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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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의 영원한 미스테리가 아닐까한다. 사랑의 종류에도 여러가지 있지만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최소한 남녀가 아니라도 서로 사랑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은 각자 서로에게 '난 저 사람을 사랑해!'라는 아주 통속적인 것을 말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미쳐야만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성적인 인간은 사랑을 할 수 없다. 우리들은 이성적이기 때문에 동물과 다른 존재라고 하지만 오히려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라 부를 수 있다. 동물들의 행동은 감정이 아닌 본능이라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한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한다. 한 남자는 유부남이고 한 여자는 미혼이다. 이 사실은 두 남녀가 다 인지하고 있지만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TV 드라마에서 지겹게 보는 익숙한 패턴이지만 여전히 드라마 내용으로 방영되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흥미인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관점에선느 '미친거 아냐?'라고 외칠 만한 일이다. TV 드라마가 아니라 내 주변 누군가 했다고 하면 말이다. 맞다! 미쳤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감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역사는 이성적인 존재들의 머리로 발전 했을 지 몰라도 감정이라는 감정을 갖고 있는 인간들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발전과 퇴보를 거듭하여 더 큰 발전을 이뤘다고 본다. 정반합이라는 과정이 아마도 맞을텐데 인간이 이성만 갖고 있다면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고 조종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어떤 일을 하든 충분히 이성적으로 행동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평소에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아도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이성보다 감정을 우선하고 이성적으로 옳지 않다고 판단을 내려도 순간 나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벌이는 사건들이 많다.

 

사랑은 바로 그 감정의 범주에 속하는 아주 다루기 어려운 놈이다. 사랑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사랑은 어려워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은 함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심지어 사랑에 대해 단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 사랑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온갖 충고를 하기도 하고 카사노바와 같이 늘 사랑을 하지만 사랑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여전히 자신의 사랑을 찾아 헤매고 다니기도 한다.

 

10대와 20대, 30대, 40대 등등 나이게 따라 사랑에 대해 느낌, 개념, 접근 하는 방법등은 다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10대와 20대 때 가졌던 사랑에 대한 감정과 두근거림은 들 하지 모르고 또한 어느 정도 절제하는 측면도 강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결혼을 한 후에 이성에 대한 감정은 미혼일 때에는 다른 감정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 부분은 결혼 한 상대방과의 묵계적인 합의일 수도 있고, 인간 세상의 도덕적인 잣대로 인한 눈치일 수 도 있다만 결혼하여 함께 생활하며 그 전과는 다른 사랑이라는 새로운 감정라고 볼 수도 있다. 사랑은 모른다는 전제하에 모르는 이야기를 열심히 쓰고 있다.

 

알랑 드 보통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이 '불안'이라는 책이라 당연히 작가가 철학자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책 '우리는 사랑일까'라는 책은 소설이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전지전능한 작가의 시점에서 내용이 이어니고 내레이션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그걸 뛰어넘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에 대해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평도 하고, 그 의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둘의 감정과 행동과 생각에 대해 소설의 핀트와는 상관없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철학이나 각종 인문학에 근거하여 설명한다.

 

흔히 남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원한다. 여자는 반대라고 이야기한다. 책에는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사랑을 하고 서로 알아가며 점점 상대방과 나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미혼일 때 10년을 연애하며 상대방을 알게 된다고 하여도 막상 결혼하여 같이 생활을 하면 또 다른 면을 보고 같이 생활하며 부대끼는 면에 힘들어 하고 서로 맞추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거의 결혼을 통해 이 부분을 거쳐가고 외국은 동거를 통해 서로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은데 - 외국에서 생활해 본 적은 없고 일방적으로 그들이 보여주는 정보를 통해 습득한 것이라 불안정하다만 - 우리나라에도 사실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친 후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커플들이 서로 갈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혼인신고가 곡 나쁜 측면보다는 좀 더 참아보고 좀 더 상대방과 나와의 합일점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아닐까 한다.

 

동거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은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다는 무의식이 잠재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을 둘이 함께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헤어진다는 편한 결론을 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한다. 사랑은 사랑이고 생활은 생활이다 보니 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는 생활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변수를 다 감싸않지 못하는 것은 모순일 수 있어도 그것이 남녀간의 사랑이 갖는 한계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남녀간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니라 어느 정도 조건적인 사랑의 감정이 포함되기 때문에 남을 사랑하기 전에 나에 대한 사랑이 먼저 앞 설 수 있다. 그걸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부지기수이고.

 

이성을 보고 사랑을 느끼고 그 감정만이 전부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 부터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사랑을 더욱 지속시켜 주는 힘이 되고 상대방을 사랑하기 전에 자신에 대해 사랑 할 줄 모른다면 남을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이라는 영원한 인류의 화두는 결코 책 한권으로 설명할 수 없고 설명 될 수 도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다양한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남녀간의 풋풋한 사랑, 성인이 되어 만들어 가는 사랑, 부모님에게 일방적으로 받는 사랑, 내가 부모가 되어 주는 일방적인 사랑, 처음의 사랑감정과는 달리 배우자와 나이를 더해감에 따라 부족하기도 하고 넘치기도 하는 사랑....

 

'우리는 사랑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면 그건 사랑일까, 집착일까, 환상일까, 아님 사랑이 식은 것일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왜 '우리는 사링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는 것일까?

 

20대와 달리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이 사랑을 더욱 힘들게 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드라마와 영화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고 눈물을 자아내는 것은 누구나 다 사랑에 굶주려 있기 때문이 아닐가하는데 그 굶주림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영원히 없다.

 

나와 내 배우자와의 관계는 사랑일까? 지금이 어느 시대라고 사랑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속이면서 살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까? 고로, 나는 '우리는 사랑일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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