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없다
조영주 지음 / 연담L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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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반전이 없다>이다. 이 소설의 장르가 추리인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반전이 없다니 이게 말이 되나. 추리 소설을 읽는 건 반전의 묘미가 아닐까. 추리 소설을 읽게 되면 주인공이 범인을 찾는 과정이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작가와 독자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작가는 될 수 있는 한 범인이 누구인지 끝까지 숨기려 한다. 읽는 독자가 일찌감치 범인을 눈치채면 그것만큼 김 새는 일도 없다. 그렇게 될 때 독자는 오히려 작가를 놀리면서 작가 머리위에 올라선다.

이미 눈치 챈 범인을 알면서 작가가 숨기려 하는 수많은 요소를 비웃으면서 읽게 된다. 얼마나 범인을 잘 숨기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다양한 힌트를 숨기거나 눈치 채지 못하게 한다. 일부러 범인같은 인물을 내세워 독자들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든다. 반전이 극적일수록 독자입장에서는 '이 소설 정말 재미있다!'는 감탄사를 외치게 마련이다. 최근 추리류의 장르 소설이 다소 잔인하고 범인의 심리를 묘사하며 무섭게 가는 측면이 있다.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를 대중화 시킨 것은 아래도 코난 도일과 아가사 크리스티가 아닐까 한다. 내가 추리소설 장르를 탐독하며 읽은 것은 아니라서 확신할 수 없지만 대충 맞지 싶다. 두 작가의 특징은 철저하게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게 숨기며 독자로 하여금 함께 추리하게 만든다. 반전이 없더라도 치열한 두뇌싸움만으로도 읽는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최근에 내가 읽은 추리 소설은 거의 대부분 반전으로 독자를 놀라게 하거나 범죄 심리를 묘사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반전이 없다고 대놓고 책 제목에서 알려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꾸로 생각할 때 반전이 없다면 전개되는 내용 자체만으로도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내 편견일 수 있는데 장르 소설은 다소 블럭버스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독자를 집중하게 만들고 흡입력있게 몰입하지 못하면 실패다. 일반 소설은 내용이 전개되면서 서서히 빠져들어간다면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장르 소설이나 블럭버스터 영화는 초반에 독자와 관객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초반에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소 주저스럽다. 이 소설을 집필한 조영주 작가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어 편향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런 걸 다 떠나서 너무 재미있었다. 소재도 흥미로웠고 작가와 내가 접점이 있어 그런지 몰라도 배경도 무척이나 반갑고 친숙했다. 주인공은 친전이라는 형사인데 현재 휴직 상태다. 그런 이유가 안면인식장애가 있어서다.

초반에는 전혀 추리 소설같지 않게 시작한다. 친전은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휴직상태라 손녀의 어린이 집에 늘 아이를 데리러 간다. 손녀는 무척이나 무서워한다. 우비를 입은 할아버지가 출몰하기 때문이다. 한 달 전부터 출몰하던 무섭게 생긴 할아버지가 우비까지 평일에 입고 다녀 아이들이 무서워 했다. 친전에게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여기서 그 우비입은 사람은 살해된 걸로 발견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추리 장르로 돌변해서 내용이 전개된다.

단순히 추리 형식을 띌 뿐만 아니라 흥미롭게도 친전은 형사임에도 추리 소설 마니아다. 보통 대부분 형사는 어딘지 모르게 단순무식하거나 모든 두뇌가 범죄를 잡는데 쓰는 인물로 그려진다. 친전은 형사라는 특성상 오히려 추리 소설을 안 읽은 것도 같은데 추리 소설 마니아다. 그런 점이 아니러니하게 느껴졌다. 형사도 하나의 직업이니 취미생활로 추리소설을 읽을 수도 있으련만 괜히 어색했다. 거기에 각종 추리 소설이 소개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도 알려준다.

의례 그렇듯이 살인 현장에서 시작되었는데 연쇄살인 사건으로 커진다. 천진의 파트너로 나영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소설이 끝날때까지 개인 비밀이 드러나지 않는다.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고 만다. 반면에 천진에 대한 것은 모든 것이 다 드러난다. 연쇄살인이 생겼지만 독특하게도 책과 연관이 있다. 아직까지 출판되지 않은 책인데 관련된 출판사가 연결되면서 관련 인물이 한 명씩 살해된다. 내용이 진행되는데도 누가 범인인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보통은 책 중반 정도부터 대략 누구인지 눈치를 채거나 3분의 2 정도 지나면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는데 이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차피 소설 속 캐릭터 중 한 명이니 그걸 못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다소 긴가민가 할 뿐이다. <반전이 없다>는 그런 면에서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여러 명을 범인으로 생각을 하다보니 솔직히 형사인 나영도 범인 중 한 명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그만큼 소설은 상당히 흥미진지하게 내용 전개가 벌어진다. 범인이 오리무중이니 끝까지 범인 찾기를 했다.

확실히 추리 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범인을 유추할 수도 있었다. 그건 마지막에 가서 범인이 드러날 때 깨닫게 된다. 작가는 범인이 누군인지를 진작부터 독자에게 힌트를 주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다. 책 제목은 그런 점에서 역설적이다. 반전이 없다고 했는데 마지막에 가서 반전이 나온다. 그런 의미로 작가에게 난 철저하게 농락당한 독자다. 작가가 의도한대로 완전히 끌려다녔으니 말이다. 이전에 읽은 <붉은소파>가 다소 어두웠다면 이번 작품은 훨씬 더 가볍고 밝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소설 속 캐릭터가 꽤 매력적이라 시리즈물로 내도 충분할 듯하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작가와 두뇌싸움에 졌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무척 재미있는 장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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