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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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추리 소설이 하나의 장르가 아닌 듯하다. 그 자체로 일본의 독서 세계에서 뺄 수 없는 영역처럼 보인다. 전 세계에서 어쩌면 가장 많은 추리 장르가 출간되는 국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작 일본의 이미지는 범죄도 별로 없는 살기 좋은 국가인데 말이다. 역설적으로 상상으로 현실에서 잘 안 벌어지는 일을 펼쳐 내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도 일본 추리 소설이 워낙 많이 소개된다. 일본에서 번역된 책의 최소 50%는 추리 장르가 아닐까한다.

이런 저런 추리 소설을 읽었는데 몇 권을 읽다보니 '이 미스터리가 대단한다'와 같이 독자들이 뽑은 추리 소설 순위같은게 재미가 보장되었다. 한국에서는 이런 작업을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아마 하더라도 닫르 어딘지 젠체하는 책이 뽑히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여하튼 잘 모르지만 '제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들 정도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끝없는 살인>이다. 딱 연쇄살인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목이다.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살인 사건이 나온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어느 여성을 대상으로 벌이는 살해 시도였다. 여성이 집에 들어갈 때 따라 들어와 살해하려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잽싸게 경찰에 신고해서 목숨은 살렸고 범인은 이미 현장에서 도주한 뒤였다. 범인은 고등학생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집에서는 가출했고 - 딱히 문제아는 전혀 아니었다 - 학교는 나간지 오래되었다. 여기까지 경찰이 밝힌 내용이었다. 그 뒤로 범인을 잡으려고 했지만 오리무중이었다.

범인을 잡지 못하고 몇 년이 흐른다. 당시 여성이었던 고즈에는 후로도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함께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 경찰이 자리를 마련한다. 범인이었던 구츠와 기미히코는 연쇄살인을 기획했다. 게다가 연쇄살인 대상자를 한 명씩 살해했고 마지막이 고즈에였다. 여기가까지는 구츠와가 갖고 있던 수첩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문제는 도대체 미리 계획했던 연쇄살인 대상자 명단은 어떤 식으로 선정했느냐다. 거기에 그 이유도.

이 사실을 밝히려 유명한 추리소설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 추론을 한다. 새롭게 드러난 정보와 각자 조사한 바를 근거로 무엇보다 먼저 구츠와는 어떻게 되었는지 밝히려 한다. 여기에 무엇때문에 대상자를 선정했는지 하나씩 밝힌다. 끝으로 연쇄살해를 하려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 밝히려 한다. 본격적으로 각자 자신이 내세운 가설을 근거로 하나씩 당일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시작한다. 도대체 몇 년이 지나도록 구츠와는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 당일에 도대체 구츠와는 살해시도를 한 후에 깜쪽같이 사라질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다. 살해 시도 현장은 1층이었고 통로에는 비명 소리를 듣고 나온 이웃집 사람이 있었다. 복도를 통해서는 도망갈 수 없었다. 바로 옆 호실이 공실이긴 했어도 깜쪽같이 사라지는 것은 도저히 방법이 없는 듯보였다. 이런 것을 비롯해서 구츠와가 이제는 살지 않고 죽은 게 아닌가하는 추론까지 했다. 이런 다양한 설정에 대해 각 소설가들이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소설을 읽다보니 책은 한 권이지만 몇 권의 추리 소설 내용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은 하나다. 그 이유와 이후에 벌어진 사건은 물론이고 이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각자 설명하는데 여러 상황이 나오게 된다. 그런 걸 읽으며 무엇보다 작가가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과 상황을 설정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어떻게해야 이런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내용을 전개하는지 읽으면서 감탄하면서 읽으며 신기했다.

여러 소설가가 각자 추론을 통해 살해 이유와 목적 등을 설명하니 매 챕터마다 소홀히 읽기가 힘들었다. 전체적인 내용이 전개되면서 여기에 각자 이전에 펼쳤던 추론이 하나씩 얹어진다. 조금씩 조금씩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그 안에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다. 공통점을 찾아내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되는 전개를 반박하면서 풀어낸다. 내용이 전개되면서 거의 마지막까지 갔지만 딱히 사건의 해결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모임은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부분은 다소 실망이었다. 겨우 이거라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상당히 타이트하게 치밀한 분석이 이뤄졌는데 '에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 내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전이 그 안에 다시 있었다. 엄청난 충격까지는 아니어도 마지막으로 다시 감탄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마지막으로 끝낸다는 것도 다소 좋았다. 익숙하지 않은 결말로 끝내다보니 말이다. 이 부분은 내가 추리소설을 엄청 많이 읽지 않아 정확하지 않지만. 여하튼 추리소설다운 전개와 내용이었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머리 나쁘면 못 쫓아 갈수도.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하나의 사건에 몇 개의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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