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3 - 세상을 울린 칠레 광부 33인의 위대한 희망
조나단 프랭클린 지음, 이원경 옮김, 유영만 해설 / 월드김영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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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의 광부가 땅 속 깊은 곳에 갇혔다. 어떤 누가 생각해도 이들이 살아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냉정한 사실이다. 설혹, 살아돌아오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33명중에 몇 명은 아마도 희생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희생되는 인물이 내가 되거나 나와 관련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오로지 기적을 바라며 이곳에서 나갈 것이라는 헛된 기적아닌 기적을 꿈꾸는 수 밖에.

 

칠레라는 나라가 어느날 뉴스의 톱을 차지했다. 광산에서 갱이 무너져 일하는 광부들이 전원 다 생사를 알 수 없고 그들이 실제로 살아 돌아올 가능성을 희박하는 뉴스를 전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일어난 사례를 기억해 보더라도 전원은 아니라도 일부는 살고 일부는 사망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의 생존내지 사망이 인재인지 자연재해인지는 모르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33명이라는 한 덩어리로 표현되지만 그들 한 명 한 명은 전부 누군가의 자식이자 남편이자 부모이자 친구이자 형제이자 지인이다. 그만큼 그들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많다는 이야기이고 그들과 나눈 추억은 돈으로 살 수 없을만큼 사람들의 기억속에 있다. 그런 그들이 현재 무려 700미터나 깊은 곳에 갇혀있다.

 

역사적으로도 700미터나 깊은 곳에 사람이 갇힌 적이 없고 그들을 살린 경험도 없다.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진 것이다. 누구에게나 경험은 일을 추진하고 해결하는데 용기와 지혜를 주지만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것에 대해서는 다들 두려워하고 할 수 있을까라는 망설임을 갖게 된다.

 

33명이라는 다른 기억과 경험과 지식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에 뜻하지 않게 함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그들은 평소에 서로 얼굴만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처음 본 사람도 있었따. 이런 조건은 심리학자나 연구원들에게는 엄청난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생존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33명 전원이 무사히 땅 깊은 곳에서 지상으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난리를 폈지만 특별하게 우리나라에서 중요하게 다룬 매체는 없는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자세한 사정은 모르는데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물론, 이 책도 당사자들이 아니라 취재진중에 한 명이였던 저자가 운좋게 다른 취재진과 달리 더 가깝게 취재를 할 수 있어 33명의 광부들과 그 주변인물들과 구출 현장의 대원들은 인터뷰하여 쓴 책이라 많은 부분에서 디테일하지는 않고 간략적으로 소개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지만 충분히 현장의 긴박함이나 절망감이 글을 통해 전달된다.

 

33명의 광부중에 한 명이 이 모든 사건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그 글이 책으로 출판되면 땅 속에 갇혔던 광부들의 생생한 모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들은 무려 69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정된 공간에 있었고 20일도 넘는 기간동안 그들일 생존할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만을 갖고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살았다. 책에서도 소개한 '파리대왕'과 같은 책이나 사례를 보면 특수하게 폐쇄된 공간에서 인간은 이성보다 본성이 앞서고 남보다 자신이 먼저 살기 위한 야성에 눈을 떠 지극히 태고의 자연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위대한 33명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민주적으로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고 리더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제안과 지시를 따라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 생존할 수 있었다. 나이가 많은 내가 왜 저 친구의 말을 따라야 하지라거나 원래 지위가 높은 내가 왜 저 사람들의 의견을 따라야하지라는 생각보다는 우리는 모두 함께 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의식이 이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 아닐까 한다.

 

이들 뿐만 아니라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땅 위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과 토론과 각자의  생각은 어쩔 때는 정치적이고 어쩔 때는 광부들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벌어지기도 했지만 모두가 합심하여 광부를 살리는 일에 집중하여 전원 구출할 수 있었다. 각자가 다른 생각을 갖고 구출에 집중했지만 결론적으로 모든 광부의 생존은 이처럼 엄청난 사건의 결과로는 전무후무한 일이 아닌가 한다.

 

땅 속에서 벌어지는 서로간의 반목과 불신, 시기, 질투, 화합, 믿음이 이들을 어렵게도 힘들게도 합치게도 만들었고 광부들과 이들을 구하려는 의료진을 비롯한 자원 봉사자들의 의견 불일치, 지배 피지배의 관계마저도 슬기롭게 헤쳐나간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게 된다.

 

과연, 내가 광부였다면 어떤 행동과 사고로 대처해 나갔을 것이며, 내가 자원 봉사자로 저들을 돕고자 했다면 어떤 행동과 어떤 사고가 광부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무사히 그들은 땅위로 나왔지만 땅위에서 그들에게 벌어지는 것들은 그들이 땅 속에 갇히기 전과는 판이한 현실로 되돌아 오게 되는데 이 부분은 책에서 깊히 다뤄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추후에 이들 각자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에 대해 추적, 연구하는 연구논문내지 책이 발간될 것이라고 본다.

 

처음에 두끼 그다음에는 한끼식으로 음식으로 조절하며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틴 후에 광부들과 지상이 연결되어 이들이 살 수 있었다. 그렇지 못했다면 이들이 농담으로 이야기한 가장 약한 인간부터 인육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될 때 과연 이들이 끝까지 희망을 간직하고 포기하지 않았을까?

 

땅 속에서 나온 광부들 중에는 이 체험으로 다른 인생을 꿈꾸는 사람도 생겼다. 그들에게는 이 체험은 혹은 트라우마는 그들의 인생을 완전히 송두리째 변화시킨 경험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을 알 수 없어 오늘 하루만을 보고 살아야하고 기한이 없는 막연한 희망만을 간직하고 끝내 생존한 이 광부들을 볼 때 희망이 없다며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들은 한 번 더 생각하고 이들과 같은 경험이 오히려 그들에게 삶에 대한 생존의 의지를 살려주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원 생존하게 된 33명의 광부들과 이들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자원봉사들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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