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팩터 -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김영준 지음 / 스마트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국 책이 아닌 한국 책을 읽을 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도대체 왜 한국 교수들은 이런 책을 안 쓰는거야. 정확히는 못 쓰는거야.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외국에서 건너온 책은 교수가 썼어도 풍부한 사례와 좋은 이론을 함께 섞으며 지식적으로도 좋을 뿐 아니라 재미 측면에서도 읽을만 하다. 반명헤 한국 교수가 쓴 책 중에 그런 책을 발견하기 힘들다. 너무 이론적으로 치우쳐 있어 재미가 없거나 교수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론 없이 일반인과 차이 없는 책을 쓴다.

오히려 한국에서 전문가라고 생각되지 않는 일반인이 더욱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고 이론과 함께 쓴 책이 있다. 그런 책이 <멀티팩터>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있는 많은 걸을 잘 융합해서 세상에 선 보이는 걸 창의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조합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책의 서두를 스타벅스 코리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바로 그 스타벅스를 갖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것만으로도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에 대해 단순히 상권이라는 관점이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것만 갖고 판단 내린다. 그 이면이 훨씬 더 중요하고 본질에 가깝지만 이를 모른다. 그걸 알려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지식인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성공은 운일까, 노력일까.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다. 대부분 운보다는 노력이라는 것에 지금까지 방점이 찍혔다.

인간은 추세라는 걸 인식하고 스토리를 사랑한다. 재수좋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재수없다. 무엇인가 엄청난 노력을 통해 성공해야만 매려적이다. 무엇보다 성공했다고 믿는 본인에게도 그래야 타당성이 생긴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과 마케팅 측면에서도 노력은 섹시하고 매력적이다. 여기에 남들처럼 별 특별한 점이 없는 사람이 성공했을 때 사람들은 더욱 열광한다. 감정이입을 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추종하게 된다. 그게 사실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노력을 전부라고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그래야 자신의 성공이 보상받는 느낌을 갖고 당연하게 여긴다. 정작 조사를 하면 운이 결부되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성공이란 무척이나 복잡다단한 결과다. 단순하게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다. 시대와 사회, 환경, 사람, 기타등등.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뤄야 가능하다. 이런 부분에 있어 저자는 실증적으로 멀지도 않은 한국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대기업이 아닌 우리 주변에 친숙하게 성공한 기업을 갖고 예시로 들며 성공과 운에 대한 비교를 한다.

책에서 소개한 기업 중에 이름만 듣고 잘 모르는 기업도 있었다. 그렇게 볼 때 내가 트렌드에 꽤 무지하다는 자각을 했다. 책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고 청년 층에게는 인기를 끌고 있는 기업인데 난 잘 모르니 말이다. 책에서 소개한 기업들 대부분이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과 뷰티 쪽이다. 아무래도 내가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이다보니 그렇기도 하다. 이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여부를 내가 사용은커녕 홈페이지를 방문하지도 않았으니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하면 이미 확고한 위치를 갖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10~3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니 더욱 트렌드에 민감하다. 더구나 이들 기업이 성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더욱 치열한 시장을 뚫고 이겨냈다는 뜻이 된다. 책을 읽다보니 한가지 아쉬운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해 설명할 때 이왕이면 사진까지 함께 보여줬으면 했다. 해당 회사가 궁금해서 따로 검색으로 찾아봤으니 말이다. 우리는 남들의 성공을 너무 쉽게 도식화하고 1~2가지로 표현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공차 사례가 대표적이다. 누구나 일반 주부가 공차를 국내에 끌어들여 M&A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번걸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기업을 키우는 걸로 알고는 있다. 주부가 저렇게 했다니 대단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위에 숨은 진실이 밝힌다. 엄청난 노력을 한 것은 분명히 사실이지만 평범한 주부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책에서 알려주는 진실이다.

남편은 유명한 금융회사의 임원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공차에 접촉해서 한국에 런칭하려 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차는 주부가 아닌 금융회사라는 뒷 배경을 통해 한국에 런칭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사례가 책에는 소개된다. 거기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재능이다.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닌 재능이 있어야 한다. 인정하기 싫어도 출발선이 다른 것도 분명히 있다. 책에서 소개한 기업의 오너를 보면 그렇다. 그들이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사업을 시작할 때 출발선이 달랐다.

이미 SNS와 같은 걸로 인지도를 확보한 상태였다. 그도 아니면 주변 인맥이 화려했다. 이러니 고객에게 접근하기 쉬웠었거나, 그 어렵다는 자본을 끌어들여 출발할 수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 스스로 이걸 자각하지 못하고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많다. 대표적으로 책에도 나오는 서민이라는 표현이다. 난 서민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 중에 서민을 본 적이 없다. 최소한 중산층이면서 서민이라고 한다. 그렇게 볼 때 이분법적인 구분으로 한다면 저자의 사고는 우리 진영이다.

무조건 운이 전부라는 건 아니다.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럼에도 자신의 성공 전부가 노력때문이라며 '너도 나처럼 하면 될 수 있어'라고 하는 사람을 난 좀 삐딱하게 본다. 그런 부분에 있어 진실을 알려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사례 등은 이미 저자가 SNS에 쓴 적이 있어 친숙한 것도 있다. 솔직히 이거 말고 좀 더 흥미롭게 읽었던 사례도 있었는데 그건 빠진듯하여 아쉬웠다. 또한, 한국에서 이렇게 특정 기업에 대해 솔직하게 쓴 책이 없는데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솔직히 초반 사례에 비해 뒷부분은 아쉽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함께 읽을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