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저자인 김혜남은 꽤 친숙한 이름이다. 쓴 책이 익숙하기 때문인데 정작 쓴 책은 영화관련 리뷰를 쓴 책을 읽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원래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인데 10만 부 기념으로 책 제목도 변경하고 내용도 새로 정리하면서 펴냈다. 지금까지 총 10권을 썼다고 한다. 펴낸 책이 전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대단한 건 끝냈다. 무엇을 끝냈냐면 더이상 책을 쓰지 않는다고 하니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뭔가 대단히 멋있게 느껴지는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20년 전에 파킨슨 병이 찾아왔다. 이유는 모르지만 파킨슨 병과 함께 투병이 시작되었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나날이 지속되었다. 약을 먹으며 정상이 되는 시간이 있긴 한다. 파킨슨 병을 앓는 사람은 치매까지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행이도 아직까지 치매는 오지 않았다고 한다. 오래도록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여전히 파키슨병으로 힘들지만 잘 살고 있다. 이 책도 그래서 개정할 수 있었다.

더이상 책을 쓸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 결정한 듯하다. 정신과 의사로 활발히 활동했으나 지금은 도저히 더이상 환자를 치료할 수 없어 병원도 접고 요양 중이라고 한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는 날이면 절망하고 힘들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그런 마음으로 '왜 내게 이런 일이?'하며 절망으로 살아갔다. 그러다 희망을 갖고 약을 먹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최소한 그 시간에는 정상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책을 읽어보면 가감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과 생각을 전부 쓴다. 무엇보다 정신과 의사라 그랬는지 단순히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쓰는 것이 그치지 않고 이를 정신적으로도 풀어줘서 도움이 된다. 고등학생 때 언니가 교통사고로 죽고, 할머니도 한 달 정도 만에 돌아가셨다. 그게 꽤 오래도록 마음 속에 트라우마로 남았다. 언니와 약속했던 걸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의사가 되었던 것도 그랬다. 정신과 의사가 된 후에도 연극을 했을 뿐 아니라 메디칼 드라마도 운영했다.

해당 분야에서 직접 연극도 한 덕분이었는지 한국에서는 인정도 받았다. 심리 치료를 연극으로 하는데 환자가 직접 상황에 들어가 배우와 함께 연기한다. 자신이 스스로 직접 심리치료를 하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정신과 심리에 대한 이론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자신의 상황으로 사례를 들고 이를 이론도 곁들이면서 알려준다. 뭔가 각잡고 거창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편안하게 커피숍에서 담소를 즐기는 듯하다.

내가 다소 성격이 이상한지도 모르겠는데 책에서 나온 많은 내용에 크게 공감하기보다 익숙했다. 책에 나온 여러 사례가 저자만의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놀랍기도 했다. 흔히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러 감정적이고 정신과 적인 것들은 나름 여러 책을 읽어 익숙하기도 하다. 나는 그다지 큰 욕망을 갖고 욕심을 부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현재 내게 주워진 것에 만족하는 편이다. 뭔가를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물욕도 없는 편이라 살아가는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편이다. 완전히 재미있게 살 수는 없다. 하고 싶은 걸 다하며 살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재미있게 살아가면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내가 할 수 있는 안에서 재미있게 살 수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점이 결국 그것이 아닐까한다. 물론, 저자에 비해 내 삶은 너무 노멀하다. 나는 가족이 죽은 적도 없고, 내가 엄청난 고통을 겪지도 않았다. 감정의 고조로 볼 때 1에서 10까지 중 난 거의 5 이하였지 않을까한다.

또는 내 성격이나 성향 자체가 어지간한 것들은 그다지 담아두지 않는다. 책에서도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이야기다. 내 경우는 그 정도의 상사를 직접적으로 만난 적이 별로 없다. 간혹 그런 경우에도 그러려니 하고 피하거나 만나도 떠드는구나 하면서 무시했다. 어지간해서는 말썽을 일으키지 않거나 트러블 날 것은 피했다. 지금까지 인간관계에서 딱히 트러블 난 적이 없던 건 미리미리 피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재미있게 살라고 권한다.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는 당연하다. 우리는 다들 그걸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건 전혀 인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나는 그러려니하면서 산다. 어차피 내일 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인식조차 하지 않으면 산다. 화가 나면 나는대로 수긍한다. 거의 화를 내지 않기 해도 말이다. 내 상황과 감정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편이다.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하튼 재미있게 살라고 권하는 작가의 말에 크게 수긍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난 이미 하는 것들이 많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여전히 평범한 인간인 내가 다를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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