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제목때문에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오후도 아니고 저녁도 아니고 아침이다. 가장 진취적이고 뭔가를 하겠다는 각오가 투철한 시간이 아침이다. 죽음을 딱히 생각해야 할 시간이 따로 정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만약 그런 시간이 따로 있다면 가장 어울리지 않는 시간은 누가 뭐래도 아침아닐까. 바로 그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제목으로 정하다니 말이다.

어그로라는 표현처럼 제대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죽음을 생각한다면 약간 병 아닐까. 그만큼 죽음에 대한 고민을 물고 늘어진다는 뜻이 된다. 어느 누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죽음에 대해 생각한단 말인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떠오르는 여러 생각 중에 분명히 그 날 해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이 있다.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피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힌다. 아침에 떠오르는 고민은 대체적으로 그 날 당장 헤쳐나가야 할 것들이 대부분인데도 죽음을 생각한다고.



정말로 죽음에 대한 진지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굳이 이렇게까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길게 쓰는 이유다. 죽음과 아침의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대해 저자가 썰을 풀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제목만 놓고 봤을 때 심리학책이라고 날 오판하게 만들었다. 전혀 아니었다. 그저 에세이었다. 그저라는 표현에는 다소 도발적인 의미가 담겼다. 에세이가 그저라는 표현을 받을만큼 가치가 낮지 않다. 에세이는 어려운 내용부터 아주 친근하고 친숙하며 쉬운 내용까지 다 아우르게 된다.

막상 해당 에세이를 읽으면 꽤 진지하고 거창한 내용이다. 단순히 개인의 죽음이 아닌 사회공동체까지 아우르는 다소 문명사회철학적이다. 읽다보니 오늘은 어제 죽으려고 했던 사람이 보지 못하는 하루라는 개념도 떠올랐다. 대부분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지만 누구나 죽는다. 탄생을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다. 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 죽음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내 마음대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련지. 극히 드물다.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우리에게 분명히 주워졌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또한 죽음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라 아무도 마음대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죽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에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언제나 생각과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생각으로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내가 할 수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추석이란 무엇인가'이지 않을까한다. 해당 내용이 워낙 화제가 되어 뉴스 마지막 코멘트로도 쓰였고 여러 SNS에서도 펌으로 돌아다녔다고 한다. 칼럼이었는데 뒤 늦게 화제가 되어 역주행까지 했단다.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은 설과 추석이다. 누구나 기쁜 마음으로 만나 이야기하고 회포를 푸는 날이다. 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 느낌인지 몰라도 명절을 정작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기피하는 듯하다.

어른이 된 나도 아직도 그저 그렇다. 좀 더 나이가 먹어 노인이 되면 다를까라는 생각도 든다.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응원이면 좋은데 오히려 화가 되고 울화통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관련되어 에피소드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 대부분 이런 명절에 만나 하는 이야기는 근황이다.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돈은 잘 버는지 궁금해 한다. 결혼할 사람은 있는지 궁금해한다. 취직은 했는지 궁금해 한다. 공부는 잘하는지 궁금해 한다.



하등 물어서 득이 될 것도 없는데도 질문한다. 상대방이 싫어하는지 몰라도 일단 물어본다. 할 말이 없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될텐데 어색한 시간과 공간이 주는 무게감을 이겨내기 위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오히려 다들 부담스러워하고 피하고 싶은 자리가 된다. 차라리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할 정도다.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발상을 한다. 근황이 아닌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그런 순간에 모든 말문이 막힐 듯하다.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밥을 먹다 입안에 음식을 가득 품고 한 마디를 외친다. '나는 누구인가?' 이 말을 하는 순간 정적이 흐를것이다. 대신에 분명한 것은 나는 자유를 얻을 것이다. 누구나 우리는 정체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면서 근원적인 질문이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서 말 밖으로 꺼내려 하지 않는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이런 말을 하면 다들 신나 왁자지껄하며 각자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절대로. 다들 침묵을 지키고 어색한 공기만 맴돌고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할 것이다.



절대로 이를 외친 나에게 누구도 더이상 질문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니.... 도대체 뭐라 대답한단 말인가. '지랄하네. 헛소리 말고 밥이나 쳐먹어.' 과감히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도 역시나 그 때뿐이지 더이상 질문은 안할테다. 저자는 어떤 글은 일부러 현학적으로 어렵게 쓰고, 어떤 글은 유머러스럽게 쓴 듯하다. 더럽게 재미없는 글도 있다. 이번 리뷰는 저자가 쓴 스타일을 참고해서 썼다. 책 내용이 별로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정말로 제목이 다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재미없는 내용도 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위트와 유머와 진지와 현학을 장착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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