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트 -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누구의 추천도 받지 않고 누군가 쓴 리뷰를 읽거나 리뷰가 많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이런 저러한 곳에서 광고를 본 적도 없이 그저 읽어 볼 만한 책이라는 감 하나만을 믿고 읽었을 때 그 책이 나에게 엄청난 기쁨으로 다가올 때 그것만큼 기쁜 것도 없다. 내가 좋은 책을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선택했다는 선민의식마저 느낄만큼 좋으니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떠한 사전 지식도 없이 책을 골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동안 내가 읽은 책이나 이러 저러하게 내 머리속에 알게 모르게 들어 왔던 어떠한 지식들 중에 하나가 나에게 그 책을 고르라고 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복잡계라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는 책이다. 복잡계는 '찰리 멍거'라는 사람을 통해 알게 되었다. '찰리 멍거'가 복잡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투자 세계에서 워렌 버핏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지라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워렌 버핏이 유일하게 자신의 생각을 물어보는 찰리 멍거가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는 영역이라면 분명히 '복잡계'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어렵고 읽을 때에 분명히 고리타분하면서 상당한 인내력을 갖고 책을 읽어야 될 것이라는 각오를 갖고 책을 읽어야 할 것이라 결심하고 읽었다.

 

책을 선택할 때 이 책은 바로 '복잡계'라는 이론을 창시한 사람이라는 소개 단 하나만을 갖고 선택하게 되었지만 얼핏 보니 단순하게 복잡계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처럼 과거의 일정시점에 - 그것도 꽤 흥미있어 할 만한 십자군 이야기 - 벌어진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어 어느 정도 재미는 있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했다.

 

막상 책을 읽으니 책을 읽는 속도는 예상대로 빨리 진행되지 못했지만 무척이나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단순하게 재미있게만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생각을 동반하며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하여 진지하게 사고를 더불어 하며 읽었다. 나에게 이런 책은 흔하지 않다고 본다. 읽으면서 이래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복잡계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를 통해 자신의 투자 전략이나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려 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비록, 이 책에는 투자와 관련된 통계나 예시는 없지만 저자 스스로 투자 관련 글도 있었지만 관련 내용이 마지막에 가서 책에서 빠졌다고 할 정도면 분명히 복잡계는 투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정확히 이야기하면 물리에서 출발한 연구이다. 물리학은 모든 연구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물리는 주식에도 관여하게 되었다. 조지 소르스의 펀드와 같은 퀀텀펀드가 퀸트라고 불리는 - 금융공학이라고 한다 - 것을 기초로 하여 여러 가지 조건들을 대입하여 그 통계나 가설을 수치화하여 그를 근거로 하는데 대부분의 헷지펀드가 하는 방법이다.

 

이 책은 복잡계에 대해 단순히 설명하고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는 논문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쉽게 책을 읽다보면 - 쉽게는 좀 아닐 수도 있지만 최소한 지루하지는 않다 -  저자인 바라바시의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면 저절로 복잡계라는 것에 대해 이해하고 그 엄청난 세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책에는 무척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예전에 나는 사람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 사람의 미래를 우리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충분히 예측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같이 놀기만 하고 하루 하루를 마지못해 사는 사람과 매일같이 하루를 열심히 창조적으로 오늘보다 내일을 위해 사는 사람의 미래를 우리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 않는가? 그처럼 사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멱함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용어에 대해 난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이 용어는 우리가 흔히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하여 80대 20의 법칙을 이야기 할 때 나오는 계산식이라 할 수 있다. 20에 해당하는 사람이나 그 어느 것이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것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 말이다. 또 다른 말로 '티핑 포인트'라고도 하는 말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무작위적이고 예측 할 수 없고 도저히 그 행동에 법칙을 정확히 알 수는 없을 지 몰라도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 할 수 있지만 그런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충분히 예측가능한 것이 우리들의 일상이다. 실제로 나를 기준으로 하여도 나를 모르는 누군가 내 심리 상태나 생각을 읽지 못한다 해도 충분한 시간동안 나를 추적 관찰하면 극히 예외적인 행동을 제외하면 얼마든지 내 행동에 대해 예측 가능하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나 출근하는 시간, 몇시 부터 몇 시까지 회사에 근무하는지 몇 시에 퇴근하는지 몇 시에 집에서 거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그렇게 일상생활에 반복되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에는 폭발적으로 전혀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그 이유를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은 절대로 알 수 없지만 그것 마저도 그의 행동을 꾸준히 관찰하고 추적하면 내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향후에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우리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조지 오웰의 1984'는 이미 교묘하게 행해지고 있다. 저자가 만든 복잡계 이론은 이미 사업을 하는 모든 회사에서는 행해지고 있다. 우리가 통화하는 핸드폰을 근거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나 가장 많이 통화하는 장소나 사람에 대해 데이터를 근거로 마케팅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 뿐 아니라 우리는 우리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CCTV에 의해 우리의 일상이 모두 관찰되고 추적할 수 있다. 심지어 이제는 사무실 내부에도 존재하고 CCTV가 없는 곳에도 자동차를 비롯한 곳을 통해 얼마든지 우리의 행동을 추적할 수 있다.

