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Q84 3 - 10月-12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책을 읽게 되면 여러가지 반응이 나온다. 어떤 책은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게 되거나 향후 살아갈 날에 대해 그려보거나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나 마음을 다른 방식으로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거나 세상을 어떤 관점이나 시선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 그런 것들이 나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 본다.
또 다른 책은 아무 생각없이 집중해서 읽게 된다. 흔히 말해 몰입해서 책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줄거리를 쫓아가며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대부분 추리, 스릴러 장르의 책들이 그럴 할 것이다. 가장 곤란한 경우는 책이라 불리는 종이에 글자가 인쇄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꼭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의 반응이 나온다.
한 가지는 처음 접하는 분야나 내 스스로 이해하기 힘든 책을 읽게 될 때 종이 위에 있는 글자를 읽기에 벅차고 무슨말인지 모를 때가 있는 경우인데 이런 반응은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하는 책으로 변하게 된다. 어려운 책들도 아닌데 그냥 종이 위에 활자라고 불리는 글자가 찍혀 있는 책들은 책에 기술만 있고 철학이나 영혼이 없을 때 느끼게 된다.
그 외에도 책을 읽게 되면 다양한 반응이 내 안에서 나오게 된다. 가장 좋은 책은 아무래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 아닐까 한다. 비록, 그런 책이 가장 좋일 수 있어도 꼭 필요한 책이 아닐 수도 있다. 음식도 편식을 하면 몸의 불균형으로 인해 특정 요소는 넘치고 특정 요소는 부족하여 어느 곳에서 탈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1Q84'는 1,2권을 읽었을 때 좀 특이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그 시대의 상황이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의 접점을 잘 집어냈거나 우연히 건드려서 생긴다고 보는데 가장 인기를 끄는 장르를 이야기하라면 환타지 장르를 들 수 있는데 '1Q84'는 환타지 장르라고 하기에는 힘들지만 환타지 요소를 갖춘 추리, 심리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저자는 1,2권으로 끝낸 것으로 알고 있다. 2권의 끝 장면도 흔히 말하는 열린 결말로 독자의 상상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결론이였는데 독자들의 열화같은 성원에 힘입어 3권을 집필하여 출판한 것으로 알고 있다. 1,2권 자체를 출판된지 1년도 훨씬 넘은 시점에 읽게 되었고 -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있었지만 - 3권도 출판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워낙 오랜 시간이 지나 3권을 처음 읽을 때 1,2권의 감각이 들어오지 않았고 어떤 내용인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거의 새로운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정도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책의 두께는 700페이지가 넘었다. 솔직히 이렇게 두꺼운 페이지를 채우면서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라고 여겨진다.
1,2권이 2명이 주인공의 시점으로 교차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반해 3권은 3명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새롭게 추가된 - 이미 1권에서 존재가 좀 미미하게 출현하기는 했지만 - 인물은 남녀 주인공이 이뤄지기 위해서 필요한 모티브로 등장을 했다고 본다. 굳이 그 인물이 없어도 이야기 흐름에 큰 지장은 없지 않았을까 한다.
소설중에 약간 당황한 것은 이 책 자체가 전지전능한 작가의 관점에서 쓰고는 있지만 각 단락의 인물이 자신이 벌어지고 느끼는 내용 위주의 관점으로 문체가 서술되다고 갑자기 각 단락의 주인공의 시점이 아닌 신이라고 할 수 있는 - 책의 내용을 창조한 사람은 작가이니 - 작가가 논평을 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서술을 한다는 것이다.
읽은 사람에 따로 반응은 다르겠지만 굳이 3권을 펴 낼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더구나, 이렇게 긴 페이지를 할애하며 이야기를 엮을 필요는 더더욱 없어 보였다. 책의 중간까지는 상당히 느릿하게 후반부를 준비하면서 각종 기초 작업을 하는데 사족이 좀 많다는 생각도 읽을 때는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생각하니 그렇다.
후반부는 어떤 결론으로 끝날지가 점점 궁금해 지면서 흥미롭게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빨리 읽어버리자는 생각도 들어 더 집중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환타지 소설이라 그 세부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가 될 것이다. 그래도 몇 가지 하자면 책에는 2개의 세계가 존재한다. 달이 하나인 세계와 달이 두 개인 세계가 따로 따로 존재를 한다. 두 개의 세계에는 각자 살아가는 인물들이 있다. 그 인물들이 서로 겹치는지 완전히 다른 세계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2개의 세계는 서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느 것이다. 서로 동일한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각각의 덴고와 아오마메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한다. 차원의 벽을 뚫고 나라는 존재가 침입하거나 도착할 수는 있지만 각각의 차원에 있는 존재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달이 하나인 세계에서 달이 두 개인 세계로 간 아오마메에게는 분명히 달이 두 개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아오마메가 있었을 것일라고 보는데 말이다.
달이 두 개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 총 3명인데 이들은 그렇다면 달이 하나인 세계에서 달이 두개인 세계로 흘러들어갔다는 이야기인데 두 세계에서 존재하는 각각의 자신의 존재가 있었을 것이라 보는데 또 다른 자신들은 어디로 갈 것일까? 최소한 각종 공상과학이나 차원을 이야기하는 책이나 영화에서 보면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나란 존재는 현재에만 존재할 뿐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나와 똑같은 존재가 그 차원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이 책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것인지 너무 버라이어티해진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냥 생략한다.
이렇게 쓸데없는 딴지를 건 것은 그냥 궁금해서이다. 분명히 각 차원에는 자신의 차원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존재가 있을 텐데 말이다. 나 자신이 그렇게 다른 차원에서 나와 똑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을 믿지는 않지만 많은 픽션에서 과학적 근거를 갖고 그런 요소를 집어넣는다고 보는데 그 요소가 잘못된 과학적 지식일지 모르겠지만 알고 있는 상식을 갖고 이야기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하루키라는 사람은 참으로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별 내용도 없고 뜬금없는 소재를 갖고 이렇게 엄청난 페이지를 꽉꽉 채워 써서 전개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무엇보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더욱 대단하다. 그래도 역시 1Q84 3권을 꼭 낼 필요가 있었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