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4
루이스 캐럴 지음, 김민지 그림,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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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이게 고전 문학으로 되어 있지만 동화기도 하다. 이상하다는 표현처럼 뭔가 특이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정작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이제서야 제대로 읽었다. 유명세에 비해서 전체 내용에 대한 부분은 잘 모른다. 여왕이 유명하고, 토끼가 나온다는 점 정도가 익숙한 내용이다. 그 외에는 앨리스가 어떤 식으로 그곳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모른다. 이번에 읽으면서 확실히 그 부분을 알게 되었다.

앨리스는 우연히 하얀토끼가 뛰어가는 걸 재미삼아 쫓아간다. 딱히 할 일도 없는 앨리스 입장에서 너무 당연한 선택이었다. 토끼가 굴 속으로 들어가 뛰어 들어갈 때 끊임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이 장면의 묘사는 어떻게 볼 때 많은 현대 영화에서 보여주는 타임라인처럼 느껴졌다. 굴을 빠지면서 두개의 시간축과 공간이 변하는 모습인 듯했다. 별 생각없이 쫓아 들어간 토끼가 사실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인지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가장 큰 이유는 소설 원전이 아닌 팀 버튼과 같은 후대의 예술가가 토끼를 상당히 중요한 인물로 포지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토끼는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에 인도하는 역할이라 해도 틀리진 않다. 이상한 나라라는 표현처럼 이곳은 참으로 이상하다.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별로 이해가 되지 않을 행동을 한다.  거기에 있는 모든 인물이 다 이상하지만 앨리스도 결코 만만치 않다. 어린이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지만 참 당돌하고 맹랑한 아이라는 표현이 딱인 듯했다.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별로 망설임이 없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거침이 없다. 그렇게 볼 때 전형적인 서양인같기도 하다. 아마도 앨리스가 한국에 있었다면 이상한 아이로 볼 수도 있었겠다. 왜냐하면 이상한 나라에서도 이상하게 보인다. 이상한 나라의 모든 존재가 이상하기에 정상적인 앨리스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앨리스 자체가 이상하다. 특이하다는 표현이 좀 더 올바를 듯한데 이상한 나라에서 또 이상한 아이니 특이하다는 표현이 좀 더 적절한 듯하다.

무엇보다 이 곳에서 앨리스는 단 한 번도 정상적인 몸을 가질 때가 없다. 아주 살짝 있었을 뿐이다. 언제나 많이 크거나 아주 작다. 아이다운 행동이라 할 수 있는데 중간이 없는 행동을 한다. 자신도 이유를 모르고 커지고 작아진다. 어느 정도 뭔가를 먹으면 그렇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적당히 조금씩 먹어 조절하면 될텐데 그런게 없다. 냅다 많이 먹어 커지거나 작아진다. 그렇게 된 후에는 언제나 후회한다. 후회하자마자 또 워낙 낙천적이라 큰 신경을 안 쓰는 모습도 보인다.

뭔가 무척이나 어린이답게 생각을 딱히 하지 않고 입에서 곧장 나온다. 쥐와 이야기할 때도 그렇다. 아무 생각없이 자기 집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 쥐가 무서워하자 미안하다고 하면서 또 다시 신나게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 쥐가 싫어하면 또 다시 깨닫고 미안하다고 한 후에 자기도 모르게 또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 어른인 내 관점에서 볼 때와 달리 어린 아이인 앨리스 입장에서는 당연해 보인다. 그저 생각나는대로 자기 감정에 충실해서 이야기를 하는게 아이니 말이다.

실제로 이상한 나라에 고양이가 존재한다. 고양이가 어떻게 볼 때 제일 매력적인 캐릭터다.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느낌도 든다. 다른 존재와 달리 고양이는 유일하게 어느 곳이든 나타나고 사라진다. 움직인다는 느낌보다는 홀연히 스며들듯이 나타나고 휘날리며 형체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더구나 고양이와 대화는 이상한 나라에서 만난 어떤 존재와는 달리 가장 정상적이고 선문답같은 대화가 이어진다. 이상한 나라에 신이 있다면 고양이로 보였다.

마지막에 왕과 여왕이 다 모인 곳에 재판이 이뤄질 때 고양이가 다시 나타난다. 이때에 하늘에 있다. 왕과 여왕은 고양이를 처음 본 것처럼 행동한다. 앨리스는 그곳에 처음 갔는데도 고양이를 만나 대화를 했는데 거의 절대자인 왕과 여왕이 오히려 처음 본 것처럼 행동하니 신기했다. 중간에 공작부인이 나온다. 아주 괴팍하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공작부인이 여왕이라는 착각을 했다. 곧 공작부인이 꽤 괜찮다는 느낌도 받는다. 앨리스의 말을 아주 잘 듣는다.

오히려 문제의 여왕이 나온다. 결국에는 이것도 편견이 나를 사로잡았다. 원작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다양한 여왕의 모습을 본 상태라 여왕이 아주 못 되고 괴팍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 맞다. 여왕은 아주 이상하다. 여왕만 이상한 게 아니라 왕도 이상하다. 정상적인 존재가 한 명도 없는 곳이니 이상하지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즉흥적으로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한다. 걸핏하면 죽이라는 명령까지 할 정도인데 정작 죽는 존재는 없는 듯도 하다.

다들 너무 익숙한지 몰라도 잽싸게 다 도망간다. 쫓으라고 하지만 곧 사라지면 포기한다. 아마도 이런 일이 매일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다. 오래 기억하지도 못하고 그때 뿐이다. 그 순간만 넘어가면 모든 게 끝난다. 그렇게 볼 때 다들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 날 벌어진 일은 그 날만 지나면 전부 삭제된다. 반대로 볼 때 참으로 행복한 삶이다. 어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하지 않는다.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의 존재들은 그렇게 다 이상하다. 이상한 나라에서 인간은 앨리스가 유일하다. 앨리스도 자유자재로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그곳에서 유일한 인간이니 다른 존재일 뿐이다. 쭈우욱 읽다보면 어떤 식으로 결말이 일어날지 별로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다. 아무런 징조도 없다. 현실에 돌아온 앨리스는 좀 허탈하기도 하다. 이상한 나라에서 현실로 돌아온 앨리스가 갈 때와 달리 올 때는 너무 눈깜짝할 새에 눈을 떠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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