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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 박성득의 주식투자 교과서
박성득 지음 / 살림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주식 투자와 관련된 책 들 중에 읽을만한 책은 거의 대부분 외국(그 중에서도 미국이라고 꼭 집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미국이 그 자본주의를 방대하게 퍼뜨리고 있는 장본이니)인들이 쓴 책들인데 그 주인공들이 개인 투자자라고 하기 보다는 펀드를 관리하고 운용하고 있는 펀드매니저라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주 자본주의가 전파된지 얼마 되지도 않고 아직까지 실증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기간이 성숙하지 못해 그런지 책도 많지 않을 뿐더러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 많지 않다. 펀드 숫자로는 전 세계에서 순위권 안에 드는 나라가 왜 그런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그만큼 제대로 된 가치관과 투자관을 유지하며 투자하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뜻이리라.
이 책의 주인공은 흔히 말하는 슈퍼개미이다. 슈퍼개미의 정의는 솔직히 아주 단순하다. 그가 갖고 투자하는 액수의 단위가 크면 슈퍼개미이다. 아무리, 수백프로의 수익을 올려도 갖고 있는 돈이 작으면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박성득이라는 사람도 슈퍼개미라고 불리우기를 원해 그런 것이 아니라 순전히 본인이 생각하기에 훌륭하다는 회사의 주주를 끊임없이 매수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노출되었다고 한다.
책에는 딱히 주식에 대해 방법론이나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구구절절 쓴 내용은 없다. 아마도 반은 본인이 고생하고 힘들게 일식집을 차려 자수성가한 이야기고 반이 주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한 사람의 지금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경험한 과거를 공유까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알아야만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데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 왔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성득이라는 사람을 한 참 일식집을 운영하여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에 만났다면 나같은 사람은 감히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만큼 눈이 살아있고 자신의 인생을 걸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기 때문이다. 나자신만 해도 성공을 원하지만 죽기 살기로 노력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있게 '예!'라고 할 수 없을텐데 박성득이라는 사람은 자신있게 '예!'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한다.
일식집을 하면서 터득한 사업 노하우(장사도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장사라 해도 매출 단위가 커지며 사업개념으로 갈 수 밖에 없다.)를 주식에 접목하여 성공한 것은 탁월한 저자의 오랜 성공 노하우가 집약된 것이 아닐까 한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한 노력만 한 것이 아니라 종업원을 관리하는 방법, 세무적인 지식, 회계적인 지식, 기타 여러가지 직접 자신이 사업을 하며 성공한 바로 그 경험을 똑같은 잣대로 회사에 적용하여 투자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미 지난 일이기 때문에 하는 말일 수 있지만 주식 투자를 하며 잃게 된 몇 억이 오히려 지금의 수십, 수백억을 만들게 된 자양분이 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릇 자체가 틀린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뭐, 그렇게 큰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할 말없지만 한 두번 실패를 겪은 후에도 실패라고 여기지 않고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하나로 여기고 전진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또 하나는 그렇게 잃었어도 다시 투자할 수 있는 돈을 본업에서 지속적으로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하려는 회사를 정하는 방법이나 일단 투자한 회사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언제 매도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는 충분히 참고할 수 있지만 고급 표현으로 '집중투자'이고 나쁜 표현으로 '몰빵투자'를 하는 과정을 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갖고 있는 돈을 한 종목에 다 넣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그 종목에 투입한 돈을 갖고 다시 대출을 일으켜 또 그 종목에 투자를 하여 큰 성공을 거둔 이야기를 읽으면 나같은 소심쟁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만큼 투자한 종목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기도 하지만, 집중투자를 할 수 있지만 대출까지 하여 투자한 대목은 비록 양날의 칼이 되겠지만 사업가적 마인드로 주식 투자를 접한 측면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제도권에서 투자하는 매니저들은 그렇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책에는 어려운 말 하지 않고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것을 이야기한다. 본인 스스로 배운 것이 없다고 하며 누군가에게 가르침도 받지 않았고 읽은 책도 거의 없다고 하지만 책의 행간에 읽히는 것으로 볼 때 책도 상당히 많이 읽어 내공을 쌓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도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적용하고 고치고를 반복하여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룬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저술한 주식 투자 책 중에 내가 지향하고 공감하는 책들이 그리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주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내용은 박성득이라는 사람의 위인전에 가깝지만 결코 주식투자를 하는데 있어 소홀히 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어 - 아니, 인생을 사는데 있어 가르침을 주는데 있어 - 한 번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