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비파 레몬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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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들의 특징이 일상의 소소함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고 특별한 이벤트나 이야기없이 생활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했다. 그동안 읽었던 일본 작가의 소설이 '공중그네'를 비롯하여 몇 개가 있었는데 고저장단없이 평탄하게 줄거리가 이어져서 말이다. 이 작품은 서평이 많다는 이유로 접하게 되었다. 얼마나 일상의 소소함이 이어지는 지 좀 지루했는데 예전에 자신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고 '반짝 반짝 빛나는'이라는 책을 빌려 본 적이 있었는데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바로 그 작가였다.

 

'반짝 반짝 빛나는'는 책을 빌려준 지인이 20대의 미혼여성이라 그들만의 감수성을 잘 표현하여 같은 동질감과 그 세대가 갖고 있는 감성에 재미를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내 자신은 그다지 였는데 이 작품도 나에게는 별로였다.

 

각 개인의 일상은 특별한 게 없는 일상으로 가득차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하루종일 카메라로 들이민다면 분명히 그들의 일상을 시청하다가 어느 순간 코까지 골며 잠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인간 극장'은 시청자들이 희노애락을 함께 하면서 시청한다. 그 이유는 '인간극장'에 나오는 사람들의 생활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남들과는 약간 다른 삶을 살고 있거나 현재 남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일상을 촬영하여 그걸 편집이라는 훌륭한 방법을 통해 거른 후 우리에게 보여지기 때문에 '인간극장'을 재미있게 보는 것이다. 또한, 화면에 나오는 그들의 생활은 100% 있는 그대로의 삶이 아니라 약간의 연출과 상황 설정이 들어간 생활이다.

 

생각지도 못하고 한 작가의 작품을 2개나 읽었으나 2개다 개인적으로 재미없게 읽었지만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읽혀지는 것은 작품을 읽는 사람들과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일텐데 내가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은 내 감정이 말라있다는 뜻이 되는지 어느새 내 생활에 삶에 찌들어 감수성을 잃어 버렸던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듯 하다.

 

책 제목인 '장미 비파 레몬'인 이유도 사실 끝까지 알지는 못했다. 일부러 읽으면서 체크를 했지만 그다지 소설 내용에 책 제목이 자주 등장하지도 않고. 더더욱 불행히도 작품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 얼마나 혼돈되는지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3명의 여자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해설을 읽고 9명이나 되는 인물이 작품을 이끌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책의 인물들이 한 명씩 번갈아 나오니 이 사람의 이야기와 저 사람의 이야기가 나로써는 자꾸 중첩되고 분리되지 못해 가독성이 무척 떨어졌다.

 

소설에 작가가 아니라 아마도 비평가라는 사람들이 해설을 다는데 도대체 이유를 할 수 없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 각자 자신이 느낀바를 그대로 간직하면 되는데 왜 다른 사람이 자신의 판단을 소설 읽은 사람에게 강요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더구나, 꼭 번역자가 종종 옮긴이의 말로 이야기를 하는것도 개인적으로 반대해서 잘 읽지 않는데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다.

 

사랑이야기가 이 책의 큰 줄거리인데 우리들이 평범하게 만나 평범하게 만나는 사랑도 아니지만 풍폭처럼 만나 사귀는 연예 영화의 이야기도 아니다. 지극히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랑이지만 그 어떤 사랑도 평범하지 않고 조금은 삐뚫어진 사랑들이 나온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성보다는 감정에 충실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혼을 했어도 새롭게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사람을 추종하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일상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소소하고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각 개인의 감정의 흐름선에 대해서는 소소하지 못하고 뭉떵그려져 있어 보였다. 뭐, 사랑이란 감정이 원래 그렇지만.

 

사랑에 있어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사랑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저, 상대방의 존재 자체로써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이기 때문에 사랑만큼 제어하기 힘든 감정도 없을 것이다. 그걸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것이다.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거나 피하는 것이다.

 

한국 여성 작가(이 표현이 페미니즘적인 관점으로 보지 말기 바라며 타 이성과는 다른 감정과 다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점을 의식하여)의 작품들은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이 대부분 어딘지 조금은 음울한 느낌이 들지만 같은 시간대를 경험한 국민(세대는 약간 다를지라도)으로써 겪는 동질성으로 인해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비해 일본 여성 작가들의 작품은 굳이 일본이라 하지 않아도 될 일상의 묘사와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하루 하루가 너무나 평범하고 반복적인 나에게는 역설적으로 잘 읽히지 않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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