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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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인간이 인간인지 아닌지를 자각하기 위해서는 인조인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인조인간은 우리 인류에게 등장하지 않았다. 초기의 AI정도가 우리 주변에 있다. 학습된 알고리즘에 의해 인간과 말을 하기에 깜짝 놀라긴 하지만 어느 정도 규격화된 틀 안에서만 대화가 가능하다. 문학작품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는 현재 인간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도구(?)로 인조인간이 활용된다. 인간은 어떤 걸 해야 인간인지에 대해서 묻는다.

인간과 인조인간을 구별하는 것을 겉으로 볼 때는 알 수 없다. 똑같은 대화를 한다고 해도 알 수 없다. 인간은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감정이 있다. 아마도 감정이 인간을 구별짓는 것 중 하나다. 여기에 인간은 이야기를 믿는다. 상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도 하나의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인다. 어떤 패턴이 있어 그대로 의식하지 않고 움직인다. 특수한 상황이 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행동할 때가 있다. 짜여진 알고리즘에 의해 저절로 움직인다.

알파고와 바둑 대결했을 때 수많은 데이터를 스스로 돌려가며 기보를 형성했다. 이걸 인간은 생각이라고 한다. 알파고가 한 걸 생각이라고 하진 않는다. 이런 차이점에 대해 인간은 구별할 수 있을까. 우리도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의식하지 않을 뿐이지 우리 뇌 속에 있는 수많은 데이터가 작동해서 그 중에 가장 근사치와 가까운 걸 말하게 된다. AI에게 물어봐도 그가 뱉는 말은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뽑은 것이다. AI가 한 것은 데이터의 가공이고 인간은 생각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맞는 것일까.

인류는 인간상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제는 인간과 인간을 비교하며 설명하기 보다는 오히려 인조인간을 내세워 고민한다. 아직까지 인조인간은 실질적으로 작품에 나오는 것처럼 발달하진 않았다. 인조인간이 더 인간답게 행동하는 걸 작품에서는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게 감정이 없지만 그가 하는 행동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올바른 것만 하도록 프로그램 되어있다. 예측불허한 인간은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인조인간이 그런 면에서 오히려 더욱 인간처럼 느껴진다.

재미있는 것은 너무 올바르고 예측 가능한 행동만 할 때 오히려 인간답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인조인간의 그런 행동을 보고 인간은 오히려 무서워한다. 가장 인간답게 설계되어 알고리즘에 의해 행동하는 인조인간을 보고 정이 없다는 말을 한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은 참 복잡다단하게 설계되었다. 인간이 인간같지 않은 행동을 할 때 금수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그게 인간이다. 지극히 인간답게 행동하는 인조인간을 보면서 인간미가 없다고 하는 아이러니다.

김영하 작가가 전혀 몰랐는데 9년 만에 장편 소설을 썼다. 아마도 본인 이외는 누구도 의식하지 않았을 듯하다. 그동안 계속해서 에세이도 쓰고 여행기도 쓰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은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볼 때 소설을 쓰는 작가였는데 정작 소설을 쓰지 않고 있었다. 이것도 꽤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번에는 <작별인사>라는 작품으로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인조인간인 휴먼노이드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이 철이라는 인물이다.

철이는 인간인지 휴먼노이드인지에 대해서 자신의 존재를 몰랐다. 정확히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작품 속 세계는 정확히 몇 년인지는 알지 못한다. 남북이 통일된 시점이고 휴먼노이드가 인간과 함께 살고 있다. 애완용으로 살고 있는 휴먼노이드도 있다. 나이든 분들을 케어하는 휴먼노이드도 있다. 이들은 인간을 돌보고 보완하는 역할도 하지만 인간이 못하는 것을 하는 휴먼노이드도 있다. 인류는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살아가는 것도 버거운 존재로 남아있다.

철이는 우연히 길에서 국가에서 관리하는 사람들에 의해 시설로 옮겨진다. 아빠와 함께 살았지만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다. 그곳은 폐기된 휴먼노이드가 주로 모여있다. 인간을 닮은 휴먼노이드는 똑같이 먹고 자고 인간과 같다. 특수 목적 휴먼노이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지만 인간 휴먼노이드를 아주 싫어한다. 특히나 인간이라고 우기는 휴먼노이드를 팔을 제거하는 등으로 자신의 실체를 깨닫게 해준다. 그럴 때마다 휴먼노이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깨닫고 상실감을 느낀다.

소설은 대략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책의 내용은 신박하진 않다. 이미 꽤 많은 작품에서 이를 다뤘다. 솔직히 그런 작품에서 뭔가 더 나아가는 전개는 없었다. 대신에 이런 작품을 읽을 때 결국에는 육체는 필요없고 정신으로 간다는 전개가 꽤 많다. 그로 인해 어떻게 보면 영생을 얻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무한동력이라는 것이 있다. 에너지를 스스로 계속 만든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유한하다. 그것은 에너지가 무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한다.

태양이 그런 역할을 첫번째로 한다. 그로 인해 지구 위에 있는 모든 존재는 에너지를 서로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어떻게 볼 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시치미를 뚝 떼고 이야기한다. 에너지를 어떤 식으로 조달받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육체가 없어도 네트워크 상에 존재해도 그마저도 에너지가 있어야 기능할 수 있다. 이 책과 같은 분야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꽤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한다. 실제로도 재미있다. 마지막 부분도 나름 참신하다면 참신하게 끝맺는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뭔가 한 발을 더 가긴 역시 힘들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인간의 존재에 대한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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