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룸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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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상당히 카테고리가 넓다.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전부 다 있다. 지식이나 상식을 넓히기 위해 독서하는 사람도 있다. 독서가 꼭 그런 측면으로 읽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전혀 읽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의외로 독서하는 사람들도 특정 분야를 전혀 읽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게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취향이라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소설만이 책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이제는 가장 읽지 않는 분야가 되었다. 소설은 모든 걸 다 떠나 재미다.

소설이 재미없다면 굳이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소설이 꼭 재미있는 것은 아니라 할 지라도 내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 딴에는 재미없는데도 읽는 경우도 있다. 이 부분은 읽는 사람마다 다소 다르다. 난 재미없는데 누군가는 재미있게 읽는다. 소설은 어떤 내용이 진행될지는 솔직히 전혀 모른다. 다른 분야는 제목이나 카테고리만으로도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지 뻔히 보인다. 소설은 어떤 내용으로 전개되며 작가가 풀어낼 지 읽지 않는 한 전혀 모른다.

단편소설은 그 자체로 기승전결이 다 포함되어 있기에 짧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 책 분량으로 50페이지를 넘지 않으니 지루하지도 않다. <쇼룸>은 단편 소설의 모음이다. 단편 소설은 중구난방일수도 있지만 소재와 주제를 갖고 전개시키기도 한다. 제목에서 나온 것처럼 생활 도구나 가재도구, 가구 등을 소재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더구나 소설 속 배경이 친숙해서 묘사하는 장면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 꽤 매력적이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종로에 있는 '다이소'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은 원래 종로서적이었다. 그곳에서 책을 산 경우는 드물지만 사람 만나는 약속장소로는 으뜸이었다. 이런 내용이 소설에서 나오니 무척 반가웠다. 나도 기억하고 있는 추억이 나오니 그랬다. 그곳에 다이소가 있고 나도 몇 번을 갔는데 그런 내용이 나오니 더욱 그랬다. 내용은 반가운만큼의 발랄하지는 않았다. 다이소에서 우연히 남녀가 만난다. 둘 다 근처에서 거주하며 다이소에 자주 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둘은 만나 데이트를 하고 함께 동거하기로 한다. 둘 다 형편이 좋지 못하다. 각자 부모님을 도와드리기도 해야 한다. 서로 부담없이 동거하며 소소하게 다이소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작은 행복이었다. 다이소 이상의 물건을 살 형편은 안 된다. 서로를 배려하며 원하는 걸 사주는 정도가 둘이 딱 맞는 부분이다. 각자 바뻐졌지만 여전히 다이소는 작은 매개체가 되었다. 다이소 물건은 자잘하게 살림에 도움이 되지만 큰 물건을 두는 것은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허전함이 있다.

점차적으로 서로 극복하지 못하는 갭이 생긴다. 그 부분은 금전적인 것일까. 서로 차이일까. 그 부분은 정확히 모르겠다. 담담하게 소설은 감정을 그다지 크게 이입하지 않고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이케아와 관련된 내용이 많다. 이케아가 하나의 소재로 나온다. 광명 이케아도 나오는데 이것도 흥미로웠다. 내용이 흥미로웠다는 것이 아닌 주변 배경 묘사가 나에겐 그렇게 다가왔다. 해당 장소를 가 봤기에 잘 알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제대로 묘사했는지 보다는 말이다.

어딘지 내가 가 본 장소가 예상한대로 차례로 나오니 그랬다. 이케아 옆에 롯데마트가 있다. 그건 꼭 가보지 않아도 지도 만으로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소설로 읽으며 글로 활자된 걸 보니 반가웠다. 내용은 어떨지 몰라도 말이다. 다른 에피소드도 역시나 이케아였다. 이케아가 한국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집도 이케아 가구가 상당히 많이 공간, 공간마다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책상과 책이 놓여있는 걸 포함해서 많다. 이케아가 예쁜 것은 사실이다.

이마저도 은근히 책을 읽어보면 하나의 상징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케아는 비싼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싼 것도 결코 아니다. 싸게 살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가볍게 쓸 수 있는 것이고 그 외는 다소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그런 걸 살 수 있느냐가 또 다시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알바를 하느냐 계약직이냐에 따라 구입 가능 한 지출이 결정되는 걸로 묘사하는 걸 읽으니 그렇게 느꼈다. 그런 걸 난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편이다. 그다지 인지하지도 않는다.

그 묘한 차이가 사람들의 가른다는 점이 싫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난 돈이 없어도 내가 갖고 있는 지식 등이나 나란 사람에 대한 자존감으로 별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다. 책 제목은 무언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쇼룸이라는 곳은 그렇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쓸데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쇼룸에 신경 써서 살아간다면 나라는 사람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단편소설의 묶음으로 섬세하지만 담담하게 내려가는 형식을 재미있게 읽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읽는데 의외로 오래 걸렸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단편 소설 읽는 맛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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