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모든 것 - 위기의 자본주의, 가치 논의로 다시 시작하는 경제학
마리아나 마추카토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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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라는 표현은 무척이나 고귀하게 느껴진다. 가치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의 차이도 크게 느껴진다. 무가치하다면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느낌마저도 든다. <가치의 모든 것>은 원제가 반대다. 'the vlue of everyting'이다. 모든 것의 가치라는 뜻이다. 모든 것에는 분명히 가치가 있다. 가치를 인정하느냐 여부가 다를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분명한 가치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책은 가치라는 것보다는 자본주의 역사를 돌아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본다.

한 쪽으로 편향되어 있어 그런지 몰라도 '가치'라는 단어는 투자와 연관되게 보인다. 정작 이 책에서 가치는 꼭 그렇지는 않다. 더구나 현대 자본주의가 다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비판을 하는 책이다. 투자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해야할까. 가치가 있는 것은 가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높으면 가격도 비싸다. 예전에는 이런 관점으로 가치와 가격을 봤다. 지금은 가격이 먼저다. 가격이 있는 것은 가치가 있다. 가격이 비싸면 그에 따라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고 비싸다.

명품 같은 것은 높은 가치를 갖는다. 그런 가치는 명품의 효용성을 본다면 차이가 없지만 가격이 비싸 가치가 올라가는 것일 수도 있다. 한계효용의 법칙이다. 과거에도 어느 정도 한계효용이 있는 것은 그에 따라 가격이 정해졌다. 현대에 들어서 한계효용은 더욱 빛을 발한다. 가격에 이미 모든 가치는 포함되어있다. 사람들은 가격이 비싸면 그만큼 가치가 높을 것이라 어림짐작한다. 가격이 저렴하면 그만큼 가치는 적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또다시 의아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가치라는 것 자체에 가격이 달라진다는 점 말이다. 우리가 반드시 먹어야 하는 주식의 가격보다 명품이 훨씬 더 가격이 비싸다. 과연 어떤 것이 더 가치가 있는지 생각한다면 우리가 먹는 주식이다. 명품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지만 주식은 며칠이 아닌 하루만 굶어도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가치에 따른 가격을 매긴다면 지금과 달라야한다. 현대에 들어 한계효용이라는 관점에서 희소성이 있으면 더 비싸고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면 역시나 가격이 상승한다.

가격은 가치를 완전히 대변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가치를 착취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가치를 창조한 사람이 더 큰 부를 얻는 것이 아니다. 가치를 창조하면 부를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눠 갖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가치를 독점하는 사람이 큰 부를 형성한다. 지대추구라고 할 수 있다.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특허와 지적재산권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인정되지 않던 이런 무형의 가치는 이제 특정인에게 부가 쏠리게 만들었다.

이런 주장은 전적으로 투자를 생각하고 지대를 추구하려 노력하는 내 입장에서는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런 측면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은 맞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도 현대의 기업이 얻는 수 많은 부의 원천은 공공재인 경우가 많다. 갈수록 특허를 통한 부를 독점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갖게 된 대부분 기술은 공공재였던 것이 대다수다. 실제로 벨연구소 같은 경우를 보면 그런 걸 알 수 있다.

벨 연구소에서 만든 수많은 기술과 연구는 공공재로 누구나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현재의 인터넷이나 그 외의 다양한 것들이 NASA와 같은 곳이나 펜타곤이나 그 외에 공공기관에서 만들었던 기술이 공공재로 풀려진 걸 근거로 기술을 도입하고 발전시켜 얻은 이익이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얻은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특허로 독점을 만들고 돈을 벌고 있다. 정작 그들이 갖고 있는 원천 기술을 특허없이 누구나 쓸 수 있던 혜택을 입었는데도 이에 대한 어떤 혜택도 일반인이 받지 않고 있다.

갈수록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보다는 지대 추구하는 사람이 더욱 큰 돈을 버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에 반해 지대추구는 상대적으로 쉽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서는 자본주의 처음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가치는 노동이었다. 시대가 흐를수록 가치가 있다는 것은 점차적으로 고도화된다. 단순 노동은 가치를 인정받지만 맨 밑바닥이다. 이건 가격으로 알 수 있다. 현대에 들어 노동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된다.

지대가 나오면서 개념이 달라졌다. 지대는 무엇인가를 창조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 토지를 창조하지는 않는다. 이미 있는 토지에 쓸 수 있는 권리를 주거나 경작할 수 있게 하면서 받는 돈이다. 또는 누구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 단순히 토지를 근거로 지대를 추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이런 권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벌 수 있는 개념으로 변했다. 펀드같은 경우에 모든 고객에게 똑같은 비율로 수수료를 받으면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개개인에게 적은 돈일지라도 쌓인 돈이 합쳐지면 엄청난 금액이 된다.

과거와 달리 이런 식으로 금융은 수익을 내고 있다. 제품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보다 오히려 더 큰 돈을 벌고 있다. 가치 창조라는 관점에서 볼 때 금융보다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게 볼 때 제품을 만드는 개인에게도 동일하게 부는 재분배되어야 하지만 그보다는 지대를 더 추구하는 존재가 많은 수익을 거둬들인다. 지대 추구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해 적당한 분배를 노력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금융은 한 때 보조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절대 권력이 되었다. 금융이 없다면 그 어떤 것도 돌아가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금융이 하는 역할은 현재 지대다. 어떤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을 뿐인데 가장 큰 돈을 벌고 있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대두된다. 정부의 역할을 축소될수록 좋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정부는 가치 창조하는 걸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수많은 가치창조를 정부가 하지만 이를 민간에게 이양하면서 부가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다소 치우친 것도 있어 보였다. 이렇게 언급하는 것은 내가 반대로 치우쳐 있다는 뜻도 된다.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도 받아들이려 했지만 스스로 흥미롭게도 그 내용을 투자관점에서 오히려 받아들이기도 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다른 주장을 하는 이유일 듯하다. 이런 책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좀 쓸데없는 내용까지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가격에 이미 모든 가치가 포함되었다는 것만 이해하고 받아들여도 충분할 듯하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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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가치에 대한 다양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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