리트(불가촉천민)들처럼 숙명으로 여기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착취를 당하거나 제대로 된 취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달리트라도 인도를 나가 외국에서 생활 할 때는 누구도 그 점을 신경쓰지 않고 생활하지만 다시 인도로 들어오면 그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다. 그처럼 우리도 인도보다 좋은 이 땅에서 - 달리트들의 인구만 1억이 넘는다고 하니 - 어디 출신이라는 것을 따지고 여러가지 이유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잘못된 사상이 얼마나 오래도록 우리를 지배하게 되는지 알려준다.

 

책의 제목이 '신도 버린 사람들'이지만 달리트들은 바로 그 신을 버림으로 신을 버린 사람들로 변하여 오히려 자신들을 찾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별 것 아닌 스스로의 속박을 하나의 단순한 체스처어로 벗어났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까지 엄청난 스트레스와 자신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고 깨닫는 과정을 거쳐야만 이룰 수 있는 고통이 따랐을 것이다.

 

불가촉천민이라는 숙명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공식적으로 이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진실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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