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최유리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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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볼 때 난 내가 직접 옷을 사 입은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 누군가 사 준 옷을 입었다. 나 스스로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거나 마음에 드는 옷을 사 입은 적은 기억에 없다. 옷 사는 걸 좀 아깝게 여겼다. 그러니 대부분 누군가 준 옷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님이 주신 옷을 입기도 하고 아무거나 사다주면 입었다. 다행히도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듣지는 않았다. 아마도 내가 입은 옷에 대해 사람들이 평 자체를 할 존재가 아닌 사람이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옷은 그저 입으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딱히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좀 이런 스타일이 맞지 않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도 있는 옷을 입었기에 그다지 개념치 않았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직접 옷을 사서 입는다. 대략 3년 정도부터 그랬던 듯하다. 이전과 달리 직접 옷을 사 입다보니 다소 내 스타일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청바지는 딱 달라붙는 바지를 선호한다. 스키니라고 하는 옷이다. 내가 직접 옷을 고른다고 하지만 그때마다 옷을 사지 않고 한꺼번에 고른다.

패스트 패션 매장으로 들어가서 마음에 든다 싶으면 그냥 같은 옷을 색깔별로 구입했다. 더 신경 쓸 필요도 없이 요일별로 입으면 되었다. 그렇게 3년 전부터 하나씩 구입하다보니 올 해는 딱히 옷을 더 사지는 않았다. 이미 있는 옷이 충분하니 더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대신에 몇 몇 옷을 사는데 아무래도 여름 반팔은 계절이 지나면 계속 입기 힘들어 2년 지나면 새로 사긴 한다. 예전에는 겨울에 반팔을 아주 싸게 패스트패션 매장에서 팔기에 10장 정도를 색깔별로 미리 구입한 후에 여름에 입었다.

패션에 대해 딱히 관심이 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잘 입고 싶다는 정도의 욕망은 있다. 지금은 그래도 강남역을 지날 때 패스트패션 매장을 몇 군데 들러 다소 저렴하게 나오면 구입할까 고민하는 정도다. 그래봤자 대부분 여러 장을 사도 10만 원이 넘어가질 않는다. 이런 내가 명품을 알리가 없다. 명품의 가치는 명품을 알아보는 사람이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명품을 모르니 누군가 명품을 갖고 있어도 그게 좋은 것인지 전혀 모른다.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기에 그렇다.

아마도 그 사실만큼은 앞으로도 변함은 없을 듯하다. 굳이 명품이라는 걸 추구하지도 않고 갖고 있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각자 물품 등은 그 용도에 맞으면 될 뿐 명품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런 것에 내 인품이나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드러낼 이유도 전혀 없다. 나라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말을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면도 있다. 왜냐하면 내가 명품을 살 정도의 능력이 있느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런 걸 살 능력이 있는데 안 사는 것과 살 능력이 없어 못 사는 것은 다르다.

그런 면에서 난 자존감이 높다고 할까. 재미있는 점은 스스로 자존감은 높다고 생각하는데 자신감은 부족하다. 말 장난 같은데 스스로 남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하는 일에 있어 자신있게 사람들에게 과시하거나 자랑하지 않는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알기에 함부로 자랑을 못하겠다. <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의 저자는 명품을 추구했다. 자신의 존재감을 명품에 일치시켰다. 샤넬백이라 대표되는 가방에 자신이 모든 걸 걸었다고 할까.

스스로 자존감이 낮았다고 한다. 선생님도 했었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박사과정도 밟았는데 포기했단다. 게다가 서울대 출신이다. 어떻게 보면 무엇하나 아쉬울 것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남들이 보는 것과 달리 스스로 한없이 나약했다. 저자는 이를 글쓰기로 극복했다고 한다. 나도 자주 이야기한다. 글쓰기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자신을 찾고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다. 저자가 그렇게 글쓰기를 통해 샤넬백에서 벗어났다.

박사과정을 굳이 포기할 이유까지 있을까라는 생각도 난 들었지만 그마저도 포기했단다. 그러면서 사람들과 글로 만나고 패션을 조언해주기도 했다. 책에서도 크게 두 부분을 나뉜다. 에세이 형식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주변 상황과 변한 모습을 설명한다. 각 장마다 패션에 조언해 주는 면이 있다. 솔직히 내가 패션에 대해 딱히 관심은 없어서 그 부분은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나야 어차피 패션에 그다지 큰 욕심도 없다. 물론 이왕이면 더 잘 입고 멋지게 보인다면 좋겠지만.

더구나 워낙 많은 조언을 해 주고 있어 그걸 전부 지키기도 힘들 듯하다. 내 입장에서는 될 수 있는 한 아저씨나 되지 말자는 정도로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싶다. 그렇게 볼 때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패션에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편인 듯하다. 젊을 때는 그 자체로 멋지지면 이제는 그 대신에 패션으로 가린다고 할 수 있다. 라고 쓰지만 그런 이유로 젊을 때 인기가 없었나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관심조차도 없었으니 말 다했다. 그러면서도 있는 옷으로 잘 입으려 하긴 했다.

쓰면서 생각해보니 1~2개의 옷이라도 괜찮은 옷으로 코디를 했으면 차라리 좋았을텐데 별로 인 옷을 다양하게 입어도 별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지금은 엄청나게 패션너블하게 입는 듯 착각하게 썼다. 여하튼 책은 패션보다는 자신이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 자신을 예를 들면서 좀더 몰입하며 읽게 해준다. 어떤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소소한 일상으로 설명하고 있어 더 좋았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솔직히 고백하고 현재의 자신에 대해 담담히 알려주고 있는 면이 나름 읽는 재미였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패션에 대한 면은 난 그다지.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나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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