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조지 소로스 지음, 황숙혜 옮김, 이상건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얼핏봐도 책의 두께가 꽤 얇다는 것이 보인다. 책의 두께가 얇은만큼 내용도 같이 얇으면 읽기에 편하겠지만 책의 내용은 두께의 몇 배는 어렵다. 쉽게 읽으려고 덤벼들었다가는 무슨 글을 읽고 있는지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페이지만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된다. 책의 두께만큼 말랑말랑한 내용의 책들이 많은데 비해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몇 년전에 조지 소르스의 자서전을 읽은 적이 있었다. 자서전 자체야 어려울 것 없이 일대기를 읽으면서 이 사람이 이렇게 살면서 이런 영향을 받아 지금의 조지 소르스가 되었구나라며 읽으면 되지만 조지 소르스는 금융 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사람답게 그의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 완전히 귀신 씨나락 까 먹는 소리였다.

 

이제 겨우 한글을 읽을 정도인 사람에게 뜨금없이 영어 원서를 갖다 놓고 읽으라고 한 경우나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로 읽기는 했지만 머리속에 들어오는 내용은 극히 적은 것이 아니라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유일하게 재귀성 이론이라는 것만이 알게된 용어라 어디가서 조지 소르스가 만든 이론이 재귀성 이론이라는 것만 아는체 할 수 있는 정도였다.

 

금융의 연금술사가 대표적으로 재귀성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지만 읽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조지 소르소는 내가 하고 있고 하려는 투자와는 다른 헷지펀드로 공매도와 선물과 같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굳이 몰라도 큰 상관이 없다는 점이 컸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 점은 변하지 않았지만 조지 소르스의 여타 책에 비해 이 책은 두께가 얇아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되었다. 몇 년 동안 놀지 않았으니 그래도 예전과는 달리 용어라도 좀 익숙해 지지 않았을까 하는 점도 있었고.

 

그동안 놀지 않고 책을 읽은 보람이 있었는지 최소한 이 책에 나오는 용어들이 눈에 익은 것들이라 책을 읽는데 있어 다행히 예전과 같이 영어 원서를 읽는 것과 같은 참담함은 없었다. 여전히 책에 나오는 의미와 깊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내가 알고 있는 만큼 받아들이고 보이는 만큼 볼 수 밖에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재귀성 이론은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기존 경제학이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로 모든 판단을 합리적으로 내린다고 한다. 대표적인 철학이 바로 계몽중의 철학이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꼭 합리적으로만 행동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 경제학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내 자신의 평소 행동이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나 스스로도 결코 합리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린다고 믿고 있지만 무척이나 모순적이고 감정에 치우쳐서 주변 모든 것을 감안한 판단이 아니라 임의적으로 나 스스로 오해한 증거와 근거를 갖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결과가 아주 아주 많다.

 

재귀성 이론의 양대 축은 인지적 기능과 조작적 기능이다. 이런 단어가 몇 년 전에는 익숙하지 않아 헤맸지만 이런 단어는 이제 굳이 책을 읽지 않았어도 친숙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 행동 경제학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로 인간은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내린 최선의 판단이 알고보니 얼마나 바보같은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상황과 현상과 본인이 참여하여 조작하는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블랙스완과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다. 해서, 블랙스완의 저자인 나심 탈렙이 처음에는 조지 소르스에 대해 우습게 보지만 (그는 금융쪽 사람들에 대해 자신보다 좀 낮게 본다) 조지 소르스를 통해 칼 포퍼를 알게 되고 칼 포퍼의 열린사회라는 개념을 알게 되어 조지 소르스를 다시 보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재귀성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바로 '오해'라는 개념이다. 오해를 개념이라는 정의까지 내릴 필요는 없지만 본인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 분명히 진실이나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간들을 알지 못한다. 바로, 그 잘못된 인지를 갖게되니 오해가 생겨 엉뚱한 조작을 하게된다. 바로 이 오해가 생기는 지점을 조지 소르스는 포착하여 큰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오해가 생기는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부단히 흐름을 추적하고 관찰하여 사람들이 오해하는 접점에서 미리 들어가 기다리는 것이다. 단순히 프로그램적인 매수나 매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주체인 인간을 탐구하고 인간을 파악하기 위해 철학에서 출발하여 인간을 이해하려 하고 - 금융 투자를 위해 철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철학을 공부한 후에 인간세계에 적용을 한 것이다 - 인간의 근본적인 결함을 파악하여 실천한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라는 것이 일정한 조건을 컴퓨터에 설정한 후에 기계적으로 사고 파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지만 그 조건을 설정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인간이 그 조건을 설정한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다. 105와 98사이에서 기계적으로 매매를 하도록 설정했다면 무엇때문에 103에서 95가 아니라 105와 98사이로 설정한 것이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헛점을 파고 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긴 호흡을 갖고 준비한 후 자신이 들어갈 수 있는 비슷한 지점에 용기를 갖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말로써 풀어쓰니 참 쉬워보이지만 나 자신도 이렇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내 자신이 실행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스스로 그런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고 말이다. 투자라는 것은 끊임업이 투자대상과 나에 대해 부정과 의문을 갖고 과감한 실행을 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또 지식과는 별개이고, 용기와는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책의 전반부는 재귀성 이론을 위한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후반부는 금융위기가 생긴 시점부터 이 책의 출판 시점까지의 사실과 자신의 투자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고 향후 전망에도 간단히 언급한다. 후반부보다는 전반부가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후반부 내용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며, 이미 몇 년이 지나 과거의 사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분야보다도 약육강식이 지배하여 작은 실수에도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투자세계에서 30~40년 동안 놀라운 결과를 보이는 조지 소르스의 이야기라면 분명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제, 겨우 10년 정도의 투자 경험을 갖고 있거나 투자는 해 본적도 없으면서 그냥 리서치담당자나 에널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대해 함부로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는 업자들 보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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