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과학다반사 - 세상 읽는 눈이 유쾌해지는 생활밀착형 과학에세이
심혜진 지음 / 홍익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모름지기 과학이라 함은 어렵고 힘들고 이해하기 까다로워서 내가 감히 접근하고 범접하기 힘들 영역으로 느껴진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천재같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걸로도 느껴진다. 지금까지 배운 과학 역사나 이론을 볼 때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위대한 사람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일단 기가 죽으면서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영역처럼 느껴진다. 복잡한 수식도 나와야 할 것 같고 고차원적인 이해를 필요로 할 듯하니 말이다. 솔직히 학생 때부터 진작에 포기한 과목이기도 하다.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된 다음에 공부로 접근한 것이 아닌 독서로 다가서니 다소 다르게 보였다.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고 할까. 무엇보다 내가 읽은 책들이 대부분 어려운 게 아닌 쉽게 접근하는 책이다. 그것도 우리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일상에서 과학을 발견하고 이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일상, 과학다반사>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이론이나 수식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아주 쉬운 실생활에서 과학을 발견하고 알려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특정 영역의 지식을 전달하는 이론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명한 책도 아니다. 저자가 일상에서 벌어진 현상이나 상황에서 과학을 접목한다. 과학 서적이 아닌 에세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이러다보니 읽는 것도 다소 편하고 부담이 없다. 거창한 과학적 사실을 알려주고 진실을 찾는 책은 아니라 더욱 그렇다. 우리는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상식이 꼭 맞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 진실이나 사실인 경우도 많다.

실 생활에서 미스테리한 일이 벌어지며 오묘한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귀신이 벌인 짓이라고 이야기도 한다. 차마 설명할 수 없는 것들도 분명히 많지만 대부분 과학적으로 그럴싸한 개연성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인간인 우리는 그런 걸 잘 모른다.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게 진리라고 믿어버린다. 과학을 알게되면 당연한 현상도 잘 모르니 이상한 걸로 받아들인다. 특히나 보이지 않는 현상이 벌어질 때 이런 경우는 더욱 많아진다. 보이지 않으니 인식 범위를 벗어나 그렇다.

책 첫 내용으로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를 말한다. 보름달이 뜬 어느 저녁에 '어~허~너~여'하는 상엿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근처에 무덤으로 시신을 옮기는 행렬이 보이지 않았는데 들렸다니 얼마나 무섭겠는가. 이것은 분명히 귀신의 장난이나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이런 무서운 이야기를 들을 때면 모든 사람이 전부 소름이 돋으며 소리까지 질러댄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냐며 이구동성으로 무서워 잠자지 못하겠다는 말도 한다.

이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소리는 공기를 타고 이동하는데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전달된다고 한다. 낮에는 소리가 위로 올라가고 밤에는 소리가 아래로 깔린다. 새벽에 더 춥게 느껴지는 이유기도 하다. 밤에는 소리가 더 잘들리는 것 같다. 잘 보이지 않아 귀가 더 민감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소리가 낮게 깔리며 더 멀리 퍼지기 때문이다. 아주 멀리서 나는 소리도 충분히 퍼지며 보이지 않지만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릴 수 있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차분하게 설명을 해도 모든 사람은 전혀 동의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들린 소리가 더 강렬하다. 그렇게 이야기한 사람의 전달력이 훨씬 깊게 와 닿는다. 인간은 대부분 스토리에 약하다. 과학적으로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직관적으로 그럴싸한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가고 끌린다. 이러니 과학의 시대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미신을 믿고 터무니 없는 행동을 하고 믿는 이유다. 책은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쉽게 풀어 알려준다.

특정 음식을 못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꼭 그런 것이 아니다. 유전자가 원인일 수 있다.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몸에서 받지 못하는 음식이 있다. 예를 들어 오이가 그렇다. 나는 맛있게 먹는 오이인데 쓴 맛때문에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건 특정 유전자가 그렇게 만든다고 한다. 이러니 그걸 못 먹는다고 타박하는건 잘 못 된거다. 사실 이런 것도 과학적으로 맞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수 있으니 과학이란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 외에도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알려준다. 예를 들어 24시간은 과거는 아니었다. 3억 5000만 년 전에는 22시간이었다. 또한 달은 지구에 3.8cm씩 멀어지고 있단다. 나중에는 지구에서 달이 보이지 않을텐데 그러면 바다의 조류도 사라지고 현재 벌어지는 수많은 자연현상이 달라지게 된다. 과학이 이처럼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도 관심조차 없다. 심지어 비과학적인 이야기에 더 끌린다. 이렇게 쉽게 풀어내는 과학 책이라도 읽으면 도움되지 않을까.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너무 많은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갔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일상에 수많은 과학적 사실이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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