 

처음에는 한 개인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으나 오랫동안 관찰을 통해 충분히 법칙을 발견하고 그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발견이고 저자도 좀 두려워한다고 한다. 이미, 자신의 연구를 갖고 많은 회사에서 자신들의 회사 이익을 위해 그 이론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복잡계 이론을 세우는데 있어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그 사람을 단순하게 관찰 할 때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을 어느 순간부터 폭발적으로 하는 것이였는데 이 부분도 결국에는 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전부 이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들은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자신의 우선 순위에 오르지 않을 때 전혀 행동을 하지 않다가 어느순간 그 행동이 우선 순위에 오르게 되면 그 때부터 그 행동과 연관된 많은 일들을 폭발적으로 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매일같이 7시면 퇴근 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10시가 넘어 퇴근 하는데 그 이유는 회사에서 내려온 프로젝트로 인해 그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우선순위가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중에 이메일로 추적을 할 때 도저히 그 법칙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멱함수라 불리우는 파레토의 법칙(나는 그 함수를 계산할 수 없으니 이해하기 쉽게 그냥 파레토의 법칙으로 대치했다)을 통해 누군가의 이메일을 받고 그와 관련된 이메일을 갑자기 폭발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나를 기준으로 이해해도 된다. 평소에 내 핸드폰을 거의 울리지 않는다. 약간 거짓말을 더하면 심지어 하루종일 울리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날은 하루에 10통도 넘게 걸려올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어떤 일과 관련되어 그 일을 하기 위해 내가 사람들의 전화를 받고 그들에게 전화를 하다보니 저절로 전화통화가 폭발적으로 이뤄졌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하루 종일 전화가 거의 울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주말 통화 할인이라고 하여 주말에 통화하면 할인을 적용받는 요금제가 있었다. 이것은 결국 주말에 더 많은 통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요금제이다. 아니면 한 달에 한 번 우리에게 오는 전화요금 고지서에 나오는 내 통화패턴을 보면 일주일에 가장 많은 통화를 하는 요일이 있다. 이처럼 우리의 행동을 근거로 얼마든지 우리는 한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이론들을 우리가 이해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작업이다. 특히, 나처럼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 이처럼 최신 이론이자 고차원 적인 곳에 적용되는 이론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용어도 생소하고 친숙하지 않은 분야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이 진정으로 알고 있다면 중학생에게 설명을 해도 그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하는데 '버스트'의 저자인 바라바시는 복잡계라는 이론을 완벽하게 인지하고 숙지하여 사람들에게 설파하는 듯 하다. 이처럼 어려운 이론을 알기 쉽게 픽션을 섞고 자신 주위의 많은 사례를 연구하여 우리가 단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복잡계라는 어려운 이론을 이해시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책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와 생각할 꺼리들이 실려있고 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과연 얼마나 내 머리속에 남아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렴풋이라도 '복잡계'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느냐와 모르고 있느냐는 꽤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을 통해 바라바시의 전작인 '링크'라는 책을 꼭 읽고 싶어 졌다.

 

어렸을 때 물리과목은 나에게 지구과학과 화학과 더불어 참으로 피하고 싶고 머리에 도저히 들어오지 않는 별전치의 세계였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나의 생각을 완전히 고쳐주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을 왜 그렇게 공부하고 싶지도 책을 들여다 보고 싶지도 않은 학문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버스트의 소 제목이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이다. 좋은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 한결같이 좋은 책이라 하여 베스트 셀러가 될 수 있지만 이 책처럼 많은 사람들은 읽지 않았지만 소수의 사람들만이 읽었어도 좋은 책이 많이 있는데 아마도 이 책은 일부러 소문내지 않을게 아닐까? 나만 이 소중한 책을 알고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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